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신문 창간 20주년 특별 대담/이명우 동원산업 부회장

물 수(水)자도 모르는 사람 동원산업 와서 최장수 사장 재직
취임 첫날 다른 사장보다 다르게 할 수 있을 게 뭘까 고민

수산업 중요 산업인데 사회적 인식도 낮고 소통도 제대로 안돼
지구의 70%가 바다…플레이어 적고 상상력 가지면 할 게 많아

 본지가 창간 20주년을 맞아 이명우 동원산업 부회장을 만났다. 우리나라 수산 기업 중 가장 규모가 큰 동원산업에서 최장수 사장으로 재직한 후 현재 부회장을 맡고 있는 그를 통해 자원·선원난· 환경 문제 등 여러 가지 위기에 직면한 수산업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진실성과 일관성, 호혜성을 중시하는 그는 대학 졸업 후 삼성전자에서 24년간 근무한 해외 영업 마케팅 전문가였다. 진실성과 일관성, 호혜성은 그가 와튼스쿨에 MBA 원서를 낼 때, ‘당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대해 서술하라’는 문항에 답한 말이라고 한다. 행동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예측가능하게 하고 일관되게 해야 한다. 또 신세를 지면 갚기도 하고, 받은 것은 사회에 돌려줄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이후 그는 소니에 스카우트돼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초 현지인 출신 최고 경영자로 활동했으며 한국코카콜라보틀링 회장, 레이콤 대표이사를 거쳐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특임교수를 했다. 

 그는 2014년 대학교수 재직 중 다시 동원산업에 스카우트 돼 지난해 12월 부회장이 되기 전까지 10년간 사장직을 맡았다. 두자리수 사장을 한 사람은 동원산업에서 그가 유일하다. 

그는 재직 중 매출 2조원 시대를 열었고 동원산업의 양적, 물적 성장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는 이런 성장 배경에 대해 “우리 회사가 그 전부터 준비해 왔던 것이고 재임 기간 중 나뿐만 아니고 다른 직원들이 같이 생각을 모아서 했던 것들이 농축된 결과 아니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이런 성과는 그의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일로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상상력과 원칙을 바탕으로 한 강한 추진력과 수산업과 경제를 아우르는 실무경험을 가졌기에 가능했다는 까닭에서다. 

그는 그간 경험했던 여러 가지 일 중 하나를 고른다면 어떤 일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내가 젊고 사회 초년생이라면 다시 해보고 싶은 일이 수산업이다”고 했다. 상상력을 가지면 해야 할 것도 많고 다른 것보다 만족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수산업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세계 최대 선단 규모를 가진 동원산업 사장으로 왔다. 취임 때 어떤 생각을 가졌나.

 “현업에서 은퇴를 하고 학교에 있었다. 현업에 돌아올 거라고는 생각 안 하고 학교에서 정년 퇴임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엔 많이 망설였다. 수산업을 모르는 사람이 할 수 있을까 했다. 사장으로 처음 이 자리에 왔을 때 내가 사장으로 안 오면 다른 사람이 사장으로 올텐 데 다른 사람이 사장으로 있을 때보다 더 못해선 안 되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을 했다. 사장으로 오면 다른 사장보다 뭘 다르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고민을 했고 취임 첫날(2014년 1월 1일) 직원들과 얘기하면서 만든 슬로건이 있다”

 -그게 뭔가.

 “사장으로 와서 직원들하고 무슨 얘기할까 하면서 생각이 든 게 세 가지다. 첫째 일을 선제적으로 하자. 최적안을 찾기 위해서 이 정도면 됐다 하지 말고 끝까지 노력하자. 그리고 남들하고 다르게, 기존하고 다르게 하자는 3가지 슬로건을 만들었다. 결국 혁신이라는 것은 남하고 다르게 하는 것이고, 기존하고 다르게 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세가지를 가지고 일을 시작했다. 내가 수산은 잘 모르지만 이 자리에 있는 한 남들과 다르게 하자 이런 생각으로 여러 가지 혁신적인 일을 했다”

 -물 수(水)자도 모른다는 사람이 최장수 사장을 하셨다. 최장수 사장이 된 건 그런 것들이 잘 돼서 가능했던 건가.

