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창모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연구본부장

"수산업계만을 위한 어촌 개발 정책 국민 수긍하기 어렵다"
수산 정책 민간 부문 맞춤형 서비스 모델 참고 추진할 필요 
“내가 원하고, 건강 상태 고려 추천하면 만족도 커질 것”

어촌과 어가 유지, 다양한 먹거리 국민에게 공급 측면서 중요
정부 수산정책, 과거에서 탈피 국민 체감하는 정책으로 바꿔야 
국민 무엇을 어떻게 먹고, 즐기기 희망하는지 고민하면서 정책 만들어야

 

마창모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연구본부장
마창모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연구본부장

바쁜 일상에서 이른 아침 김밥 한 줄 먹고 출근한다. 멸치 육수로 우려낸 국물을 마신다. 밥반찬에 멸치볶음과 김은 빠질 수 없다. 간장 한 종지와 김이 있으면 밥 한 공기를 먹는다. 세계인들은 스낵으로 김을 먹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편의점에서 고추참치에 컵밥을 먹는다. 식당에는 갈치구이, 고등어구이, 삼치구이 정식 메뉴가 있다. 대구탕, 복어국은 해장을 위해 찾는다. 횟집이 하나 이상 없는 동네는 없다. 민물장어, 굴국밥 전문점, 참치 전문점, 메기매운탕 전문점은 전국에 있다. 초밥이 없는 뷔페를 찾기는 어렵고, 고급 안주인 넙치, 방어, 우럭, 돔 등 횟감은 흔해져서 전국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다. 새우, 바지락은 볶음밥, 파스타 등 다양한 요리의 식재료로 들어간다. 기력을 쇠하면 전복을 먹는다. 임산부는 미역국을 먹고, 생일이면 미역국을 끓인다. 제사상에는 민어, 문어가 올라간다. 오징어는 입이 궁금할 때 먹는 대표적인 간식이었다. 지금은 다양한 식재료와 함께 오징어를 먹는다. 주꾸미, 낚지, 멍게, 해삼, 새조개, 개불 등 하나하나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 다양한 수산물을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형태로 먹는다. 수산물은 우리 식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식재료이다. 

 만약, 이런 식재료들이 사라지고, 우리가 최근에 좋아하는 몇몇 어종만 먹을 수 있다면, 우리 국민 중 누가 동의할 수 있을까? 수산업의 중요성 인식은 국민의 몫이다. 국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수산업은 성장할 수 있다. 우리 정책이 이 지점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 봐야 한다. 적당한 가격에 안전한 수산물을 다양하게 먹을 수 있으면, 국민의 만족감은 커질 것이다. 제철에 먹을 수 있는 안전한 식재료인 수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은 국가가 해야 할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다. 

