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시어(市魚) 참가자미를 보며
경주하면 불국사·석굴암·천마총 같은 왕릉 먼저 떠올라
예상을 뒤엎고 경주에는 시의 물고기 시어(市魚) 있어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

 지난주에는 가을의 마지막을 붙잡아 보기라도 하듯 남쪽 경주시를 방문하여 시청에서 직원분들을 대상으로 "일상에서 바다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강의하였습니다. 귀한 시간을 내준 시장님을 비롯한 직원 분들의 열기와 환대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은 경주하면 바다가 떠오르는지요? 경주에도 바다가 있었나 라는게 아마도 첫 반응일 겁니다. 우리에게 경주는 불국사와 석굴암 그리고 천마총같은 왕릉이 먼저 떠오르지요. 그런데 경주가 변하고 있습니다. 바다의 도시로 말입니다. 깜짝 놀랐고 너무 반가웠습니다. 예상을 뒤엎고 경주에는 시의 물고기 시어(市魚)가 있습니다. 바로 2016년에 지정된 참가자미입니다. 

 경주의 동해안 감포항의 참가자미는 이름 그대로 가자미중 으뜸으로 칩니다. 경주의 시어가 참가자미인 이유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우리나라의 많은 바닷가 도시들도 시어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다행이도 우리나라 제1의 해양수산 도시인 부산의 시어가 있습니다. 바로 고등어입니다. 충분히 이해가 되고 또 감사한 일입니다. 그런데 인천, 목포, 여수, 군산, 포항, 속초 등 대부분의 바닷가 도시들조차 시의 물고기인 시어는 지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시의 꽃 시화, 시의 나무 시목, 시의 새 시조 등은 대부분이 있습니다만 시어가 보이지 않아 많이 아쉽습니다. 해안을 끼고 있는 지자체의 시장, 군수님들이나 지방의회 의원 분들께서 기회가 되시면 각기 바다도시들의 특성에 맞는 시어를 지정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인천은 새우젓, 목포는 홍어, 속초는 명태, 포항은 과메기 등으로 말입니다. 덧붙여 안동은 내륙도시이지만 그 특성을 살려 간고등어 정도로 하면 어떨지요?

 더욱이 경주는 2023년도 5월 31일 28회 바다의 날 기념식을 개최하려고 추진중에 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 내륙도시나 다름없는 경주가 내년도 바다의 날을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참으로 의미 있고 대단하다는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 경주에서 내년도 바다의 날이 꼭 개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경주시에는 미래사업 추진단이라는 조직이 있는데 이 조직이 바로 경주를 바다의 도시로 만드는 일을 담당한다고 합니다. 이 미래사업 추진단이 경주의 미래를 바다와 더불어 제대로 그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기야 옛날 신라시대의 정부조직에는 신라판 해양수산부인 선부(船府)가 중앙행정기구로 존재하였습니다. 선부는 배를 만들고 운항하는 업무를 담당하였으니 지금의 해양수산부 업무입니다. 이 선부가 있었기에 신라는 한강유역을 점령하여 당나라와 직접 교역하는 항로를 확보하였고 결국 삼국통일의 주역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 전통이 장보고로 계승되었을 것이고 나아가 지금의 경주로 이어져 시어 참가지미가 있고 바다를 통해 경주를 미래를 그려나가고자 하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바다는 경주의 미래입니다. 

 감포항으로 대변되는 어항과 45km의 해안선을 잘 활용하여 경주가 내륙의 역사문화 유산과 동해 해안의 해양문화가 잘 어우러지는 명품도시로 성장해 나가기를 응원합니다. 경주는 과거와 현재, 전통과 미래, 바다와 육지가 조화되는 융합과 포용의 도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바다가 가지고 있는 속성을 지닌 도시라 생각됩니다. 다시 한 번 경주가 바다의 도시로 거듭 나기를 응원합니다. 

 아울러 전국의 바다도시들도 시의 물고기 시어(市魚)를 갖게 되는 제 2, 제 3의 경주가 나오기를 기원합니다.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

저작권자 © 수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