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 국립부경대학교 교수

수산선진국은 해면어업 자원관리와 양식업 투자 확대하고 있어
수산업 재편 따라 사양산업 전락할 수 있고, 새 성장기 맞이할 수도
수산물 교역 이제 더 이상 관세 인하 이슈 아닌 규범의 이슈로 전환

우리, 글로벌 수산 환경 변화에 둔감하고 정책 지속성 유지되지 못해
단기적 현안 대응에만 집중…수산업 경쟁력 강화·구조조정은 ‘뒷전’.

과거 눈부신 성장에 힘입어 최근 우리나라 어업생산량은 세계 14위 그리고 양식업 생산은 6위로 어업과 양식업을 포함한 전체 생산량으로는 세계 12위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 수산업은 과거의 양적인 성장기 이후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쇠퇴냐 성장이냐 전환기에 놓인 수산업

 연근해의 어업생산량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어업경영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양식업 역시 생산량을 더 이상 확대하지 못하고, 정체 혹은 감소하고 있고, 최근 전기료, 인건비 등 각종 양식비용 상승으로 양식경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원양의 어업생산량 역시 과거 100만톤 수준에 비해 현재는 40만톤 이하로 크게 감소하고 있다. 수산물 가공업도 생산량과 사업체수 및 종사자수가 모두 감소추세에 있다. 수산물 교역에 있어서도 여전히 냉동품 중심으로 수출 규모를 확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반해 수산물 수입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연간 8조원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향후 메가 FTA 체결 등으로 수산물 수입은 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어가수는 과거 12만여 가구에서 4만여 가구로 감소하고 있으며, 어가인구도 80년대 60만 명대에서 현재는 10만 명 이하로 감소하였다. 특히 어업인력의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젊은 신규 인력의 유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현재 우리나라 수산업은 성장의 정체기에 직면하고 있다. 향후 수산업 재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양산업으로 전락할 수 있는 쇠퇴기로 접어들 수 있고, 새로운 성장기를 맞이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기에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경매를 하고 있는 모습.  해양환경 변화와 자원감소로  해가 다르게 어종이 바뀌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경매를 하고 있는 모습.  해양환경 변화와 자원감소로  해가 다르게 어종이 바뀌고 있다. 

 

수산업, 반복되는 기존 정책에서 벗어나야

 이러한 전환기를 잘 극복한 수산선진국들의 동향을 살펴보면, 무엇보다 수산업을 수렵‧채취적인 1차 산업이 아닌 식량 위기에 대응한 2차 식품제조산업, 나아가 최첨단 대규모 양식산업 발전 및 디지털 어업관리 등 3차 첨단 융복합 산업으로 인식하여 기술개발을 확대하고 진입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산업적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식량 위기에 대응한 수산물 생산 기반 강화를 위해 해면어업에 대한 자원관리를 강화하고, 제도개선을 통한 기업화를 도모해 대규모 양식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수산물을 국가의 전략적 수출식품으로 활용하기 위해 국내 시장 중심이 아닌 국제 시장을 대상으로 수산물의 생산-가공-유통 기지의 확대 등 글로벌 기업화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수산물 안전성 및 환경성(지속가능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증대됨에 따라 이를 고려한 가공수산식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수산물 위생 강화를 통한 수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수산물 교역은 이제 더 이상 관세 인하의 이슈가 아닌 규범의 이슈로 전환되고 있어 환경과 노동 등의 규범 준수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수산업의 새로운 성장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글로벌 수산 환경 변화에 상대적으로 둔감하였고, 정권의 변화 등에 따라 정책의 지속성이 유지되지 못하였으며, 단기적인 현안문제 대응에만 집중하는 등 수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도모되지 못하였다. 수산분야 법제도 또한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변화되지 못하고 고착화되었으며, 미래 수산업을 위한 새로운 기술 개발도 소극적으로 진행되었다. 현재 위기의 전환기에 있는 우리나라 수산업의 새로운 성장을 위해서는 바꾸기 어렵다고 하는 문제들이 과감하게 해결되어야 한다. 지난 수십 년간 반복된 것처럼 이런저런 이유로 바꾸기 어렵다고 다음으로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시점이 이제는 아니다. 