 그러나 식량안보, 자급률, 동물성단백질 공급, 지속가능성 등 부처와 전문가가 사용하는 용어로는 국민의 마음속에 수산업이 와닿지 않는다. 수산물을 식량이라고 말하면, 오히려 의문을 품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국민이 피부에 와 닿도록 정책을 설명하고, 국민이 요구하는 정책을 만들어 내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식량안보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식량 확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이 대중적으로 좋아하고, 오메가3도 많아 심혈관 질환과 우울증 발병률을 낮추기 위해 고등어 생산하고, 원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해야 한다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수산업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식량안보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때 관련 사업과 예산이 유지되고 확대될 수 있다. 현재 수산물 자급률은 모든 수산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수산물 자급률은 1999년까지 100% 이상을 달성했지만, 계속 감소하여, 2021년 71% 수준이다. 어류와 패류 수입이 계속 늘면서 자급률이 하락 추세이고, 현재 해조류만이 1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어류와 패류 생산이 극적으로 증가하지 않는 이상 자급률을 늘리기는 힘들다. 현재 수준의 수산물 자급률 유지하려면 자칫 수산업 전체의 비효율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이제는 현실을 직시하고 식량안보의 개념을 재정리하고, 자급률 산정도 국민의 니즈에 맞춰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최근 수산물은 하버드 등 공동연구팀이 사이언스에 실은 에세이를 통해 블루푸드라고 명명되기 시작했다. FAO 등 국제기구에서는 이미 수산물을 블루푸드라고 부른다. 수산물의 영영적 가치, 탄소 배출량 등 환경적 가치, 여성 노동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한 결과이다. 수산물은 인류의 건강과 환경을 생각할 때 꼭 섭취해야 할 식품이자 식량으로 인식되고 있다. 수산물의 영양적 가치는 고령자의 노쇠현상에 대한 예방효과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심혈관 질환 예방, 수산물에 풍부한 오메가3 등은 산화 억제를 통해 현대인의 질병인 우울증을 예방하는데도 효과가 크다. 여기에 육상 단백질 대비 물도 적게 사용하고 탄소 배출량도 적다. 블루푸드의 영양학적 가치는 국민의 건강에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환경친화적 생산방식의 수산물은 향후 육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미래 식품으로서 손색이 없다. 식량안보의 개념을 국민 개인의 영양 개선과 인류의 환경개선을 위해 재설정하는 것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식량안보의 재정의를 위해서는 대중어 등 국민 대부분이 즐겨서 먹는 어종, 국민의 건강과 환경 보호 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우리 국민의 취향과 수산물의 영양적 가치와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식량안보 전략은 국민 행복과 건강 증진, 지구 환경 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수산물의 영양 정보와 환경적 영향을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또한, 수산물의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줄이고,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는 방안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이와 더불어, 수산업 정책은 국민의 다양한 식생활 패턴과 건강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령자, 여성, 어린이 등 특정 인구 집단의 영양 필요성에 맞춘 수산물 추천 및 정보 제공은 국민 건강 증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영양학적 연구와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정책을 개발하고, 이를 국민에게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해야 한다. 우리는 수산업과 관련한 많은 정책을 서비스로 내놓고 있지만, 서비스를 소비하는 국민은 정작 본인을 위한 정책이라고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현대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상품을 소비하면서 맞춤형 소비를 경험하는 사람이 많다. 민간 서비스에 익숙해진 국민은 정책 서비스에 대해서는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빅테크기업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소비자의 행동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여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금 당장 호텔 예약 앱으로 특정 국가, 지역의 호텔을 한 번이라도 검색하면, 호텔의 가격 정보, 예약 조건의 정보가 수시로 갱신되면서 내 휴대폰에 알려준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여행을 계획하고 검색한 적이 있다면,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은 바쁜 일상으로 잠시 잊었던 내 여행계획을 다시 떠올리게 하고는, 결국 결재 버튼을 누르게 한다. 인공지능이 활용 중인 온라인 플랫폼은 나의 데이터 흔적을 모아 분석하고, 기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산업화 시대 이후 모든 상품은 무차별적으로 대량 공급되었다. 대량 공급의 시대를 거쳐 시장은 거시시장, 미시시장으로 세분화하여 상품을 공급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최근에는 IT기술, 빅데이터기술, AI 기술의 발전으로 1:1 개인 맞춤형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시대가 앞당겨졌다. 기술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기업이 첨단 기술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면서 개인 맞춤형 상품, 서비스가 공급되면서 개개인의 서비스 만족도는 높아지고 있다. 이는 당장 기업의 매출로 연결된다. 이는 수산업 정책에도 적용될 수 있다. AI를 활용하여 국민 개개인의 식습관, 건강 상태, 영양 필요성 등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에게 최적화된 수산물을 추천하는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 

