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입을 가져 대구(大口) … 매년 겨울 진해만으로 회유
전 세계적 수요 많으나 기후변화, 남획 등으로 자원고갈 위기
피로 회복과 피부 건강에 탁월, 심혈관 건강 개선도 효과
쫄깃한 속살과 시원한 국물, 내장까지 별미로 즐겨

 매년 겨울이 되면 남해안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진귀한 손님이 있는데 바로 대구(大口)다.

 대구는 회유성 어종으로 날씨가 추워지면 한반도 연안으로 알을 낳기 위해 돌아온다. 

 지방이 적어 담백한 맛을 내며, 특히 국물로 우려내면 시원한 맛을 내 대중에게 인기가 많다. 

 단백질·오메가3·비타민 등 각종 영양소도 풍부해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수산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예로부터 해안지방 사람들은 길흉사, 제사, 큰잔치에 대구를 빠지지 않고 내었고, 버릴 것 하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요리로 즐겨왔다.

 △뭐든지 잘 먹어 치우는 대구.

 대구는 입이 큰 생선이라는 뜻에서 대구(大口)라는 명칭이 생겨났다. 

 고전 서적에도 대구에 대해서 ‘머리와 입이 크다’라고 기술되어있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즐겨 먹었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심지어, 신석기시대 유적에서 대구의 뼈가 다량으로 출토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대구를 먹어왔던 것을 엿볼 수 있다.

 큰 입을 가지고 있어 명칭이 붙은 만큼 대구는 큰 입을 벌린 채 바다 밑바닥을 다니며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먹어 치우는 식성을 가지고 있다. 근육을 사용할 일이 적어 유독 흰 속살이 많다고 한다.

 대구는 전형적인 잡식성 어종으로 어릴 때는 주로 동물성 플랑크톤 등을 먹지만 성장하면서 고등어, 청어, 가자미 등의 어류뿐 아니라 게류, 두족류 등 닥치는 대로 먹는 대식가다.

 낮에는 수면 근처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밤에는 해저에서 먹이활동을 하면서 최대 1.1m에 20kg까지 자란다.

 △북태평양을 돌아오는 회귀 어종.

 대구는 우리나라 동·서해, 북태평양 오호츠크해, 베링해, 알래스카 연안 등지에 분포한다. 이처럼 다양한 곳에 분포하는 이유는 회유성 어종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남해 부근에서 태어나 유어기를 보내고, 북쪽 한랭하고 깊은 바다인 북태평양과 알래스카 연안에서 군집하다가 산란기인 12월에서 2월이 되면 다시 연안 얕은 곳으로 돌아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동해안을 타고 남해안까지 내려오는 ‘동해계’와 서해 부근에서 잡히는 ‘서해계’로 구분된다. 이 둘은 산란기가 달라 어획기도 상이하며, 서해계 대구는 동해계에 비해 작아 ‘왜대구’라고 불리기도 한다.

 조선시대에 작성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경상도·강원도·함경도에서 대구가 어획됐다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회유성 어종인 동해계 대구는 매년 11월 말쯤부터 산란을 위해 거제도 진해 연안으로 돌아와 가장 많이 잡힌다. 때문에 진해에서는 알이 든 채로 대구를 말린 ‘약대구’를 만들어 귀한 보양식품으로 먹었다.

 △자원고갈 위기를 맞은 대구.

 우리나라에서 선호하는 대구는 서양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중세시대부터 대구는 유럽에서도 청어와 함께 든든한 단백질 공급원 역할을 했다. 또한 지방이 적고, 말려서 보존하기가 용이해서 가공하기 쉬운 특성 때문이다.

 당시에 대항해시대를 열며 전 세계의 해로 개척이 가능했던 것도 구하기 쉽고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대구가 큰 역할을 했다고도 한다.

 대구가 주요 식량자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아이슬란드와 영국은 대구 어업권을 중심으로 ‘대구전쟁’을 치르기도 할 정도로 서양에서도 중요한 자원으로 여겨졌다.

