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소재로 시조 지어 등대 중요성 및 해양문화 사상 고취
등대 시조에 해양전문사진작가 김관중씨 작품 실어 화보로 제작
등대 친수·해양레저공간으로 만들어 젊은이 관심과 인기끌 수 있게
맡은 일 내려놓고 그간 발간한 시조집 정리 영어로 번역해 볼 생각

등대, 시조를 밝히다
등대, 시조를 밝히다

 1997년, 제2대 해양수산부장관을 지낸 조정제(84) 前장관이 등대를 소재로 한 시조집(등대, 시조를 밝히다)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 대진에서 마라도까지 우리나라 30개 등대를 소재로 조 前장관이 직접 현장에 가 시조 소재를 찾아 만든 이 시조집은 해양전문사진작가인 김관중씨가 사진을 입혀 화보로 제작했다. 

 코로나 때문 활동을 못했던 2년 전 대진항 등대를 보고서 시심(詩心)이 생겨나 등대 시조를 쓰기 시작했다는 조 前장관은 “시조를 통해 우리 젊은이들의 가슴에 바다와 해양기질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 시조집은 등대 연혁 등 등대 소개와 조 前장관 시조, 김관중씨의  사진 등이 어울려 등대를 새롭게 관조할 수 있는 운치있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고령인데다 길이 험해 소매물도 등대를 찾아갈 때 엄청 힘이 들었다는 그는 ”등대는 먼바다 외진 섬에 있기 때문에 배를 타야 하고 민박에 의지해야 했지만 보람있는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이 길이 해양부국에 기여하는 저 나름의 하나 남은 외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현장에 가서 시조 감이 될만한 소재를 찾은 뒤 초고를 마련하는 데 10번 이상, 수십번 읽고 고치고 다듬었습니다. 등대뿐 아니라 거기 해양문화 공간을 한 묶음으로 해 ‘가고싶은 등대, 머물고 싶은 해양문화 공간'으로 부각시켜 보려 했습니다“

 그래서 인지 그의 시조는 명태 덕장에서 찬 바람을 맞고 겨울을 버틴 황태처럼 깊은 맛이 우러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조 작가이며 예술원 회원인 이근배 씨는 이 시조집을 보고 “조정제 시인은 외진 바닷가나 섬의 벼랑 끝에만 서 있는 등대를 이제 뭍으로 데려와서 국민 모두의 가슴 속에 시의 불을 밝히는 등대지기로 나서기로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등대를 찾아다니며 내 나라 바다의 내비게이션을 자랑스러운 모국어의 가락인 시조로 완성한 것은 이전에도 없었던 일이고 이후에도 있기 어려운 일”이라며 “이 국토의 장엄, 바다의 어머니 등대의 사랑을 또 누가 있어 대서사시로 적어 낼 수 있으랴”고 극찬했다. 

 공직 퇴임 후 ’북향 열차‘등 2편의 장편소설을 냈으나 젊은 에너지가 고갈돼 소설은 접었다는 조 前장관은 앞으로 계획에 대해 “먼저 맡은 일부터 내려놓으려 한다”며 공직 사퇴를 시사했다. 그러면서 “그간 발간한 3권의 시집에서 나름 괜찮다 싶은 시조를 골라 총결산하고 이를 영어로 번역해 볼 작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늦게 지는, 한반도 최서남단에 위치한 가거도 국가 명승 섬등반도의 한 민박집에서 3,4일 정도 머물면서 문학과 일생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4×6배판, 224쪽 모두 칼라로 제작된 이 시집은 해양문화 공간이나 청소년들의 해양문화 행사, 등대 방문 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시조집의 판매 수익은 모두 바다살리기운동본부에 기증할 계획이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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