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년 수탁직원 으로 시작 40년간 경매장 지켜온 산 증인
수협 노량진 수산 역사상 영업 본부장 3연임은 그가 처음
유통업계, “아직 영업에서 그를 따라갈 사람 없다” 평가

 

 1983년 노량진수산시장 수탁사원으로 들어와 40년 동안 노량진수산시장 경매장을 지켰던 이현주(62) ㈜수협노량진수산시장 영업본부장의 넉넉한 모습을  앞으로는 시장에서 볼 수 없게 됐다.

 80kg이 넘는 큼지막한 체구에 항상 해 맑은 얼굴로 시장의 새벽 공기를 가르던 이 본부장은 지난 20일 임기가 끝나 시장을 떠났다.

 부여서 농사를 짓는 가정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로 와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일을 시작한 지 40년, 그는 비린내가 물씬 풍기는 시장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한강에서 불어오는 살을 에일 듯한 칼바람에 모닥불을 피워 추위를 달래면서도 그는 새벽잠을 반납하고 언제나 시장을 지켰다.

 속기사에서 경매사로, 수탁직원에서 정규 직원으로 자리가 바뀌면서 시작된 그의 40년 노량진수산시장 인생은 글자 그대로  시장의 산 역사다. 그가 황금 같은 청춘기를 맞았던 80년대, 서해안에선 자연산 광어, 민어 등이, 동해안에선 대구 굴 패류 등이, 삼천포 여수에서는 자연산 낙지가, 또 냉동 오징어, 냉동 동태가 경매장을 가득 메웠다. 그는  지금도 그 시기를 잊지 못하고 있다.

 “당시 수탁물량이 연간 20만톤을 넘어서 산지서 물량을 팔아달라고 사정을 할 때입니다. 동해안에서 올라온 명태가 발에 치일 정도였으니까요” 8톤 트럭 70대 가량 물량이 하루 노량진시장에서 경매되던 그때, 시장은 활기에 넘쳤고 173cm, 80kg이 넘는 건강한 청년은 시장을 자기 집처럼 누비고 다녔다.

 그러다가 자원이 감소하고 1998년 산지 직거래 활성화가 시작되면서 노량진수산시장도 침체기를 맞는다. 수탁물량이 서서히 떨어져 80년대 20만톤까지 치솟던 수탁물량은 2012년에는 10만톤을 고비로 2013년에는 8만톤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2017년 6만 3,000톤으로, 그리고 지난해 5만톤(5만 3,842톤)대로 떨어졌다.

 또 강제상장제가 임의상장제로 바뀌었다. 이마트 등 대형거래처가 산지와 직거래를 하고 산지에서 집까지 택배로 배달하는 시대가 됐다. 굳이 도매시장을 이용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왔던 것이다. 그의 말대로 도매시장 기능이 위축된 시기였다.

 시장의 변화를 몸으로 느껴 왔던 그는 2001년 이런 변화에 대응키 위해 신설된 특수사업팀을 맞는 것을 시작으로 부서장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도매법인이 매취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 농안법 개정에 따라 특수사업팀을 활성화시킨 뒤 2001년 수탁사업부장을 시작으로 2006년 판매사업부장, 2010년 냉장사업부장, 2014년 감사실장, 2015년 유통사업부장을 맡았다. 유통사업부장 때에는 중도매인과 항운노조가 현대화 시장으로 이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또 신시장 초매경매를 직접 주관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2016년 노량진수산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영업본부장을 맡았고 재임에 이어 3연임이란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박세형 노량진수산시장 사장은 2020년 그의 3연임을 강력히 추천하면서 “아직 영업에서 그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고 했다. 시장 사람들 역시 그의 3연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갈때도 웃음 잃지 않아...상인들 "항상 해 맑은 웃음 아쉽다"

“나는 시장서 모든 것 이뤘다…여기까지 온 것 하느님 축복”

"격변기 때 힘든 일 많았지만  직원 여러분들 있어 행복했다"

 

 그러나 시간을 이길 수는 없었다. 박세형 사장도 고민과 고민을 거듭했다. 능력이 출중해 옆에 두고 싶었지만 4연임의 벽을 넘기가 버거웠다. 결국 그는 21일 시장을 떠났다.

 그는 퇴임을 앞두고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나는 여기까지 온 것도 하느님의 축복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고 한다. “여기서 부모님도 보내고 얘들도 결혼시켰고 모든 것을 이뤘다”며 “여기서 있는 동안 행복했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일 퇴임식에서도 “2016년 구시장 사태 등 시장 격변기 때 힘든 일이 많이 있었는데 여러분들이 있어 그 일을 잘 마무리했다”며 “여러분들이 있어 안심하고 간다. 고맙다”고 했다. 그는 시장을 떠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갔다곤 한다. 그러나 40년 고락을 같이 한 시장을 떠나는 그의 마음속은 어땠을까. 돌아서선 40년 동안 응축된 굵은 눈물방울이 그의 넉넉한 배 위로 떨어져 내리지 않았을까 싶다.<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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