 이처럼 동서양에서 대구의 수요가 많아지자 어획하는 기술도 발달하기 시작한다. 항해하는 거리가 길어지고 저인망 어선들이 등장하면서 남획으로 인해 자원이 고갈되어 어획량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1980년대까지만 해도 대구 어획량은 4~5,000톤 가량을 유지했지만 1990년대에는 전 세계적으로 대구어장이 파괴되어 국내에서도 300~600톤 가량으로 어획량이 줄어들어 대구 한 마리 가격이 30만원을 호가하는 ‘금대구’가 등장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1981년부터 대구 인공수정 기술이 도입되면서 매년 인공부화시킨 치어를 방류해 자원회복에 나선 결과, 점점 자원량이 회복되고 있는 추세다.

 △피로 회복과 혈관 건강에 탁월.

 대구는 지방의 함량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하며 각종 영양분을 함유하고 있어 우리 건강에 유익한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대구에는 풍부하게 함유된 양질의 단백질과 아미노산, 비타민 계열의 여러 영양 성분들은 체내에서 에너지 생성을 돕고,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기력과 피로 회복에 효과가 있다.

 불포화지방산의 일종인 오메가3 성분이 풍부한 대구는 혈관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이 성분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고 혈관 내 노폐물을 배출시켜 동맥경화, 고혈압 등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낮춘다.

 또한 대구에는 다양한 비타민군을 함유하고 있으며, 특히 비타민E가 풍부해 활성산소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세포의 재생을 촉진, 산화 방지를 통해 피부 노화를 막는 역할을 한다. 항체의 생산능력을 높여 면역력도 강화시킨다.

 △버릴 게 없는 대구요리.

 대구는 머리부터 내장까지 버리는 부위가 없이 탕, 찜, 구이, 포 등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

 가장 유명한 것은 대구탕으로 대구의 살과 내장을 맑은 물에 끓이는 이른바 ‘지리’로 먹거나, 고춧가루 양념으로 매운탕으로도 요리할 수 있다. 대구 본연의 쫄깃한 살코기와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다.

 경상도에서는 ‘대구뽈찜’이나 ‘대구뽈탕’이 발달했는데, 대구 머리 부분에 살점이 쫄깃하고 살점이 많아, 몸통 대신 머리로 탕을 끓이면 더욱 시원하면서도 쫄깃한 별미를 느낄 수 있다.

 한때 대구가 많이 잡히던 시절에는 활대구를 회로 먹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산지에서도 접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살에 수분이 많아 선호도가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대구탕을 먹을 때 구불구불한 내장을 ‘곤이’라 부르며 별미로 여긴다. 하지만 정확한 이름은 ‘이리’로 수컷의 정소를 의미한다. ‘곤이’는 암컷의 난소로 ‘이리’와 다른 내장기관이다.

 서양에서는 대구가 풍족하던 시절에는 ‘바다의 빵’이라고 불릴 정도로 일상적으로 소비되던 수산물이었다. 대체로 수분기를 빼면서 보관이 쉽고, 다양한 음식에 곁들어 먹기 좋았기 때문이다.

 △사라져가는 대구.

 매년 12월경 경남 거제 외포항에서는 대구축제가 열려 대구 직거래장터, 맨손 활어잡기, 대구 깜짝 경매 등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체험할 수 있다.

 해마다 산란을 위해 진해만으로 돌아오는 대구의 습성상 진해만에서 전국 대구의 70% 가량을 잡는다.

 하지만 근래 수온 상승 등으로 인해 대구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활 대구를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2022년 하루에 500마리 가량 위판되던 대구는 지난해에는 40~50마리 정도로 거래물량이 줄었다.

 대구의 어획량이 줄면서 국내에서는 생대구탕을 맛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생대구를 구할 수 있다 해도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시중에서는 주로 미국과 러시아산 냉동대구를 많이 쓴다.

 하지만 냉동대구는 수분감과 조직감이 변화하면서 생대구보다 퍼석한 식감과 감칠맛이 떨어져 많은 미식가들이 아쉬움을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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