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과원 고래 안전하게 내보내는 장치 개발해 내년 현장 보급 밝혀

고래 ‘로또’ 인데…“어업인 자비 들여 어구 교체할 사람 얼마나 있을지”
현실과 연구 괴리 지적...어구 설치 비용만 척당 1천만원 이상 소요

  국립수산과학원(원장 우동식, 이하 수과원)이 정치망에 혼획된 고래를 안전하게 내보내는 장치를 개발한 것과 관련, 이를 어업인들이 실제 어업현장에서 사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어구개발과 어업 현장이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수과원은 정치망에 혼획된 고래를 그물 훼손 없이 안전하게 방류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해, 현재 최종 성능시험 중이라고 밝혔다.

 고래 등 대부분 해양포유류는 해양생태계법에 따라 고의로 해를 입히거나 또는 잡을 수 없는 대표적인 해양보호생물이다. 그러나 연안 정치망에는 약 5m 이하의 작은 고래가 혼획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으며, 혼획 시 방류가 쉽지 않아 어업인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또한, 미국은 2017년 '해양포유류보호법'의 수산물 수입시행규정에 관한 규칙 발효에 따라 대미 수산물 수출국가를 대상으로 해양포유류가 혼획되는 어구로 잡은 수산물에 대해서는 자국에 수입을 금지하는 수산물 수입규제를 2024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이다.

 이에 따라, 수과원은 지난 2017년부터 해양포유류가 혼획될 가능성이 있는 주요 어업에 대해 해양포유류를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순차적으로 개발해 왔다.

 이번에 개발한 장치는 정치망에서 포유류를 보호하는 장치로, 그물의 윗부분에 일종의 커다란 지퍼를 달아, 그물의 훼손 없이 이를 일시적으로 개방해 고래가 쉽고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혼획된 고래를 탈출시키려면, 고래를 몰아서 그물 위로 넘기거나, 그물의 일부를 수면 아래로 눌러서 일시적 탈출구를 만든 후 정치망 밖으로 방류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은 고래에게 많은 상처와 고통을 줄 수 있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며, 방류 과정에서 어업인도 사고를 당할 위험도 있다고 수과원은 밝혔다.

 수과원은 지난해 12월부터 동해안 정치망에 이 장치를 설치해 내구성, 편의성, 실용성 등을 점검·개선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어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치망 혼획방지 장치 시험에 참여하고 있는 어업인은 “이 장치를 사용해보니 해양보호생물인 고래의 방류뿐만 아니라 해파리와 같이 값어치 없는 대형 해적생물의 배출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동식 국립수산과학원장은 “고래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자원 이용의 대상이 아닌 보호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어구별 장치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어업인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효과적으로 해양포유류를 보호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망 어업인에게는 고래 혼획이 ‘로또’처럼 보여 왔던 게 사실이다. 고래 고기가 고가라 한번 그물에 들어오면 3,00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릴 수 있는데 개량 어구로 어구를 교체하라고 하면 자기 돈을 들여 어구를 교체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장치는 어구에서 가장 중요한 지퍼를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데 비용이 한 척당 최소 1,000만원 이상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봉진 수과원 수산공학과 연구관은 “대량 생산되면 싸지겠지만 현재는 주요 부품인 지퍼를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대성 경남정치망수협 조합장은 “어업인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일이라서 따를 수밖에 없지만 실용적일지는 의문”이라며 “어업인에게 어구 교체 부담을 준다면 어구를 스스로 교체하는 어업인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런 연구과제가 타당한지 연구과제 선정에 대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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