수육·묵은지와 함께 삼합, 막걸리와도 궁합이 좋아
삭혀 먹는 ‘참홍어’와 생으로 먹는 ‘홍어’로 구별
피부에 암모니아를 품어 부패하지 않는 홍어
알카리성으로 면역력 강화, 간기능에도 효능

 일반적으로 지역에서 맛의 조합이 좋은 재료 3개를 합쳐 삼합이라 부른다. 그중 맛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전라도에서 삼합이라 하면 홍어, 수육, 묵은지를 함께 먹는 홍어삼합을 꼽는다.

 푹 삭힌 홍어회의 알싸하고 톡 쏘는 맛과 함께 삶은 돼지고기의 감칠맛, 그리고 느끼함을 잡아주는 묵은지의 깊은 풍미가 더해져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시원한 맛의 막걸리를 곁들이면 은은히 풍기는 쌀향과 홍어삼합과 궁합이 좋아 ‘홍탁삼합’(홍어+탁주)이라 불리기도 한다.

 삭힌 홍어는 강한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지만 매니아들의 최고의 별미로 꼽히는 수산물이다.

 △참홍어 vs 홍어.

 흔히 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홍어라고 해서 전부 같은 홍어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있는 푹삭혀 먹는 홍어는 ‘참홍어’라 부른다. 참홍어는 흑산도산을 가장 최상급으로 쳐주며, 늘어나는 인기에 비해 어획고가 감소하고 있어 나날이 그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때문에 흑산도에서는 조업해온 참홍어를 크기와 품질에 따라 분류해 고유의 바코드를 부여해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

 서해나 남해부근에서 잡히는 가오리를 전남지역에서는 ‘간재미’라 부른다. 이 ‘간재미’는 상어가오리라는 명칭을 가진 어종이나 지역어민들간 호칭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국립수산과학원은 어종분석을 통해 ‘홍어’라는 명칭으로 통일했다.

 명칭 때문에 혼동될 수도 있지만 ‘홍어’는 ‘참홍어’보다 크기가 작고, 성장하면서 신체에 요소가 축적되지 않아 삭혀 먹지 않는다. 

 △겨울에 제철인 홍어,

 ‘참홍어’의 경우 흑산도가 가장 유명한 서식지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외에도 서해안 최북단인 연평도 인근부터 서해 남쪽지역까지 폭넓게 분포한다. 

 냉수성 어종으로 서해 저층 냉수대에 주로 서식하며 갯벌이 발달한 서해와 남해에 주로 분포하나 최근 동해지역에서도 발견되기도 했다.

 참홍어의 경우 주로 봄에 산란을 하는데 2~4마리의 새끼가 들어있는 2개의 알집을 낳아 많아야 8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는다. 번식력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어족관리가 필요해 매년 6월~7월경을 금어기로 지정하고 체장 42cm 이하는 금지체장으로 지정된다.

 매년 11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가 가장 많이 어획되며, 살이 차 맛이 좋을 때이다.

 △홍어가 썩지 않는 이유.

 홍어는 고전인 '본초강목'에도 등장해 모양이 연잎을 닮았다 하여 하어(荷魚), 태양어(邰陽魚)라 불렸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자산어보'에는 분어(擥魚)라하며 속명으로 홍어(洪魚)라 불렸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즐겨온 홍어가 삭힌 홍어로 다시 사랑받는데는 유래가 전해진다. 고려말 왜구의 침략을 피해 내륙인 나주로 피신을 갔던 흑산도 주민들은 고향의 식재료를 가지고 피난했다고 한다.

 당시 운송수단이나 저장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시기라 이동과정에서 많은 음식들이 부패했지만 홍어만 부패하지 않고 독특한 맛을 내고 오래 먹을 수 있었던 것이 삭힌 홍어의 기원이라고 한다.

 홍어가 부패하지 않는 이유는 피부속에 가진 요소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수중 생물들은 체내 수분을 유지하기 위해 체액에 ‘요소’성분을 생성한다. 

 몸에서 생성되는 요소를 배출하는 다른 어종과는 다르게 홍어의 경우 배출하지 않고 피부로 보낸다. 

 홍어가 죽은뒤에 피부에 저장되어있던 요소가 분해되어 암모니아를 생성하고 발효를 거쳐 부패균을 소멸시키기 때문에 긴 시간이 지나도 썩지 않고 오래 보관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홍어 수입국.