 “이 비전을 2014년 만들었는데 5년 동안 이 기조를 가지고 갔다. 사장 재임 시 혁신적인 여러 가지 생각들이 이 세줄에서 시작됐다. 2018년에 직원이 주인의식 갖고 하자, 감사하는 운동, 스마트워크 등 이런 것들을 더해 가면서 했다”

 -사장 재임 시 본 수산업은 어떤 산업이던가.

 “수산업은 식량 안보와 직결된 주요 단백질원을 공급하는 핵심식량사업이다. 전세계적으로 수산물 공급은 정체된 반면 수요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국제식량기구(FAO)가 발표한 ‘프로틴 챌린지 2050’에 따르면 앞으로 세계 인구는 96억명으로 지금보다 30% 늘어나지만 단백질 수요는 약 70%가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바다는 지난 10년동안 어획고가 9,300~9,400만톤에서 늘지 않고 있다. 때문에 미래 식량자원 확보를 위한 국제사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제 수산업은 국가 발전을 넘어 국가 생존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수산업이 이렇게 중요한 산업인데 우리나라에선 사회적 인식도 충분하지 않고 수산업 중요성에 대한 소통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안타깝다”

 -지금 수산업이 처한 환경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무엇이 위기인가.

 “연근해어업도 어렵겠지만 원양어업은 상당한 위기다. 선원 문제, 입어의 까다로움, 선박부터 환경 등 모든 규제가 점점 강화되고 있다. 동원도 금년 10조원 정도 매출을 할 텐데 원양어업에서 고기 잡는 것은 6~7% 밖에 안 된다. 국내 다른 원양회사들 보면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또 어떤 회사들은 앞으로 이 사업을 할 거냐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산업도 다 어렵지만 우리 수산업은 선원 문제에다 환경, 입어 상의 여러가지 제한 등 국제적인 규제를 하니 비용도 올라가고 있다. 선망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은 거의 한계에 도달해 있는 것 같다”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보는가.

 “내가 위기다, 잘해야 한다는 얘기는 쉽게 할 수 있지만 어떻게 하면 될 것인가 해법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원양어업도 국가적인 산업으로 육성하려면 정부가 규모의 경제로 키워야 하는 것 아닌가.

 “혁신을 하는 것은 기업의 몫인 것 같고, 정부가 이래 주면 잘되고, 저래 주면 안 되고 그런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업계가, 플레이어들이 혁신하고, 투자하고 우리가 업을 앞으로 지속적으로 해 나갈수 있도록 참여자들이 또 고민하고 업자들끼리도 서로 협력하면서 발전을 모색하는 게 좋은 방법이 아닌가 싶다.”

 -세계 최대 규모의 선단을 운영하며 글로벌 원양업계에서 막강한 경제력과 영향력을 가진 동원산업이 양양에 연어 양식장을 짓기로 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잡는 어업의 생산량이 정체 국면에 접어들어 기존의 잡는 어업을 뛰어넘을 혁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FAO의 2022년 전세계 어업 및 양식업 현황 자료예 따르면 2020년까지 어업 생산량은 30년 동안 600만톤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양식업은 같은 기간에 비해 8800만톤으로 7배나 성장했다”

 -지금 양양에 짓기로 한 육상 연어양식장 공사는 시작됐나.

 “양식장은 정부에서 필요한 허가도 났고, 설계도 다 돼서 하반기 중에 공사에 들어간다. 이 양식장이 완공되면 연간 2만톤의 대서양 연어를 국내 식탁에 올릴 수 있다. 연간 4만~5만톤 가량을 수입하고 있는데 수입 대체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한다. 양양 양식장 같은 경우도 기본적으로 2,000억 이상 돈이 드는 사업이다. 일반 어민들이 할 수 있는 작은 사업이 아니다”

 -왜 연어 양식을 생각했나.

