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님 선장님, 우리 선장님!
영국선 선박에 승선해 선장까지 되는 것은 바람직하고 선망되는 직업
아무나 되는 직업이 아닌 선택받은 사람만 할 수 있어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

 캡틴의 나라, 영국의 선장님들

 영국에서 존경의 대상은 많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났지만 영국 여왕이나 왕족들, 그리고 과학자나 연예인들이나 스포츠계의 스타들이 그들이다. 여왕의 경우는 군주가 없는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나 다른 대상들은 우리와 거의 동일하다. 그러나 우리와 완전히 다른 존경의 대상이 있다. 바로 마도로스 선장(Captain)에 대한 영국인들의 존경심과 소위 한수 접어주는 태도이다. 

 우리나라에서야 이전부터 ‘오뉴월에 물가에 가지마라’라는 속담이나 조선시대에 섬을 비우는 공도(空島)정책 등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배를 탄다는 것은 고생하는 자리이고 직업으로서 그리 선호하는 대상이 아닌 것이 현실이었다. 아마도 우리 주위에 대부분의 부모들도 자식들이 배를 타러 간다고 하면 환영보다는 말리는 편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선박에 승선하여 항해경험을 쌓고 선장까지 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선망이 되는 직업이다. 소위 하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되는 직업이 아닌 것이고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직업이다. 물론 이러한 평가나 인식이 최근에는 조금 쇠퇴된 것은 사실이나 아직도 선장 즉 캡틴이라면 영국사회에서 아니 유럽 사회에서는 관심과 존경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영국인의 명함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박사라고 명함에 굵은 글씨로 기재하는 것처럼 Captain이라고 굵은 글씨로 쓰여진 명함을 가진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그리고 선장이라는 경력을 언급해주고 물어보면 딱딱하던 영국인의 얼굴에 미소가 피면서 바로 쉽게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한국 부산항이나 인천항에 한두 번은 기항을 해서 우리나라를 가보았다고 우리와의 인연을 이야기 하거나 아니면 우리나라 항해사나 기관사와 같이 근무한 적이 있다며 그 경험을 들려주기도 하였다. 더욱이 런던에 소재하는 유엔 기구인 국제해사기구 IMO 등 국제기구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해보면 선장을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도 다른 호칭보다 우선적으로 ‘캡틴 00’처럼 선장의 호칭을 우선으로 불려주는 것을 많이 볼수 있다. 

 선장은 자부심이나 자랑스러움과 같은 말이다.

 우리는 아마도 이전에 선장이라고 하면 또는 배를 탔다고 하면 고생 많으셨다고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이 일반적인지도 모른다. 바다를 터전으로 삶는 이들에게 고생한다는 위로의 말 보다는 남들이 하지 못하는 직업을 가진 전문직업인으로서 인정을 하고 그런 시각을 갖는 것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승선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말을 시켜보면 바다를 보면서 바다에서 터득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에피소드와 조언의 보따리를 열 것이다. 우리도 어쩌다 바닷가에 가서 파도만 보아도 갑자기 시인이 된 듯, 문학가가 된 듯이 저절로 시 구절 한수가 흘러 나오거나 사색에 잠기는 것을 다 느꼈을 것이다. 그러니 오랜 기간 바다를 육지 삼아 바다를 보면 근무했던 마도로스들은 아마도 다들 시인이거나 소위 도를 터득하지 않았을까 한다. 선장은 자랑스러움이다.

 바다에서 육지를 보자. 신세계이다

 바다에서 육지와 해안선을 본 적이 있는가! 우리 어민들이야 늘 보아오는 것이지만 일반인들 입장에서 육지에서 바다를 향해서 보는 해안선은 바다에 나가서 보는 해안선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산을 올라갈 때 모습과 내려 올 때 모습이 많이 다른 것을 보면서 가끔씩 놀라기도 하고 즐거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바다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배를 타고 바다에서 거꾸로 보는 육지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다. 육지에서 바다를 보지 말고 바다에서 육지를 바라 보자. 신세계가 펼쳐진다. 역지사지도 이런 역지사지가 없다. 이렇듯 역지사지를 항상 체험하는 이들이 바다의 사나이들이다. 이들을 존경과 애정을 가지고 대해보자. 그것이 바다를 아끼고 사랑하는 첫 걸음이다. 선장님들을 존경하는 것이 곧 바다를 사랑하는 것이다.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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