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추세라면 20년 후엔 어촌 87%가 소멸 고위험지역 진입”
전체 어촌지역 491개 읍·면·동 중 57.9%가 소멸 위험지역
‘어촌신활력증진사업’ 추진… 경제·생활·안전 인프라 개선
올해부터 5년간 300개 어촌에 3조원 투입… 민간투자도 유치

권순욱 해수부 어촌양식정책관
권순욱 해수부 어촌양식정책관

 충남 최남단에 위치한 유부도는 조선시대에는 선비들의 유배지로, 오늘날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갯벌’로 알려진 서천군 장항읍의 섬 지역이다. 2000년대 초반에는 어업과 염업 경제활동으로 150명 정도가 거주하였으나, 현재는 30여가구 70여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신규 유입도 거의 없어 2066년에는 19명이 거주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이처럼 도시지역 대비 일자리가 부족하고 거주환경이 열악한 어촌 지역은 지속적인 어가인구 감소로 심각한 인구소멸 위기에 처해있다. 

 인구 재생산력의 관점에서 지방소멸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지역소멸위험지수’는 65세 이상 인구대비 20~39세 여성의 비율로 0.5 미만은 소멸 위험지역, 0.2 미만은 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되는데, 전체 어촌지역 491개 읍·면·동 중 57.9%가 소멸위험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 추세대로라면 2045년에는 어촌의 87%가 소멸 고위험지역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여 해양수산부는 어촌 인구감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어촌을 일터이자 삶터, 쉼터로 만들기 위한 어촌 활성화 정책들을 역점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

 가장 먼저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올해부터 5년간 300개 어촌에 총 3조원을 투입하여 어촌의 경제·생활·안전 인프라를 개선해나간다. 수산물 유통·가공·판매, 해양레저·관광시설을 중심으로 어촌 내 경제거점을 조성하여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고, 민간투자도 적극 유치한다. 아울러 어항과 배후지역의 통합개발, 어항 내 쇼핑센터, 음식점 설치 허용 등 규제혁신도 차질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어촌 거주민들의 삶의 질도 개선한다. 위판장, 마트, 체육관 등을 갖춘 복합 생활시설을 구축하여, 어촌생활의 만족도를 도시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한, 여객선 접안시설, 방파제 등 안전 인프라도 확충하고, 여객선이 다니지 않는 소외도서에는 뱃길 운항을 지원하여 섬 주민의 교통권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둘째, 젊은 청년들의 어촌 유입 확대와 정착을 위해 진입장벽을 완화해 나간다. 수산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청년들의 초기 비용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어선, 양식장을 임대 제공하고, 빈집 리모델링, 귀어인의 집 등을 통해 주거공간도 지원한다. 아울러 어촌 정착지원금 지원대상과 금액을 확대하고, 젊은 어업인 후계자를 위한 융자 조건도 대폭 개선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어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어촌 관계인구’를 발굴하여 확대할 계획이다. 최신 관광 트렌드를 반영한 어촌 살아보기 체험, 어촌 유휴시설을 공유 사무실로 제공하는 ‘어(‘漁)케이션’, 초·중·고 학생 대상 어촌생활체험학교 운영 등 도시민과 어촌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젊은이들의 감성에 맞춘 다양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어촌 주민을 위한 소득안전망도 더 촘촘하게 구축한다. 올해부터 수산 공익직불제 대상이 기존 4개 유형에 추가로 소규모 어가, 어선원까지 확대됨에 따라 더 많은 어촌 주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외에도 마을에 수익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그 수익금으로 마을 자체적인 연금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어촌마을자치연금 사업도 올해부터 확대 추진한다.

 소멸위기라는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어촌 활성화를 위한 정부와 주민들의 노력을 통해 어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320년만에 여객선이 직접 접안할 수 있게 된 만재도 사례나 야간 투명카누 등 체험프로그램 운영으로 관광 소득 12억원을 달성한 삼척 장호 어촌체험휴양마을 사례처럼 희망의 불씨가 피어나고 있다. 

 이 불씨들을 토대로 민-관이 함께 어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우리 어촌이 위기를 극복하고 풍요롭고 활기찬 어촌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수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