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포커스/ 수산 유통가 전설 유진수산 장공순 회장

60여년간 수산물 유통하며 ‘법대로’ 살아왔는데 ‘ 신뢰’ 외면
“지금 같이 행정 폭력 이어지면 조그만 기업이면 다 망할 것”

장공순 회장은 요즘은 시장에 가는 마음이 착잡하다고 했다
장공순 회장은 요즘은 시장에 가는 마음이 착잡하다고 했다

 

 “나를 수협중앙회 국감 시 증인으로 불러달라. 수협은 나를 현대화 시장 입주를 반대하며 농성하던 사람들 속에 넣고 내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유진수산 장공순(78) 회장은 80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요즘도 노량진 새벽 시장을 거르지 않는다. 

 며칠 전에는 “부리(방어의 일본말)를 100마리 샀다”고 했다. 최근 국내에서 잡히는 참치도 대량 사가는 사람은 장 회장 뿐이다. 부천에 있는 그의 초저온창고에는 꽁꽁 얼어붙은 참치가 가득 채워져 있다. 국내산 연어도 마찬가지다. 그는 얼마 전에도 직접 강원도 산지에 가 연어를 수매해 왔다. 그가 아니면 판매를 다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게 현지 유통가 얘기다.

그는 생선을 보면 생선이 가는 길이 환히 보인다고 했다. 이것을 어떻게 가공해서 팔면 돈이 되는 가를 훤히 알고 있는 것이다. 60년 동안 수산물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가 그를 입신의 경지로 데려간 모양이다. 

 그가 그동안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거래한 금액은 줄잡아 5,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연간 100억원 어치 이상을 수매했으니까 그 정도는 족히 되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통인들은 “그가 노량진수산시장 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결코 과소 평가될 수 없다”고 말한다. 시장만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생기가 돌곤 했다고 말할 만큼 장 회장과 시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요즘 신이 나지 않는다. 노량진 옛 시장 부지 사용과 관련, 수협중앙회와의 다툼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경찰을 거쳐 현재 고검에 넘어가 있다. 그는 “법을 어기지 않았는데 중앙회가 법을 어긴 사람처럼, 파렴치한 사람으로 나를 매도한다”고 했다.

그것도 현대화 반대 농성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을 반대 농성에 참여했던 사람들 부류에 넣어 마치 부지 사용료를 안 내겠다는 나쁜 사람으로 치부해 버렸다는 것이다. 그는 “오죽하면 국감장에 증인으로 불러달라는 얘기를 하겠느냐”며 “이건 돈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60년간 수산물 유통업자로 나름대로 일가를 구축했다고 자부했는데 이 사건으로 자존심이 송두리째 무너져 버린 아픔을 겪고 있다고 했다.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장 회장은 1993년 노량진수산시장 공터(200여평)에 한국냉장과 계약을 맺고 이 부지를 사용한다. 수산물 활어장과 처리장, 사무를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여기에 필요한 시설을 짓는다. 전부 법인의 승인하에 이뤄진 일이다.

문제가 생긴 건 2016년 3월 현대화사업 이후다. 그해 7월 현대화 시장 입주 반대가 이어지는 혼란한 상황 속에서 구시장 활어보관장 앞 수도 공급 메인 배관이 터진다. 물이 공급이 안 되면서 이 건물에서 더 이상 수산물 처리나 사무를 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생선 피 빼는 작업은 신축 시장 경매장 내 처리장에서, 생선 필렛 작업은 유진수산 서운동(인천 계양구) 작업장에서 했다. 그러니까 사무실을 사용할 이유도 없고, 사용도 전혀 안 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수협은 장 회장에게 2016년 현대화사업이 완료된 이후에도 구시장 부지를 무단 점유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부당이득금 2억여원을 내라고 통보했다. 장 회장은 “기가 차다”고 했다. 우리가 사무실을 폐쇄하려고 했는데 법인이 일부 시설은 존치해서 시위 집행부의 사무실 점거를 막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까지 했던 사람들이 이제와서 사무실을 사용했으니까 부당이득금을 내라고 얘기하는 것은 전혀 이치에도 맞지 않고, 상식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그는 “이건 억지가 아니라 횡포이고 갑질”이라고 했다. 또 수협이 통보도 없이 건물을 철거해 그 건물 안에 있는 물건들이 훼손돼 재산 상 손실을 입었다고도 했다.

 게다가 장 회장을 더욱 불쾌하게 만든 것은 수협이 장 회장을 현대화 시장 입주 반대 농성을 하던 사람들과 섞어 놓은 것이다. 농성을 지지한 적도 없고 그 사람들하고 같이 집단행동을 해본 적도 없는 사람을 농성의 멤버로 포함시겼다고 했다.

장 회장은 “내가 농성 지지자처럼 도장을 파 서명란에 서명한 사람을 찾아 경찰에 고발하겠다”고도 했다. 그동안 참고 있었는데 더 이상 참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제 모든 것을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내가 60년 가까이 사업을 하면서 가장 강조했던 말이 ‘법대로’였다”며 “지금도 우리 직원들에게도 내가 법대로 안 하면 고발하라고 하고 있다”고 했다. 

 장 회장은 이런 갈등이 계속되면서 요즘 마음을 정리하고 있다. 속된 말로 수산계에 정이 떨어지는 모양이다. 

“수산계에 봉사하기 위해 자비를 들여 수산물유통가공협회장도 했다. 또 100만인 초밥 먹기 운동도 벌이면서 수산계에 도움을 주려고 했다. 노량진수산시장 발전에도 기여할 만큼 했다. 내 돈 써가면 수산계를 위해 할 만큼은 했다. 그런데 지금 나한테 돌아온 건 수협의 청구서뿐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참치를 판매했고, 청와대에 납품을 비롯해 삼성그룹, 신라호텔, 대원각, 청운각, 오지남 등 내노라하는 요정 등에 처음 수산물 납품의 길을 연 장공순 회장은 수산물 유통인으로서의 마지막을 어떻게 장식할지, 지금 깊은 상념에 빠져 있는 것 같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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