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어촌사회 기능 유지하는 정책 이제 한계 봉착해 있다
삶의 질 낮고 국토 외곽지역인 어촌 소멸위기 국가적 난제
어촌 인구 0.2% 수준이지만, 국토의 4.4배 규모 해양영토 지켜
진입장벽 해소·이민프로그램 도입 등 과감한 혁신정책 필요

박상우 KMI 어촌연구부장
박상우 KMI 어촌연구부장

 지방소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2년 대한민국의 합계출생율은 0.78명으로 OECD 국가에서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의 평균 합계출생율 약 2.3명에 비해 1.5명이나 낮은 수준이다. 대한민국은 인구성장의 시대가 끝나고 본격적인 위축사회로 접어들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전망에 따르면 인구규모와 고령인구 비율은 각각 2022년 5,200만명, 17.5%에서 2070년에는 3,800만명, 46.4%으로 예측되고 있다. 대한민국 절대인구 감소와 초고령화로 인해 사회·경제분야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자명하다. 특히, 이미 급속하게 줄어드는 어가인구와 초고령화된 섬과 어촌지역은 지방소멸 위기에서도 가장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필자가 수행한 연구에서 진행했던 인구추계 전망보다 현실 속 어촌소멸 속도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어촌소멸 위험성이 경고가 아닌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본고에서는 지금까지 정부, 지자체, 전문가 그룹 등에서 논의되고 있는 어촌소멸 대응 방안들이 과연 해법이 될 수 있는지 자성(自省)하고, 또한 더욱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방향성에 대해서도 살펴보고자 한다.

 △어업인구 감소 세계 1위 대한민국

 어업은 인류가 시작되면서 생존을 위한 포획과 채취 활동에서 시작되었다.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더 많은 양질의 단백질 공급이 필요하게 되었고, 자본과 기술이 접목되어 산업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에 어가인구가 약 100만명을 상회하였고, 소위 ‘물 반 고기 반’이던 풍요로운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빠른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어촌의 많은 젊은 어부들은 더 좋은 직장과 삶의 질을 추구하고자 도시지역으로 이주하였고, 그 결과 어업인구가 20여년 만에 약 67.2%나 감소하게 되었다. 이는 어업이 크게 위축된 유럽국가(덴마크 66.5%, 스페인 64.2%, 독일 54.7%, 포르투갈 &52.8%) 뿐만 아니라 북미(캐나다 35.6%, 미국 31.2%), 아시아(일본 48.1%, 인도네시아 15.0%)에 비해서도 높다. 국가별로 경제 상황과 어업여건에 따라 각기 다르지만 주로 선진국에서 산업구조 재편 중 어업인구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압축성장 과정에서 지역·산업 간 불균형이 큰 경우에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합계출생률이 낮고, 인구구조 개편이 빠르게 이뤄지고, 삶의 질 여건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국토 외곽지역인 어촌 소멸위기는 국가적으로도 풀기 어려운 난제이다. 어촌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0.2% 수준에 불과하지만 국토의 4.4배 규모의 해양영토를 지키며 살아가는 어촌사회의 중요성은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섬이나 다름없는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특성을 고려한다면 어촌사회의 지속가능성은 해양강국으로 발돋움하는 전진기지 역할과 더 나아가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만큼 규모가 아닌 가치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어업인구 감소 세계 1위 대한민국이 어촌 소멸 낭떠러지 직전에 그 해법의 길을 찾아야 할 난제(難題)이다. 

 △소멸의 길을 걷는 어촌

 몇 해 전 어촌 소멸 원인을 파악해 보고자 어촌사회 내부(어업인)와 외부(도시민)를 대상으로 조사했던 경험이 있다. 필자가 예상했던 결과와 다르게 어업인과 도시민의 답변 결과는 비교적 단순하고 명확했다. 

