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신문 창간19주년 특별기획/기후 변화가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분석/한인성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

 

 

IPCC(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2021년과 올해 3차례에 걸쳐 제6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AR, Assessment Reports)를 발간했고, 이를 정리한 종합보고서가 9월에 발행될 예정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 온난화에 대한 우려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온실가스 저감 및 적응 능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해양 온난화·이상 고수온 심화
실제로 이번 보고서에서는 몇 가지 해양 및 수산에 관한 중요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특히 해양 온난화는 지난 1970~1990년대에 비해 1990~2010년대에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로 증가했고, 이상 고수온 현상(Marine Heatwaves)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보다 잦은 주기로, 보다 강하게, 보다 넓은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지금 배출되고 있거나, 과거에 배출된 온실가스의 영향으로 미래의 해양은 더욱 온난화될 수 밖에 없으며, 나머지 21세기 기간 동안 해양 온난화는 1971~2018년의 변화보다 2~8배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상 고수온 현상도 1985~2014년 대비 2081~2100년에는 수십배 이상 발생 빈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전 지구의 바다는 지금 일부 시기에 나타나는 이상 현상이 미래에는 상시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같은 해양 온난화와 이상 고수온의 급격한 증가는 해양의 생물·화학적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즉, 해양산성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저층으로 부터의 영양염 공급은 가열에 의한 성층의 세기 증가로 표층으로의 공급이 제한받게 될 것이며, 표층과 저층에서의 산소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또한, 해양생물의 서식지가 점차 극지방으로 이동하고, 서식지 환경은 악화 될 것이며, 생물의 생리·생태주기의 변화가 발생하고, 일부 생물들의 몸 크기는 대체적으로 작은 사이즈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수십년간 표층의 해양생물은 10년에 약 50km 속도로 극지방으로 서식지를 이동하고 있으며, 저서의 해양생물도 10년에 약 30km 속도로 극지방으로 이동하고 있다. 또한 해양생물의 생리·생태주기는 일반적으로 10년에 약 4.4일 봄쪽으로 빨라지고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 이와 같은 해양의 화학, 생물학적 변화는 필연적으로 수산업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하며, 실제로 2100년 해양 생물의 평균 생체량은 현재 대비 5~17%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해양 생물의 전체적인 감소는 수산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높은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 안보 리스크에 직면할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 해역은 잘 알려진 대로 세계에서 가장 수온 상승률이 높은 해역중 하나이다. 실제로 지난 54년간(1968~2021) 우리나라 해역의 연평균 표층 수온은 약 1.35℃ 상승해,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인 0.52℃에 비해 2.5배 이상 높은 수온 상승 경향을 보인다. 한편 우리나라 연근해어업 어획량은 지난 1980년대 중반을 경계로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며, 2015년 이후에는 100만톤 이하로 1980년대 대비 30~40% 어획량이 감소했다. 또한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 해역은 이상 고수온 현상이 빈번히 나타나는 해역으로, IPCC 보고서에 보고되는 등 이상 수온의 빈번한 발생은 양식생물의 대량폐사로 이어지고 있다. 수산업은 지속적인 어가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코로나-19에 따른 수산물 소비 감소, 남획과 불법어업, 유류세의 증가 등 다양한 비기후적인 요소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어 해양 온난화와 이상 기후에 의한 영향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양식 시설은 주로 수심이 얕고, 외양과의 해수 소통이 적은 밀집된 좁은 해역에 모여 있어 이상 고수온 등 이상 기후에 취약한 특성을 안고 있어 수산업의 기후변화 리스크는 매우 높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동물성 단백질 중 수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5%로 비슷한 경제규모의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는 등 수산물에 대한 식량 의존도가 높은 국가라 기후변화에 의한 어획량 감소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한국 해역, 수산업의 기후변화 취약
 해양 온난화와 이상 기후의 영향은 단순히 해양의 물리적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최근 수십 년간 우리나라 해역의 표층 염분은 감소 추세에 있으며, 표층의 영양염 농도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해양산성화 영향을 나타내는 pH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양식업 및 조업에 영향을 주는 유해적조 및 해파리의 대량 출현도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독성해파리의 증가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해양의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식물플랑크톤은 크기가 작은 종들이 점점 우점해져가는 변화를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 구축한 해양기후예측 시스템을 통해서 살펴본 우리나라 바다의 미래는 2050년에는 현재 대비 약 2℃, 2100년에는 현재 대비 3.7~4.2℃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2100년에는 우리나라 바다의 수온이 현재 오키나와 남단 해역 수온과 비슷할 것임을 말하고 있다. 미래 수온 전망 자료를 활용해 수산업의 영향을 살펴본 결과, 넙치, 우렁쉥이, 참전복 등 우리나라 주요 양식생물들의 양식적지는 미래로 갈수록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대표적인 상업성 어종인 고등어, 오징어 등은 산란장과 서식지의 변화가 크게 나타날 것이다. 또한 양식생물 중 대표적으로 기후변화에 취약하다고 알려진 해조류, 특히 김의 경우는 현재 대비 생산 가능시기가 1/3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등 기후변화에 따른 수산업의 악영향이 다양한 곳에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양 온난화와 이상기후의 발생은 전 지구 기후 시스템의 문제이며, 인간의 힘으로 이를 해결할 수 없다. 또한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해 온난화와 이상 수온은 미래 더욱 증가할 것임이 확실하다. 따라서 수산업에서 기후변화 적응은 무엇보다 중요한 옵션이며, 정책적, 과학적, 산업적 적응 능력을 향상시켜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국립수산과학원은 해양 온난화에 적응하기 위한 몇 가지 기후변화 적응 기술을 진행하고 있다.


