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커피 전문 브랜드인 스타벅스는 고래잡이 배의 1등 항해사 이름
백경(白鯨)이란 제목으로 알려진 멜빌(Melville)의 소설 ‘모비딕(Moby Dick)’에 나오는 고래잡이 포경 선박인 피쿼드호의 1등 항해사 이름이 바로 스타벅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

 스타벅스는 항해사이다

 스타벅스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세계적인 커피 전문 브랜드이다. 그런데 이 스타벅스가 고래잡이 배의 1등 항해사 이름이라는 것을 아는가? 우리에게는 흰 고래 즉 백경(白鯨)이란 제목으로 알려진 멜빌(Melville)의 소설 ‘모비딕(Moby Dick)’에 나오는 고래잡이 포경 선박인 피쿼드 호의 1등 항해사 이름이 바로 스타벅(starbuck)이다. 스타벅스 1호점이 바다와 항구의 도시인 미국 시애틀 바닷가에 그것도 수산물 시장에 1971년에 처음 문을 연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지금 우리가 보는 스타벅스의 로고는 그동안 많이 변화된 것으로 초기의 스타벅스의 상표는 시애틀에 있는 1호점에 가야만 볼 수 있다. 이 로고는 그리스 인근 지중해의 에게해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항해하는 선원들을 유혹해서 선박을 침몰하게 만들었던 사악한 인어(?)이자 바다요정인 사이렌(Siren)을 형상화한 것이다. 물론 지금의 상표는 많이 부드러워 졌지만 아직도 초기의 그 모습이 남아있다. 이 시애틀의 1호점 스타벅스 매장은 그동안 몇 차례 스타벅스의 로고가 바뀌었음에도 1971년 문을 열 당시의 상표인 좀 험악한 모습의 오리지널 상표를 그대로 부착하고 있어서 1호점의 위상을 나타내고 있다.  

 사이렌과 로렐라이 그리고 심청이

 이와 유사한 이야기는 독일 라인강의 로렐라이 언덕에서도 보이는데 로렐라이(Lorelei)라는 말 자체가 요정의 언덕이라는 뜻이다. 이 로렐라이 언덕은 라인강 변에 기슭에 위치한 바위를 말하는데 라인강을 항해하는 뱃사람들이 로렐라이 언덕위 바위에서 부르는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도취되어 정신을 못 차리다가 그만 배가 물살에 휩쓸려가 바위에 부딪치고 만다는 전설로 사이렌의 이야기와 배경만 바다와 강으로 다르지 매우 유사한 내용이다. 아마도 강이든 바다이든 과거에 배를 운항하는 것이 매우 위험하고 예측할 수도 없는 위험이 발생하여 때로는 배가 파손되거나 침몰되는 일이 생겨 이런 유형의 전설이나 신화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뱃길이 그만큼 위험했던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위험한 항해를 하는 선원들에게 위안을 주거나 불행히도 사고를 당했을 때 불가사의한 이유로 어쩔 수 없는 사고라는 위안거리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기에 과거에 선박의 항해가 잦았던 지역에는 이러한 유의 전설이나 이야기들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 이야기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선박의 안전 항해문제를 외부의 힘이나 불가사의한 존재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희생이나 제물을 바침으로써 안전을 도보하고자 했다는 점이 차이가 있다. 참으로 고귀한 정신이고 요즘 코로나를 이겨내는 우리 국민의 힘이다. 바로 서양과 우리의 가치관의 차이가 아닐 까 한다.

 소방차 사이렌이 바다에서 나왔다

 불이 나서 소방차가 출동하거나 경찰차가 긴급 출동할 때 삐뽀 삐뽀하면서 울리는 시끄럽고 멀리서도 잘 들리는 소리가 바로 사이렌이다. 이 사이렌 소리는 1819년 프랑스의 한 발명가가 사이렌이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무엇이라 부를까 고민하다가 이 바다요정 사이렌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창의적으로 만들 수 없으니 역사속의 전설에서 기가 막히고 모방을 한 것인데 모방도 이 정도면 창조에 버금간다. 사실 바다의 요정 사이렌이 부르는 노래는 선원들에게 바다를 두려워하고 조심하라는 경보였던 셈이다. 지중해의 동쪽 그리스 에게해에서 요정 사이렌이 울렸던 바다의 경보가 이제는 육지에서 소방차가 울리는 사이렌이 되어 많은 생명과 재산을 구하고 있으니 절묘한 변신이다. 

 이제 에게해에서 들리는 요정 사이렌의 노래 소리는 없어 졌지만 그 사이렌의 이야기는 커피 한잔에 남아 있다. 진한 커피향을 타고 사이렌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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