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김 한 장으로 1조를 수출했어”

새로운 건강식품으로 1조원 넘어 꿈의 숫자 10억 달러 수출도 가능
여의도 면적 220배 정도 서울 전체보다도 넓은 양식장에서 김 생산
우리가 수출한 김 다 이어 붙이면 지구 몇 바퀴 돌고도 남을 정도

“올해는 제 2, 제 3의 김이 나와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산업이 소위 '돈 되는 산업'으로 발돋움 하게 되기를” 

 2024년은 용의 해이다. 그것도 푸른 용, 청룡의 해라고 한다. 어릴 적 추억 속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에서 청군과 백군으로 나누어 달리곤 했던 바로 그 청군의 청룡이 아닌가 한다. 운동회에서 나는 운동보다 점심시간의 김밥이 최대 관심사였다. 일년 중 봄 소풍 때와 더불어 귀한 김밥을 먹을 수 있는 두 번 있는 절호의 기회중에 하루였으니 말이다. 년초에 신년인사 나눈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월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개인이나 기업들이나 연말을 지내고 나면 지난 해 살림살이와 실적들이 나타난다. 한편에서는 기쁨에 환호하는 반면에 반대로 누구는 한숨을 쉬게 되는 그런 때이다. 그런데 그중 눈이 ‘번쩍’해지는 소식이 들려 왔다. 바로 우리의 김이 지난해에 7억 8,000만불 그러니까 1조 500억원 정도를 수출했다는 낭보이다. 지난해 수산물 전체 수출총액이 30억 달러가 넘으니 김 한 장이 쌓여 25% 넘게 차지한 셈이니 참으로 대단하다. 아마도 우리가 수출한 김을 다 이어 붙이면 지구를 몇 바퀴 돌고도 남을 정도의 엄청난 양이리라 생각한다. 하기야 우리나라에서는 전국적으로 여의도 면적의 220배 정도로 서울 전체보다도 넓은 엄청난 면적의 양식장에서 김이 생산된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농축산물과 수산물을 포함한 농축수산식품 수출은 전체적으로 100억불 정도 되는데, 이중에 우리 김이 수출 1조를 넘기고 있으니 먹거리 수출에 있어서 라면과 더불어 1등을 다투는 쌍두마차인 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또 즐겨 먹는 해산물 중 하나가 김일 것이다. 비린내 난다고 생선을 싫어하는 어린 아이들도 김은 오히려 좋아한다. 반찬이 없을 때 김 두어 장이면 김밥이 뚝딱 만들어 지고 조미김 한통이면 한 끼는 쉽게 때울 수 있기에 김은 우리 어머니들의 고민을 덜어주는 효자(?)이기도 하다. 김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양식이 된 수산물이기도 하다. 김은 한자로는 해태(海苔)라 불리는데 바다의 풀 또는 잡초라는 뜻의 영어 sea weed와 비슷한 의미이다. 김씨 성을 가진 병자호란 때의 의병장 출신 김여익 이란 사람이 여수광양에서 처음 양식을 시작했다고 해서 김이라 불리게 된 김, 우리 아이들의 반찬 투정을 일거에 잠재우는 엄마들에게 만능 특효약인 김, 어릴 적 소풍과 운동회를 빛내주던 김밥의 김이 이제는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120 개국에 수출된다니 역시 우리의 김은 세계 최고이다. 

 그러고 보면 이제는 그저 ‘김 한 쪼가리’가 아닌 귀하디 귀한 금과 같은 김 한 쪼가리이다. 그동안 1조 수출이 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도 열정과 의지를 가지시고 노력해 오신 김 양식 어민들, 가공과 유통을 담당해주신 수산인들, 세계인의 입맛을 잡기위해 신상품을 개발하시는 전문가 분들과 해외 수출 시장개척에 노고를 진력을 다하시는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한다. 물론 우리 어민들이야 이 글을 쓰는 오늘 이 시간에도 김. 미역. 다시마의 제철이 한 겨울이기에 추위를 이겨가며 바람 부는 바다에서 김양식 작업에 여념이 없으실 듯하다. 

 1조 수출과 ‘김의 날’.

 그런데 원래 외국에서는 김이 검은 종이라는 의미에서 black paper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서양에서 검다는 의미는 죽음이나 불길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식용으로서 별로 선호 하지 않는 해산물이었다. 

