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동 월요 칼럼/ 문영주 편집국장

임준택 회장 출전 여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회장 선거 ‘안개 속’
회장 연임·임기 연장, 외부선 실현에 부정적…시간적으로도 어려움 예상

 수협회장 선거를 7개월여 앞두고 아직 걷히지 않는 안개가 있다. 바로 임준택 회장 출전 여부다. 후보들은 임 회장 거취가 결정돼야 나름대로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현직 회장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데 치고 나가면 위험이 따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아직까지 임 회장 출전 여부가 명쾌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한 조합장은 임 회장이 얼마 전 하와이 출장 시 “연임카드는 아직 살아 있다고 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이는 “연임은 안되더라도 임기 연장은 가능한 것 아니냐”고 했다. 어느 지점에 안개가 끼어 있는 형세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수협법 개정안에는 회장 연임과 회장 임기 연장이라는 두 개의 주요 사안들이 담겨 있다. 회장 연임은 실권도 없는 회장을 굳이 단임으로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게 골자다. 실권이 없다는 것은 물론 현실과 다를 수 있다. 회장 임기 연장은 “새로 뽑힌 조합장 대신 나가는 조합장들이 새 회장을 뽑아서 되겠느냐”는 게 핵심이다. 이미 지난번 수협법 개정안 공청회 때 쟁점이 됐던 사안이다.
 하지만 이 두 개의 사안에 대해선 이미 ‘물 건너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회장 연임은 물리적으로도 쉽지 않다. 임 회장 임기가 내년 3월이니까 선거 시기를 늦춘다고 해도 2월에는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 그러면 남은 시간은 7개월여. 여기에 9월 정기국회는 법안보다는 예산을 우선하는 국회다. 게다가 국정감사가 있어 일정상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쉽지 않다. 또 현직에 이익이나 불리함을 주는 법안은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과가 어렵다. 소급입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이번엔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건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또 회장 임기를 6개월이나 1년 연장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회장 임기를 연장하는 이유는 회장 선거를 연기해 새 조합장과 코드를 맞추자는 얘기다. 그러면 굳이 현 회장 임기를 연장해서 할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 회장 대행 체제로도 얼마든지 공정하게 선거를 치를 수 있는데 왜 회장 임기를 연장하느냐는 것이다. 나가는 조합장들의 회장 투표권을 포기 시키려면 차기 회장 때부터 하던지 지금 조합장 권한을 왜 뺏어 가느냐는 얘기도 나올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임 회장을 두고 “참여자냐 관리자냐”는 이런저런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수협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참여자와 관리자는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 참여자는 선수이고 관리자는 심판이다. 선수는 이기는 게 목적이고 심판은 게임을 공정하게 이끄는 게 역할이다. 그런데 공정하게 게임을 이끌 심판이 선수가 돼 운동장에서 뒤죽박죽이 된다면 제대로 경기가 치러지겠는가.

 수협회장 선거는 가뜩이나 말이 많은 선거다. 과거 회장 당선자가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됐던 전례가 있고 선거가 끝난 뒤에도 돈 선거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게 수협회장 선거다. 급기야 지난번 회장 선거 때는 후보자와 매수자인 조합장이 구속되는 사태까지 벌어지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관리자는 공정한 분위기에서 선거가 치러지고 능력있는 사람이 회장이 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야 한다. 과거처럼 회장 후보자들의 자질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고 다른 것(?)에 의해 회장에 당선되는 선거 풍토가 개선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후보들의 자질 검증을 위해 공개적인 자리에서 상호토론을 할 수 있도록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정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당장은 아니더라도 몇 년이 지나면 선거 브로커도 없어지고 선거판이 깨끗해진다.

 임 회장 재임 시 공적자금이 상환되고 옛날 노량진수산시장 부지가 새로운 전기를 맞는 건 그의 능력과 운이 결합된 결과다. 여기에 임 회장이 수협회장 선거 문화를 확 바꿔 차기 회장 선거에 훌륭한 관리자가 된다면 아마 임 회장은 수협사에 오랫동안 기억될 회장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이런 기로에서 임 회장 저울추가 앞으로 어느 쪽으로 기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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