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와 96.5, 소금 이야기
소금과 맹물은 자신을 버리고 녹아서 포용이 되어 하나가 되고
서로 받아들여서 바닷물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하는 깃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

 소금은 금이었다

 다 아는 것처럼 바닷물은 짜다. 3.5%의 소금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염전에서 바닷물을 끌어다 햇빛으로 증발시켜 소금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처럼 장마철이 비교적 짧은 나라에서는 소금을 태양에 의해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얻지만 동남아처럼 우기가 길거나 습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바닷물을 불로 끓여서 소금을 얻는다. 바닷물에서 얻은 소금을 그대로 사용하면 천일염이고 이를 정제하여 불순물을 제거하고 가공하면 더 희고 깨끗한 정제염이 된다. 이 정제염에 후추와 깨 등 갖은 양념을 넣으면 맛소금이 된다. 여하튼 이 3.5%의 소금은 민물과 바닷물의 차이를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이 작은 부분이 나머지 대부분의 성격을 결정하고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일상생활이나 산업면에서 당연히 소금은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가 필요한 소금이 식용과 산업용 모두 포함해서 연간 300만톤 정도인데 국내에서 생산되는 소금이 50만톤이 채 안되니 나머지는 모두 수입해야 하는 형편이다. 우리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데 소금이 부족해서 이렇게 많은 양을 수입한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 면도 있으나 우리의 소금은 주로 천일염이라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반해 남미나 유럽 등은 육지에 있는 소금 광산에서 소금을 대량으로 생산해 내니 비용 면에서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경쟁이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러기에 소금산업 발전을 위해 법도 만들고 여러 가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다 아는 것처럼 그 옛날 화폐가 없던 시절에 일한 대가를 소금으로 지급하였는데, 지금도 월급 등 급여를 소금이란 의미의 라틴어 살라룸(salarum) 에서 나온 샐러리(salary)라고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소금은 귀한 대접을 받았기에 과거에 소금 채취나 판매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허락을 맡아야 하는 사업이었다. 당연히 국가에서는 소금이 주요한 재정 수입을 차지하였기에 중국이나 우리나라 모두 소금을 생산하는 염전이나 보관하는 창고와 유통을 담당하는 관청을 따로 두기도 하고 소금을 국가가 전매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도 하였던 것이다. 이름 그대로 소금은 금이었다.

 소금의 정신은 희생과 화합이다

 성경에서도 “세상의 소금이 되라”며 가르침의 비유를 소금으로 들었다. 그러나 세상의 소금이 되는 것은 어렵다. 세상의 소금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나 조직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역할을 해서 꼭 필요한 존재가 된다면 바로 그것이 소금일 것이다. 96.5%의 맹물과 3.5%의 소금은 서로 상충되는 것이 아니다. 큰 것은 작은 것을 위해, 작은 것은 큰 것을 위해 자기를 내어줄 때, 두 가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완벽한 케미(chemi)를 이루는 것이다. 96.5는 3.5가 없으면 민물과 다를 바 없게 되고 3.5는 96.5가 없으면 존재 이유와 존재가치가 없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어디에 속하는가? 96.5%인가 아니면 3.5%에 포함 되는가? 중요한 것은 결국은 이 둘 모두 자기 자신을 버리고 녹아서 포용이 되어 하나가 되고 또 서로 받아들여서 바닷물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하는 깃이다. 1+1은 2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는 또 다른 1인 것이다. 그것이 바닷물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도 서로는 서로에게 충분히 귀하고 소중한 존재이다. 작든 크든, 같든 다르든 그리고 서로 싫어하든 좋아하든 모두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다. 

 우리 모두 서로 사랑하자. 바다 같은 마음으로...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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