 첫 번째가 일자리의 미스매칭(Mismatching)으로 나타났다. 어촌현장에서는 내국인 일손이 부족하여 외국인종사자가 대체하여 어업활동을 어렵게 유지하고 있다. 반면에 도시민은 어촌에서 일하고 싶은 일자리가 없어 귀어·귀촌 준비과정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생산영역의 노동집약적인 일자리는 사람을 못 구하고 있고, 도시민들이 희망하는 일자리를 충분하게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전통적인 어촌사회의 기능을 유지하는 정책은 한계에 봉착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어촌을 어떻게 소비하는가에 대한 정책적인 고민이 시작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다각적인 소득원 창출과 높은 기대소득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촌은 이제 어업활동만으로 어가소득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전체 소득에서 어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어업소득 역시 높은 인건비와 유류비 등 어업경비가 증가하고 있다. 감소하는 어업소득 비중으로 인해 어업외소득(농업소득, 관광소득 등)을 올리기 위한 노력이 불가피하고, 따라서 성어기뿐만 아니라 연중 바쁜 일정을 보내야 한다. 특히, 일과 여가활동에 대한 균형 잡힌 삶을 추구하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이미 초고령화된 어촌사회에서 새로운 역량강화교육 등을 통한 노력과 성과를 이끌어내는 것은 사실상 쉬운 일이 아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20여 년간 재정사업(어촌체험휴양마을, 어촌6차산업화 시범사업, 특화어촌 등) 투자로 인프라 개선은 이뤄졌으나 어업외소득 창출에는 한계가 있었다. 소득사업은 통상적으로 상품·서비스의 개발, 운영관리 조직 정비, 판로개척, 예비운영 등 지난한 과정을 거치며, 공동체의 마을사업 특성상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대다수의 어촌이 소득사업의 준비과정과 실행과정에서 중도 포기, 사업 이후 부실 운영을 보여주고 있다. 당초 정부와 지자체가 기대했던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세 번째는 열악한 정주여건과 낮은 삶의 질 만족도를 꼽을 수 있다. 인구밀도가 낮고 접근성까지 떨어지는 섬과 어촌지역은 생활 인프라 투자에서 후순위로 밀리거나 소외되어 왔다. 최근 정부는 어촌어항재생사업(어촌뉴딜 300, 어촌신활력증진)으로 낙후된 어촌어항의 인프라에 약 6조원 규모의 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나 수혜지역은 전체 어촌에서 일부에 해당된다. 모든 어촌지역을 대상으로 고르게 투자 할 수는 없지만 한계마을과 자구적인 노력으로 활성화된 어촌을 제외한 적정 투자대상을 선별하는 핀셋정책으로 재정사업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청년층과 여성이 중요한 삶의 가치로 평가하는 교육, 문화여가, 의료 등의 영역은 더욱 열악하기 때문에 사회적인 진입장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득과 일자리의 요구가 해결되더라도 정주여건과 삶의 질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앞으로도 계속 듣기 어려운 어촌이 될 것이다.

 △사람중심의 어촌정책으로 전환

 어촌의 소멸위기는 오랜 기간 누적된 사회문제가 응축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어촌사회의 인구구조가 단기간에 변화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어촌 소멸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i) 과감한 혁신정책 도입, ii)보다 긴 정책호흡, iii)수산업과 어촌이 가지는 공익적 기능과 가치에 대한 인식 개선이 요구된다.

 사람중심의 어촌정책에서는 거버넌스, 정책대상, 지원방식, 성과관리 전반에 대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어촌정책은 여전히 부족한 인프라의 확충·정비 등을 위하여 개발사업도 필요하지만 해양수산부 국 단위를 넘어 흩어진 공간관리, 인재양성, 소득·복지, 일자리 등 사람중심의 정책기획과 집행관리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특히, 어촌사회의 지속성을 위한 어촌공동체의 건강성 회복과 진입장벽 해소, 더 나아가 어촌지역에 한정된 제한적인 이민프로그램 도입 등 과감한 혁신정책 도입이 필요하다. 2013년 도입된 현재의 귀어귀촌 정책으로는 신규인력 1,000명 내외의 규모에 불과해 빠르게 소멸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어촌사회를 결코 유지할 수 없다. 이미 어촌사회는 다문화가정, 외국인종사자, 귀촌인 등 다변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를 위한 이민제도 도입으로 인한 범죄발생 등 부작용 우려와 사회적인 무관심을 개선해야 한다. 정부차원에서 선제적 도입이 어렵다면 산학연 협의체를 통해 공론화 과정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어렵게 도입된 정책들이 꽃을 피우기도 전에 성급한 판단과 항상 새로운 정책을 찾는 분위기에서 지속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5년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환경에서 긴 호흡으로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도 인정한다. 하지만 사람중심의 어촌정책은 적어도 어촌이 소멸위기까지 소요된 시간만큼 긴 호흡을 갖고 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해야 한다. 단편적인 정책수요 보다는 어촌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해 나갈 수 있는 중장기 비전과 목표, 단계적으로 정책과제 이행을 위한 (가칭)‘어촌 소멸위기 종합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싶다.

 수산업과 어촌이 가지는 공익적 기능과 가치에 대한 논의는 사람중심의 어촌정책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단순히 공익직불제 도입 확대에 대한 논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어촌의 중요성과 그 가치에 대한 공감대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대체 불가한 어촌의 다양한 기능과 역할, 국가적인 중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부족하다. 누구나 쉽고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육과 홍보활동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특히, 초중고 학생들의 정규교육 과정과 현장체험교육 등은 교육부와 협력하여 미래세대가 어촌 소멸위기에 대한 인식과 개선을 위한 노력에 동참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마치면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방류가 현실화되고 있다. 국민들의 수산물 먹거리 안전과 해양레저활동에 대한 불안감은 피해갈 수 없을 것이고, 이로 인한 수산물 소비위축과 어촌관광 기피는 소멸의 길목에 놓여 있는 어촌사회에 닥칠 또 다른 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어촌은 수십만 년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어려운 난관을 이겨내고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전 세계의 어촌이 직면한 기후변화, 환경, 산업재해, 어업유산, 어촌 소멸 등 다양한 문제를 논의하고 공동으로 이행해 나갈 수 있는 ‘세계어촌대회’가 오는 9월 부산에서 처음으로 개최된다. 세계어촌대회가 우리나라 어촌이 직면한 소멸 위기에 대한 해법을 찾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전 세계 어촌이 하나의 공동체 연대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어촌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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