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ESCO 자연유산 갯벌과 새만금의 백합
한강하구 막히지 않고 타의에 의해 보존되고 있는 건
남북 단절과 긴장상황의 역설
접근 불가능했기에 오히려 손대지 못한 갯벌

윤학배 전 해수부 차관
윤학배 전 해수부 차관

 자연유산등재의 진짜 의미

 우리나라 갯벌이 UNESCO에서 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몇 차례 시도한 끝에 등재가 된 것이라 더 가치가 있고 우리의 유산을 넘어 인류의 유산이라는 것을 UN기구가 공인한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모든 갯벌이 등재된 것은 아니고 충남 서천과 전북 고창, 전남 신안, 보성, 순천의 갯벌이 대상이다. 사실 등재 여부와는 무관하게 우리나라 갯벌이 중요하고 자연적으로도 매우 의미있는 자연 자원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가 그 소중함을 알고 잘 아끼고 가꾸어 나가면 되는 것이다. 유네스코 지정은 우리가 갯벌을 더 잘 보존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갯벌은 세계 5대 갯벌에 속한다. 캐나다와 미국, 브라질과 북해연안과 함께 가장 넓고 생명력이 풍부한 갯벌로 인정되고 있는데 이번 지정으로 확실한 공인을 받은 셈이다. 

 그런데 갯벌이라고 다 같은 갯벌이 아니다. 지리적, 지질학적, 기능적으로 다르다. 강 하구에 위치한 갯벌과 해안가를 따라 위치한 갯벌이 있고 모래로 이뤄진 갯벌과 진흙 뻘로 이뤄진 갯벌 그리고 이것이 뒤섞인 갯벌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생명력이 풍부하고 가치가 있는 것이 바로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형성된 하구갯벌이다. 한강하구와 강화도 갯벌, 만경강과 동진강이 만나는 새만금 갯벌, 영산강 하구 갯벌, 낙동강 하구 갯벌 등이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한강 하구 말고는 모조리 그 입구가 막혀 있다. 바다와 강이 소통을 하지 못하니 거기의 갯벌은 더 이상 갯벌이 아닌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내륙의 비무장 지대인 DMZ처럼 바다에서는 한강하구가 막히지 않고 타의에 의해 보존되고 있는 것이다. 남북 단절과 긴장상황의 역설이다, 한강 하구만이 살아있는 바다의 DMZ이다. 접근이 불가능했기에 오히려 손대지 못한 갯벌, 그래서 우리에게 보석으로 남겨져 귀하디 귀한 갯벌이 한강 갯벌이다. 

 호주 대사관 외교관과 새만금 철새

 2000년 초경 필자는 해양수산부 해양환경과장이었다. 어느 날 호주 대사관의 참사관이 방문하겠다고 하여 면담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여성 외교관은 새만금 사업에 대해 반대를 하면서 새만금이 시베리아에서 호주로 오는 철새의 중요한 중간 기착지라며 절대 없애면 안된다고 역설했다. 참으로 당황스럽기도 하도 놀랍기도 한 이야기였으나 당시 해양수산부가 더 이상 새만금 사업을 막을 수 없어서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갑자기 그 호주 대사관의 참사관이 떠 오른 것은 유네스코가 우리 갯벌을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해 준 중요한 이유중 하나가 철새의 중간 기착지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대단한 외교관이 아닐 수 없다. 

 당시 해수부의 현안중 하나가 바로 새만금 사업이었는데 장관이 고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당시 새만금 사업을 하려는 농림부와 이를 반대하는 해수부와 환경부등 정부부처 간 그리고 관련기관과 NGO들과의 격렬한 논의 끝에 당분간 새만금 사업은 유보가 되었으나 결국 몇 년후 사업이 재개되어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고 새만금호는 담수호의 길을 가고 있다. 이 새만금 방조제만도 33km로 세계에서 가장 길고 그 안의 갯벌 면적이 400ha가 넘어서 여의도 면적의 140배가 넘는 갯벌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갯벌의 생명은 바닷물이 주기적으로 밀물과 썰물에 의해 드나드는 데에 있는데 방조제로 그 숨결이 끊긴 것이다. 당초 새만금 사업의 주목적이 쌀 농사를 짓기 위한 것이었으니 당시도 그렇지만 지금에서 보면 너무 황당한 논리이고 주장이었다. 당시에도 남아돌던 쌀은 지금도 엄청나게 남아돌아 재고용 쌀을 보관하는 비용이 1년에 수백억씩 드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의 새만금 사업은 당초 목적인 논농사는 어디로 가고 태양광과 관광지로 그 운명이 바뀌고 말았으니 애당초 새만금 사업의 당위성이 상실되고 만 것이다. 이제 새만금은 억만금을 주고도 되돌리기 어렵게 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런 새만금이 지금은 방조제에 포위되어 그 생명을 다하고 있다. 조개중에 백합이라는 것이 있다. 새만금 방조제 이전에는 우리나라 백합생산의 7-80%가 새만금에서 생산됐다. 백합하면 새만금이었던 것이다. 지금 새만금에는 백합의 껍데기만 하얗게 뒹군다. 더 이상 갯벌이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말해주는 것처럼... 갑자기 “무엇이 중헌디!”라는 말이 떠 오른다.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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