 ◇기후변화 극복 적응 기술 필요성
 최근에는 고수온 내성 전복 품종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현장적용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장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산업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대왕붉바리, 대왕자바리 등 높은 수온에서 잘 견디는 교잡바리류를 개발해 우리나라 해역에서 양성할 수 있는 기술을 확립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 아열대 종들은 경제적 가치도 높아 기후변화 대응과 함께 어가의 소득향상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친환경 양식 기술의 개발도 매우 중요한 기후변화 대응 옵션일 것으로 판단된다. 급변하는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고, 기후변화와 인위적인 요소에 의해 악화되는 연안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친환경 양식어업으로는 스마트 양식 기술, 바이오플락 양식 기술(BioFloc Technology), 아쿠아포닉스 양식 기술(Aquaponics Technology)과 순환여과식 양식 시스템(Recirculation Aquaculture System) 등이 포함될 것이다. 또한 최근 아열대성 어종의 출현이 증가하고 있어 이들 어종을 활용할 수 있는 어획 기술 및 가공 기술 등의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해양 온난화는 아열대에 나타나고 있는 수산 질병이 우리나라 해역에 발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증가시킬 것이다. 선제적으로 수온에 큰 영향을 받는 아열대성 수산 질병에 대응할 수 있는 질병 예방 기술의 개발도 중요한 문제이다.

 IPCC에서는 지난 3월 승인된 관련 기후변화보고서(AR6 WG-II)에서는 “기후탄력적 발전”이라는 개념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국제사회에서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온실가스 저감과 기후변화 적응 능력 강화는 산업의 위축과 연계될 수 있으므로, UN에서 강조하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 수산업에서 기후탄력적 발전은 온실가스 저감과 적응을 위한 거버넌스 강화 등과 함께 새로운 소득원 마련 및 소득 창출을 위한 기회를 마련하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앞서 말한 고수온 양식 품종 개발과 보급, 아열대성 양식어종의 양성기술 개발, 신규 가입 아열대 어종의 어획 및 가공 기술 등은 기후변화 대응과 함께 어업인들에게 새로운 소득 창출의 기회를 마련할 것으로 판단된다. 기후 위기에 따른 수산업의 악영향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피해 최소화를 넘어 새로운 소득 창출의 기회 마련까지 탄력적인 수산업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

 

한인성 연구관은…
 부산 수대 해양학과에서 학·석사 학위를 받고 일본 나가사키대학교에서 물리해양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일본 해양과학기술센터(JAMSTEC) 기후변화 관측 연구원으로 있다, 2002년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로 들어와 2018년 연구관으로 승진해 근무하고 있다.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 정부대표를 비롯해 △기상청 기후변화 시나리오 사용자 협의체 위원 △북태평양 해양과학기구(PICES) 해양모니터링 위원회 위원(정부대표)을 맡아 활동했다. 또 △환경부 2050 저탄소 발전전략 전문위원 △IPCC 6차 평가보고서 대응 전문가 협의체 위원 △국회 기후변화정책연구소 전문위원등을 역임했다. ‘기후변화와 해양생태계’, ‘기후변화와 식량수급현황’, ‘수산분야 기후변화 평가 백서’ 등 저서를 냈으며 기후변화 및 해양물리 관련 국내외 논문 70여편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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