 그러나 민간 서비스, 상품 시장과 달리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 제품인 정책은 국민 개개인이 요구하는 개인 맞춤형 정책까지 가기에는 현재로서는 요원해 보인다. 그럼에도 개인 맞춤형 정책을 추진할 때 국민의 정책 만족도는 최대치로 높아질 것이다. 만약 새로운 서비스 모델인 수산물 유통 온라인 플랫폼이 내가 원하고, 내 건강 상태를 고려한 수산물을 알아서 추천하고, 합리적 가격으로 직접 배달까지 연결된다면, 수산물 소비에 대한 나의 만족도는 커질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수산부문 정책도 민간 부문의 맞춤형 서비스 모델을 참고하여 국민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개인의 식습관, 건강 상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수산물 추천 시스템을 민간이 도입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수산물 소비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한 식생활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기술적 접근은 어촌 커뮤니티와의 연결을 강화하고, 어촌 문화의 다양성과 특성을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어촌 이야기, 수산물의 생산과정, 지속 가능한 어업을 위한 노력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는 단순히 수산물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그 배경에 대한 이해와 연대감을 느낄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기술적 혁신을 지원해서 이야기가 있는 수산물을 유통할 수 있는 모델을 도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수산업 정책은 수산업과 어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가치를 단순 공급하는 것에서 벗어나, 국민 개개인의 요구와 건강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때 국민의 정책 만족도는 더 커질 것이다. 

 수산업을 통한 수산물 생산과 수산물의 안정적 조달 이외에도 어촌의 활성화는 부처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다. 어촌과 어가를 유지하는 것은 소량이지만 다양한 먹거리를 국민에게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지역을 찾는 사람들의 기쁨 중 하나는 지역의 대표 음식을 먹는 것이다. 전국 연안 어촌에서 제철 수산물을 먹기 위해 오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수산업계만을 위한 어촌은 국민이 수긍하기 어렵다. 전국 1천만 명이 넘는 낚시인들은 바다와 강을 찾는다. 무분별한 해루질로 갈등은 발생하지만, 수산물을 채취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국민이 많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우리 국민은 수산물을 사랑하고, 수산물을 잡는 행위도 즐긴다. 우리 DNA에는 여전히 수렵 채취의 본능이 탑재되어 있다. 

 최근 강원도의 작은 도시 양양에는 주말에 실제 거주 인구의 1.5배가 넘는 사람들이 서핑을 위해 양양을 방문하고, 주말에는 아예 양양에서 산다고 한다. 양양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 이제 국민들은 좋아하는 일이 있으면, 직장도 옮기고, 거주지도 탄력적으로 옮긴다. 우리는 취미를 위해 삶의 방식을 모조리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대한민국이라는 공간에 살고 있다. 국민은 좋아하는 것을 먹고, 즐길 수 있으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다. 

 우리는 국민이 무엇을 어떻게 먹고, 즐기기를 희망하고, 바라는지 고민하면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의 니즈와 취향을 반영한 정책이 만들어지면, 주말에만 어촌에서 수산업을 하는 사람들도 생겨날 것이다. 매일 우리는 수산물을 접하고, 바다를 통해 기쁨을 느끼고 있지만, 일상에서 수산업·어촌 정책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국민이 의외로 많지 않다는 점은 정책을 만들고 실현하는 우리가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앞으로 국민 개개인의 삶에서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수산 정책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를 좀 더 고민해야 한다. 국민 중심의 수산업 정책 전환 과정에서 수산업이 갖는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수산업이 국민의 식생활, 건강,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중요한 산업 분야라는 사실을 국민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하도록 해야 한다.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국민의 건강한 식문화와 지속 가능한 환경을 추구해야 하며, 자유주의적 관점에서는 소비자의 선택과 자율성이 존중되어야 한다. 정책 과정에서의 국민 참여 확대를 통해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수산업, 어촌 현장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는 복지적 접근도 병행해야 한다. 국민 중심의 정책 전환은 수산업과 어촌의 공익적 가치를 국민에게 더욱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수산업 정책은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견 수렴을 통해 수립되어야 한다. 국민들이 수산물의 선택과 소비에 있어서 자신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수산업 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국민들이 수산업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수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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