 과거에는 홍어도 자원이 풍부했으나 번식력 자체가 낮고 특히 남획 등으로 인해 개체수가 줄어들게 됐다.

 때문에 흑산도 홍어는 매우 귀하게 되어 산지가 아니면 구경해보기도 힘들게 됐다. 

 국내의 수요을 맞추기 위해서 홍어를 해외에서 수입하기 시작했고 해외에서는 홍어를 식용으로 거의 사용하지 않아 값싼 홍어를 많이 들여올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칠레산 홍어가 많이 들어왔으나, 국내산과는 달리 냉동으로 수입되어 껍질이 딱딱하고 질기다. 

 비록 원물은 해외에서 수입했지만 국내에 유통되기전 숙성과정은 나주 영산포 부근에서 주로 한다.

 현재 칠레산 홍어도 공급량이 원활하지 않게되어 아르헨티나, 우르과이, 페루산 홍어가 수입되고 있다.

 한때 넷플릭스 인기작 드라마 ‘수리남’에서 주인공이 남아메리카 북부 공화국인 수리남에 홍어를 수입하기 위해 갔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실제로 수리남에서는 홍어를 수입하지 않는다고 한다.

 △면역력 강화에 도움되는 홍어.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따르면 홍어는 장을 깨끗하게 하고 해독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특히 기관지에 좋고 발효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끈적끈적한 점액이 원기 회복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홍어에는 황산콘드로이친 성분이 풍부해 관점염에 좋은 효능을 보이며 류마티스 예방과 치료에 특효가 있다. 또한 강한 알칼리성 성분으로 몸에 산성을 중화시켜 면역력을 강화시키며, 과도한 위산도 중화시켜 위점막을 보호하고 위염을 예방한다.

 타우린과 베타인 성분도 함유하고 있어 간기능을 향상하고 숙취해소에 좋으며 LDL과 중성지방 수치 감소를 통해 혈액 건강에 도움을 주어 고혈압, 동맥경화 등 각종 혈관 질환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다.

 또한, 칼슘과 인이 풍부해 뼈의 골밀도를 높여주며 성장기 어린이들의 발육을 돕고, 노인들의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

 △홍합 삼합으로 즐기는 진미.

 홍어는 숙성을 거쳐 푹 삭힌 뒤 수육, 묵은지와 함께먹는 ‘삼합’으로 먹으면 궁합이 좋다. 여기에 막걸리까지 더하면 ‘홍탁’이라고 부르는 조합도 있다.

 홍어는 회로도 먹고 무침, 구이, 찜, 탕으로도 즐길 수 있다. 홍어는 크게 코, 날개, 꼬리부분으로 부위를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살이 많고 부드러운 연골이 씹히는 날개부위를 선호한다. 

 코 부위는 특수부위로 말랑말랑 하면서 꼬독한 식감으로 손꼽히며, 꼬리부위는 호불호가 갈리는 특수부위다.

 살코기 외에도 아가미, 애기보, 간 등 내장부위를 특수부위로 즐길 수 있다. 

 홍어의 아가미는 빨리 상하기 때문에 산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최고의 특수부위로 치며, 홍어의 애기보는 비리지만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별미다.

 홍어 내장중 가장 인기있는 것이 ‘홍어애’이다. ‘애’란 본래 내장을 뜻하지만 홍어의 경우 간을 ‘애’라 칭한다. 홍어의 간은 소금에만 찍어먹어도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특히 간을 얼큰한 국물에 끓여낸 홍어애탕은 녹는 듯이 부드럽고 고소한 맛으로 미식가들이 일미로 꼽는다. 

 △변동되는 홍어의 주산지.

 국내에서 '홍어' 하면 전남 흑산도가 최대산지로 손꼽혔지만 현재는 전북 군산 어청도 근해에서 홍어가 가장 많이 잡힌다.

 2023년 해양수산부는 홍어 총 허용 어획량을 3,668톤을 지정하고 최근 3년간 홍어 어획량을 기준으로 전북, 충남, 전남, 인천 순으로 잡을수 있는 양을 배정했다.

 최근 서해안 수온상승으로 냉수성 어종인 홍어의 서식지가 북상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반면, 흑산도에서는 홍어 주산지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2009년부터 홍어 생산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수산물 이력제와 홍어썰기 학교 등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협이 운영하는 국내산 신선식품 전문 쇼핑몰 수협쇼핑에서는 흑산도 홍어 및 국내산 홍어를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으며, 부위별, 숙성정도를 선택해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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