 “국제수산기업 회의체인 씨보스 회의 창립총회가 2016년 11월 몰디브에서 있었다. 여러 회사들이 모였는데 양식 안 하는 회사는 우리 밖에 없었다. 돌아와서 양식 테스크포스를 만들었고 국내 어민들하고 충돌이 없는 게 연어라고 생각했다. 또 연어는 대부분 수입을 하고 계속 수요가 늘고 있으니까 수입대체 효과도 클 것으로 생각했다. 당시 그것 말고도 텔라피아도 있었으나 텔라피아는 베트남이 너무 좋은 자연조건을 가지고 있어서 포기했다”

 그러면서 “이 사업을 영세어가와 대기업간의 갈등, 로칼어종과 연어와의 갈등으로 보지 말고 국제 규모를 가진 하나의 양식산업으로 수입대체를 떠나서 수출하는 어종. 거기다가 단백질 부족에 대한 인류애적인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큰 기업과 개인어가가 경쟁하면 대기업이 손해 봐야 하고 일반어가가 해야 한다는 그런 식은 일견 일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제 경영을 가지고 사업을 한다고 보면 맞지 않다. 원양선사, 어업회사가 규모를 가지고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도하고 장려하고 촉진해줘야 한다. 

 노르웨이의 연어 양식은 조그만 어가들이 하는 것들을 지역적으로 모이게 하고 좋은 공급 체인도 만들고 좋은 사료도 만들게 하고 좋은 육종도 하고 좋은 기술을 공유하게 해서 세계적인 산업으로 키웠지 않나. 작은 어민과 기업의 갈등 구조가 아니고 작은 어민들이 힘을 모아서 덩치를 키우고 경쟁을 키워서 세계 여러 시장을 호령하는 그런 기업들로 커나가는 그런 식의 사고를 해야한다”

 그는 “대기업인 원양업체나 기업체가 들어오면 일반어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이런 식은 안 된다. 연어를 한국에서 양식하면 광어 어민이 다 죽는다 이런 억지 사고는 아닌 것 같다”며 “광어는 광어의 시장이 있고, 또 광어는 광어대로 수출하고 경쟁력을 갖추면 된다. 연어는 수입 대체하면서 균형 있게 생산하고 수출도 하면 전체가 커지는 것 아니냐”고 했다.

 

 -우리나라 수산업 발전을 위해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을 것 같은 데 말을 아끼고 있는 것 같다.

 “우리(동원산업)가 어떻게 하는지는 말씀드릴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업계가 이렇게 해야 한다는 얘기는 조심스러워서가 아니고 정말 어려운 화두라는 생각이 든다. 또 우리 수산업이 이래야 한다 이런 얘기하는 것은 내가 적임자도 아니다. 다만 내가 젊었으면, 그리고 지금 다시 업을 선택한다면 수산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여기는 상대적으로 플레이어가 적다. 어차피 내가 평생 일을 하나 밖에 못한다면, 이런 데 와서 나를 바쳐서 일 한다면 해야 할 것도 많고, 내가 다른 것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 바닷속에서 다른 먹을 것을 찾는다든가, 막연하지만 그런 것을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으면 수산업도 힘을 받지 않겠나. 원양은 우리 바다 영토를 넓히는 것이고 그 안에 외교도 있고 다른 것이 다 있다. 지구 표면의 70%가 바다다. 그 바다를 상대로 한다는 것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어업이나 양식 말고도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그런 것을 재대로 공부하고 그것을 자기의 사명으로 아는 꿈 많은 젊은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그는 “어느 날 김재철 회장님이 외국가시면서 인천대교 건너다 전화를 하셨는데 수산과학원에다가 음파를 이용해 고기의 이동을 컨트롤 하는 것이 연구된 게 있는 지 알아 보라고 하셨다”면서 “김 회장님처럼 서해를 양식장으로 만들면 어떨까 그렇게 상상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세월이 빠르다. 벌써 10년이 됐다. 수산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이곳에 와서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고, 하다 보니 좋은 걸 많이 배웠다. 다시 사회 초년생이 된다면 수산업은 처음부터 해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있는 산업이다. 지구의 70%가 바다인데 바다를 상대로 해서 고기를 잡든, 양식이든, 바다자원을 활용하든 얼마나 멋진 일인가. 젊은 사람들이 이런 쪽에 상상력을 가지고 많이 참여한다면 수산업 미래는 밝아질 수 있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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