 수산자원관리 철저하게 이뤄져야

 우선 어업에 있어서는 지속적인 생산 기반이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의 안정성과 어업경영의 안정성이 도모되어야 한다. 생산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산자원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도 수산자원관리를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이 행해져 왔지만 여전히 생산은 감소하고 있고, 최근 오징어와 도루묵 사태 등에서와 같이 수산자원관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산자원관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획량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필수적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1997년부터 시행된 수산물 자유판매제는 어획량 파악을 더욱 어렵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는 아무리 산출량 관리수단인 TAC(총허용어획량) 제도를 확대해도 수산자원 관리 및 회복의 기대효과를 거두기 어렵고, 어업 발전을 위한 효과적인 정책을 수립하기도 어렵다. 미국, 노르웨이 등 수산선진국들이 양륙항 조사 외에도 전자조업모니터링, 생산자 어획 보고와 유통업자 신고 보고의 교차 확인 등 어획량 파악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다행히 최근 정부에서는 연근해어업 선진화 계획을 추진하여 어획증명제를 통한 어획량 파악을 도모할 예정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며, 조속히 정확한 어획량 파악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어업경영의 안정성 도모를 위해서는 어업구조조정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현재와 같은 상황 하에서는 어떠한 정책수단을 활용하더라도 수익성 있는 어업경영이 불가능하여 기대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EU, 미국, 노르웨이, 캐나다, 일본 등 수산선진국들이 어업상황이 어려울 경우 우선적으로 감척사업을 통해 어업구조조정을 도모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현재 어선감척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강구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감척사업은 소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폐업지원금을 현실에 맞도록 조정하거나 혹은 정부가 기금을 조성하여 감척사업을 단기간 내 적극적으로 행하고, 잔존어선들이 장기적으로 함께 일부 상환하는 방안 등을 강구하여 어업구조조정을 시급히 도모해야 한다.

 양식업, 기후변화 적응과 시장경쟁력 강화 필요

 지금까지 우리나라 양식업 생산량은 꾸준히 증가되어 왔지만 대부분 해조류 생산량으로 어류와 패류 등의 생산은 더 이상 증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우리나라 양식업은 상당히 취약하여 향후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지속적인 양식업 발전을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품종과 양식방법의 전환, 그리고 해상에서 육상으로의 양식 전환이 기술 혁신적으로 도모되어야 한다. 

 아울러 어류, 패류, 갑각류 등 대부분의 양식경영이 아주 어려운 상황에 있다. 폐사율 증가 등에 따른 생산량 감소와 시장가격의 하락 등으로 수익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인건비, 전기료 등의 각종 비용 상승으로 양식이익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즉, 생산과 시장 환경이 조금만 악화되어도 적자가 발생할 수 있는 한계적 상황에 있다. 품종별 생산원가가 크게 증가하고 있어 수입수산물과의 시장경쟁에서도 열위에 있다. 아직 국내 활어 시장에만 집중되어 수출에도 한계가 있는 소규모 생산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재 미국, 남아공, 에콰도르 등 선진국과 개도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양식업의 대규모화를 추진하고, 최첨단 시설 투자를 통한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을 도모해 글로벌 시장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향후 활어 외에 가공품 및 원료 시장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양식업이 발전되어야 하고, 기업들의 진입이 보다 자유로울 수 있는 진입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수산식품, 소비 및 수출 확대 위한 노력 필요

 수산물 소비에 있어서는 수산물의 안전성과 환경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증대하고 있고, 쉽게 조리하여 먹을 수 있는 가공수산식품에 대한 소비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원물, 활어 중심의 생산에서 쉽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수산가공식품의 개발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또한 소비자의 ‘알 권리’가 강화됨에 따라 수산물이력제 의무화 등을 통해 수산물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수산식품 수출을 위해서는 환경에 대한 규범이 강화되고 있으므로 지속가능수산물 인증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특히 지속가능수산물 인증은 국가 주도가 아닌 업계 스스로 필요성을 인지하고 의지를 가지고 나가야 하므로 인증비용 등의 국가 지원은 가급적 최소화하고, 대신 인증을 획득하기 위한 자원 및 해양생태계 조사, 환경개선 사업 등에 국가의 역할이 집중되어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 위한 조정·통합된 수산정책 운용 필요

 지금까지 우리나라 수산정책은 뚜렷한 하나의 큰 비전과 목표 없이 그때그때의 이슈에 대한 정책이 백화점식 병렬적으로 수립되고 운영되어 왔다. 예를 들어, 수산자원관리 역시 어선감척사업 따로, TAC 따로, 자원회복계획사업 따로 운영되어 효과를 거두는데 한계가 있다. 양식업 정책에서 배합사료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고, 계속하여 생사료 사용이 허용되다보니 수산자원관리 정책의 기대효과를 거두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산분야의 대규모화, 기업화, 최첨단 기술의 개발 및 적용, 젊은 인력 유입 등을 강조하지만 여전히 진입규제에 대한 개선은 소극적이고, 퇴출을 지연시키는 각종 보조금 지급이 확대되는 등 수산업의 변화와 혁신이 극히 제한적인 실정이다.     

 이제는 명확한 목표 하에 개별적인 수산정책들이 조정·통합되고, 운영되어야 뚜렷한 기대성과를 거둘 수 있다. ‘우리나라 수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비전 아래 ‘탄소중립을 통한 지속가능 수산업 발전’이라는 목표를 수립하고, 어업구조조정, 수산자원관리, 양식업 발전, 수산식품 개발, 소비자 중심의 유통 개선, 수출 확대 등이 도모되어야 한다. 현재 활발하게 진행 중인 WTO 수산보조금 협상 대응, 국제적 탄소중립 대응, 새로운 환경과 노동 규범에 대한 대응도 이러한 목표에 맞추어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둔감하였던 글로벌 수산 환경 변화도 면밀히 검토하면서 수산선진국들에 대응하고, 젊은 인재들이 몰려들 수 있는 매력적인 수산강국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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