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의 도시 경북 안동, 혹자는 도산서원이나 하회마을 떠올리겠지만
간고등어·왕문어 숙회·돔베기라 불리는 상어고기 등 수산물의 도시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

 소금이 만든 수산물의 도시 안동
 양반의 도시라는 경북 안동이 자신있게 내세우는 베스트 셀러이자 최고의 브랜드는 무엇일까? 혹자는 도산서원이나 하회마을을 떠올리기도 하겠지만 아마도 간고등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전에 내륙도시인 안동까지 동해안에 있는 영덕의 강구항등에서 잡힌 생선을 운반해오기 위해서는 ‘선질꾼’이라 불리던 남자 행상들이 수십kg에 달하는 고등어를 지게에 짊어지고 그 험한 태백산 줄기를 타고 고개를 넘어 2~3일정도 걸리는 거리를 걷는 방법뿐이었다. 때문에 이 과정에서 고등어가 상하지 않도록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을 뿌려둔 것이 자연스럽게 숙성되고 간이 되어서 오늘날의 간고등어 맛을 내게 된 것이다. 이전에는 고등어 보관에 어려움이 있었기에 과거 간고등어는 지금보다 더 짰다고 한다. 실제로 생선은 상하기 바로 직전 즉 숙성이 최고조에 달하면 감칠맛이 극대화 된다고 하는데 바로 그 맛이다. 안동에서 간고등어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왕문어 숙회는 생명력이 강한 터라 고등어 보다는 훨씬 다루기 쉬운 어종이었다. 거기에다가 돔베기라 불리는 상어고기 또한 안동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물고기이다. 이것들 모두 제사상에 오른다 하니 안동은 수산물의 도시이다.

 안동 간고등어는 스토리의 승리
 삼성경제 연구소(SERI)는 이 안동 간고등어의 경제적 가치를 무려 1,100억원에 달한다고 평가하고 있는데 이는 단일 생선 브랜드로는 최고이자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인 것이다. 또한 한국 능률협회는 안동 간고등어의 브랜드 가치를 116억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왠만한 고급 명품 브랜드 보다 더 높은 가치인 것이다. 물론 이 안동 간고등어가 처음부터 전국적인 유명세를 탄 것은 아니다. IMF등의 어려운 시기를 거치면서 지역의 뜻있는 분들과 지자체가 합심해 안동 간고등어를 브랜드화 하고 스토리를 입혀서 지금의 안동 간고등어가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은 안동권역에만도 10여개 이상의 간고등어 가공업체가 있고 그 유명세는 식을 줄을 모른다. 과장해서 우리나라 고등어 가격은 부산 공동어시장이 아닌 안동에서 결정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안동 간고등어 위세는 대단하다. 우리는 간고등어 스토리에서 우리의 수산업의 미래를 엿 볼수 있다. 각 지역의 수산물에 스토리를 입혀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안동은 바다도시이자 수산도시이다
 지금도 안동시에 위치에 전통시장인 중앙시장에 가보면 깜짝 놀란다. 여기가 내륙도시가 아니라 어디 남해안이나 서해안의 바닷가에 있는 도시의 중앙시장에 와 있는 줄 착각이 들 정도이다. 간고등어, 문어, 돔베기 고기를 파는 수산물 가게가 수십개가 늘어서 있는 모습은 놀라움을 넘어 장관(?)이다.

 현재 관광 트래킹 코스로 각광받는 동해안 울진에서 내륙 봉화까지 이어지는 12령 고갯길도 같은 이유로 ‘선질꾼’이라 불리는 지겟꾼들이 이용하던 길이었다. 지금도 저 험한 12령 길을 따라 걸어보면 선질꾼들의 몰아쉬는 숨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그나저나 참으로 위대한 소금이다. 한 주먹의 소금이 고등어를 위대한 간고등어로 탈바꿈시켰으니 말이다. 제2, 제3의 수산도시 안동과 간고등어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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