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여왕이 다스릴 때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고들 이야기 한다. 이 이야기는 일정부분 일리가 있고 또 맞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역사가 보여주듯이 빅토리아 여왕시대가 그렇다. 그런데 유렵 열강의 역사를 살펴보면 흥미 있게도 여왕이 다스리던 시절 바다로 진출하여 국가 번영의 토대를 만들었거나 계기가 된 여왕들이 많다. 참으로 우연인지 아니면 바다가 여성이듯 여왕들이 바다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있었는지는 알수 없으나 역사는 그렇다고 말하고 있다.

 영국과 결혼한 엘리자베스 1세 

 엘리자베스 여왕(1558-1603년 재위)은 45년간이나 재위하면서 명실상부하게 영국을 해양국가로 만드는 기반을 놓은 여왕이었다. 엘리자베스 1세는 그 유명한 영국의 군주였던 헨리 8세와 비운의 왕비 앤 볼린 사이에 태어난 유일한 자손으로 앤 볼린이 죽으면서 순탄치 못한 유년기를 지났으나 우역곡절 끝에 결국 왕위에 오르게 된다. 그는 1492년 신대륙 발견이후 당시 세계 최강의 함대를 보유하여 대서양을 주름 잡던 스페인을 견제하기 위하여 비상 수단을 강구하게 된다. 바로 당시 신대륙 카리브해와 대서양에서 스페인 상선을 공격하여 물건을 약탈하던 영국인 해적으로 악명을 떨치던 해적 선장 프랜시스 드레이크(Francis Drake)를 해군 지휘하는 해군제독으로 임명했던 것이다. 해적에서 해군제독이라니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으나 당시 영국으로서는 신의 한수였다. 그는 1588년에 영국과 스페인의 운명이 걸린 칼레 해전에서 스페인이 자랑하는 아르마다 무적함대를 격파하여 영국을 해양대국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일등공신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드레이크가 당시 엘리자베스 1세의 신임에 승전으로 화답을 한 것인데 스페인은 결국 이 전쟁에서 패전하면서 네덜란드의 독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으며 이어서 네덜란드와 영국에 바다의 패권을 넘겨주게 됐던 것이다. 스페인의 무적함대 130척 중 절반이상이 피해를 당하여 60척 정도만 스페인으로 돌아가는 결정적인 패전이었다. 이 해전에서 승리를 때운 드레이크는 영국인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바다의 영웅으로 꼽힌다. 엘리자베스 1세는 미국식민지 개척에도 박차를 가하여 영국이 북미에서 독주하는 토대를 만들었기에 미국 식민지 시대에 처음 개척한 지역의 이름이 버지니아(Virginia)인데 결혼하지 않았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을 기리기 위해 지명을 지은 것이다. 또한 대영제국 형성의 첨병인 동인도회사도 1600년 처음 만들어 인도 등 아시아를 식민지화 하는 선발대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도 보면 엘리자베스 1세야 말로 현재의 대영제국의 기본 주춧돌과 토대를 놓은 여왕이다.

 영국 섬을 통일한 앤여왕

 영국 스튜어트 왕조의 마지막 왕이었던 앤(Anne) 여왕(1702-1714년 재위)은 당시까지 영국 섬의 북부에 독립 왕국으로 있던 스코틀랜드를 합병하여 지금의 영국 즉 Great Britain의 모습을 갖추게 했다. 또한 스페인과 왕위계승 전쟁을 벌여 승리함으로써 영국여왕으로써 위상을 굳건히 했는데 이때 영국군을 이끌고 전쟁을 벌인 총사령관이 2차 대전의 영웅인 처칠 수상의 조상으로 말보로 공작으로 임명된 존 처칠이었다. 이 공로로 앤 여왕은 존 처칠 말보로 공작에게 블렌하임(Blenheim) 궁을 새로 지어서 하사했는데 여기에서 2차 대전의 영웅 윈스턴 처칠수상이 태어났다. 특히 앤여왕은 대서양과 지중해를 연결하는 해협이자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이 마주 보는 지역인 지브롤터를 스페인 왕위계승 전쟁중에 점령하여 영국령으로 삼았는데 지금도 영국의 해외영토로 스페인과 영토를 둘러싼 갈등원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 영국에게는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전략상의 요충지이다. 지브롤터의 영유권을 두고 주민투표를 하면 항상 영국에 우호적이어서 스페인도 마음대로 어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지브롤터를 영국에 빼앗긴 스페인은 해협의 건너편 아프리카 대륙인 모로코에는 스페인령의 군항인 세우타(Ceuta)가 있어서 16세기 이래로 스페인에 있어서 중요한 군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계속)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