 서양의 상가에서 검은색 옷을 입는 것이 그 의미이다. 그러나 이제는 서양에서도 김에 대한 편견과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김은 이제 자연과 바다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로 유기농 식품이자 건강식의 대명사이다.

 특히 세계 김 시장에서 경쟁관계인 일본 김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리 김이 일본 김보다 훨씬 품질도 좋고 맛도 좋다. 특히 이제 서양인들도 건강식품이자 간식으로서 김에 대한 효능과 맛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김 수출이 1조원을 돌파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김 스낵이나 서양인들이 좋아하는 향과 맛을 가미한 조미김 등 다양한 제품이 개발되면서 미국, 유럽에서 새로운 건강식품으로 더욱 각광받고 있기에 1조원을 넘어 꿈의 숫자인 10억 달러(약 1조 3,000억원) 수출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서양인들에게 김은 우리와 같은 밥반찬이 아닌 간식거리로 인식되기에 이러한 흐름에 잘 대응한다면 ‘K-Seafood’를 넘어서 또 하나의 ‘K-Food’ 성공 스토리를 장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세계의 김 시장은 우리 김이 주도해야 할 때이고 충분히 그럴 자격이 우리에게 있다.

 우리나라의 ‘무역의 날’은 12월 5일이다. 무역의 날에는 00억불 수출탑 등을 수여하는 등 무역 없이 살 수 없는 우리나라에서 매우 상징적이고 의미가 큰 기념일이다. 그런데 당초에는 이름도 무역의 날이 아니고 수출의 날이었고 날짜도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한 날인 1964년 11월 30일을 기념한 11월 30일이었다. 그러다가 2011년 12월 5일 우리 무역규모가 세계 9번째로 1조 달러를 달성한 것들 기념하여 새롭게 12월 5일을 수출의 날이 아닌 무역의 날로 지정해 오고 있다. 

 우리 수산인들에게 김 수출 1조원이라는 것은 아마도 국가 경제적으로 우리나라 무역규모가 1조 달러 시대에 진입한 것과 같은 의미로 다가오리라 생각된다. 아니 더 큰 울림과 감격이 아닐까 한다. 독립된 하나의 산업으로 김산업이 자리매김한 것이라 평가될 수 있는 엄청난 성과인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에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기념일이 있다. 바로 ‘김의 날’이다. 우리나라의 김의 날은 2010년 우리 김이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한 날을 기념해 지정했다. 우리나라 기념일중에 특정한 식품이나 음식 중에서 나름의 기념일을 가지고 있는 것은 김 밖에 없을 듯하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김의 날은 음력 1월 15일 정월대보름 날과 같은 날이다. 그러기에 기념일이 음력인 것은 아마도 우리 김의 날이 유일하지 않을 까 한다. 이 날은 정월대보름에 김을 싸서 오곡밥과 나물밥을 먹는 풍습에서 비롯됐는데 이 또한 김의 제철이 겨울임을 고려하면 일리 있는 지정이다. 2024년 올해가 13번째 기념일이 된다. 

 그런데 한편으로 보면 무역의 날처럼 김 수출 1조원을 달성한 12월중 어느 하루를 ‘김의 날’로 지정해서 기념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정월 대보름이 음력이라 기억하기가 쉽지 않고 묻혀가는 경향도 있으니 말이다. 여하튼 일반국민들도 같이 기억하고 기념하고 축하해 주는 김의 날이 되면 의미도 더 커지게 될 것이고 우리 어민과 수산인들의 자부심과 자긍심이 높아지지 않을 까 한다. 모든 세계인들이 우리나라 김을 먹는 그날 까지 그리고 김의 날을 기억하는 그 날까지 김 양식 어가와 어민들의 건투와 빈다. 

 우리는 바다를 ‘바라는 대로 다 이루어진다.’라고 이야기 하곤 한다. 새해에는 청룡의 해에 맞게 각자 용꿈을 하나씩 꾸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용꿈이 바라는 대로 꼭 이뤄기를 바란다. 더불어 2024년에는 제 2, 제 3의 김이 나와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산업이 소위 '돈 되는 산업'으로 발돋움 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우리 모두 올해에는 만선(滿船)의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또한 바라는 대로 다 이뤄지는 진정한 ‘바다의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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