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바섬에 커피나무를 처음 가져가 동남아 커피 플란테이션 시작
동해 강릉 새 커피문화 신주류로 자리매김

윤학배 전 해수부 차관
윤학배 전 해수부 차관

 모카 커피는 항만의 이름

 요즘 주위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것이 커피점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에서 커피를 가장 좋아한다. 1인당 년간 350잔 이상을 마신다고 하니 하루 한 잔씩은 마시는 셈이어서 세계 평균보다도 세배 이상이다. 이렇게 우리 일상의 필수품이 된 커피의 원산지가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고원지대라는 것이 정설이다.

 에티오피아에 카파(Kappa)라는 지역에 사는 목동들이 양들이 특정한 곳에 가서 열매를 먹고 난 다음에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양젖도 많이 생산하는 것을 신기하게 여겨 가서 보니 커피나무와 열매가 있어서 먹은 것이 커피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에티오피아 말로 Caffa라는 단어가 ‘힘’이라는 뜻이 있다고 하는데 여기에서 커피 어원이 나왔다는 설도 있다. 커피가 신대륙이나 동남아에서 플란테이션을 통해 대량 재배되기 이전인 17세기까지는 워낙 귀하고 값비싼 것이었다. 이 귀한 커피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당시 세계 교역로의 축을 담당하던 홍해 건너편인 중동의 예멘으로 바다를 건너가 예멘으로부터 전 중동지역으로 전파되어 이슬람 세계에서 음용되었다. 지금도 모카 커피는 유명한데 바로 예멘에서 커피를 수출입하는 무역항만의 이름이 모카(Mocha)항 이었기에 여기에서 유행하던 커피가 모카 커피로 불리어진 것이다. 이전에 서울 근교를 여행하다가 한 카페를 보았는데 그 카페 이름이 바로 ‘Port of Mocha’였다. 모카 커피의 유래를 제대로 알고 있는 주인이다. 무슬림 사이에서는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마호메트가 졸음을 이기려고 애를 쓰고 있는 데 하늘의 대천사 가브리엘이 나타나 음료를 하나 주었는데 이것이 바로 커피였다는 설이 있다. 당시 이슬람 세계에서 커피가 얼마나 유행하고 있었는지 또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프랑스 해군장교가 신대륙 남미커피의 원조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이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이 커피가 왜 오늘 날에는 1위 생산국인 브라질이고 2위가 베트남이 된 것일까? 애초 커피를 귀하게 여긴 에티오피아에서는 커피 열매를 살아있는 그대로는 절대로 수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즉 커피 열매가 발아하지 못하도록 껍질을 벗겨서 콩 알맹이만 유럽에 판대했던 것이다. 이것은 문익점이 붓 뚜껑에 숨겨 몰래 가져온 목화씨 이야기와 같은 맥락이다.

 유럽 기후에서는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커피나무를 처음으로 해외로 가져간 곳은 바로 당시에 네덜란드가 지배하고 있던 인도네시아 자바섬이었다. 1696년 커피 씨앗을 자바섬으로 가져가 재배에 성공했던 것이다. 이것이 동남아 커피 플란테이션의 시작이다. 중남미의 경우는 1720년 프랑스의 끌류((Clieu)라는 해군 장교가 파리 왕립식물원에서 묘목을 몇 그루 얻어 가지고 카리브해에 위치한 서인도 제도의 프랑스 식민지 마르티니크(Martinique) 섬으로 근무하러 가게 됐다. 고난의 항로를 거쳐 마르티니크에 도착한 커피 묘목은 단 두 그루였다고 하는데 이것이 중남미 커피나무의 시조인 셈이다. 이후 브라질에 소개되고 이어서 브라질이 포르투갈에서 독립하면서 경제적인 이유로 본격적인 생산을 장려해 커피의 본고장으로서 명성을 얻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알고 보면 우리가 커피의 본고장으로 알고 있는 남미에는 18세기에 들어서야 커피 재배가 본격화 됐다. 그런데 이 18세기는 미국이 독립을 하는 시대로 독립국가 미국은 당시까지 즐겨 마시던 모국 영국산 차(Tea) 대신에 같은 아메리카 신대륙에서 생산된 커피를 장려하고, 신생 독립국 미국인들도 애국심으로 이를 즐기면서 생산지로 브라질이 떠올랐다. 참으로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커피 최대 생산국 브라질과 최대 소비국 미국의 등장이다.

 우리 동해안 강릉은 새로운 커피문화의 신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동서남해안 바닷가를 운전하다 보면 경치 좋고 전망 좋은 곳에는 이국적인 멋이 넘치는 바닷가에 어울리는 그럴듯한 이름의 카페들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다를 통해 커피가 전해 졌듯이 커피와 바다는 궁합이 좋은 가보다. 바다 없이는 커피도 없다.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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