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젊음을 부러워한다. 그러나 그 부러움은 단지 그들이 젊고 건강하고 발랄하고 생기 넘치고 자유로운 영혼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청춘의 가치는 바로 기성세대 보다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 가치를 가장 확실하고 용기 있게 실현한 청춘이 바로 청년 콜럼부스일 것이다. 당시 33살의 청년 콜럼부스는 인생의 기회를 바다에서 잡고자 하였고 결국 그의 꿈은 이뤄져 1492년 40살의 나이에 스페인 카스티야 여왕 이사벨라의 후원을 받아 신대륙 항해에 나서게 된다. 바다에서 인생역전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런데 이 기회라는 영어를 살펴보면 매우 흥미있는 어원을 알 수가 있다. 바로 이 기회라는 영어 ‘opportunity’가 바다와 항만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이 말은 선박이 바다에서 항해를 하면서 항구 방향으로 순항하는 것 또는 항구방향으로 바람이 부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의 현대화된 선박도 바람 영향을 많이 받는데 그 옛날에 돛이나 노로 항해하는 시대에는 바람이야말로 모든 것을 결정했다. 당초의 목적지인 항구방향으로 항해하는 것이야 말로 생명을 유지하는 기회이자 배에 화물을 실은 경우 이 물건을 팔아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바다에서 갖은 고생을 한 끝에 저 멀리 보일 듯 말 듯한 항구를 향해서 가는 것, 거기에다 항구로 방향을 잡아서 순풍을 만나 돛을 활짝 펴고 항해하는 것은 참으로 죽음에서 삶으로 가는 기회이자, 가족과의 상봉의 기회이자 부자가 될 수 있는 인생역전의 기회였다. 그러기에 기나긴 항해 끝에 저 멀리 보이는 등대의 희미한 불빛은 희망과 삶의 불빛이었다. 기회라는 단어가 바다에서 유래했는데 바다가 기회라는 데에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기회의 바다는 젊은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현실에 지친 우리가 가끔씩 바다를 찾아 낭만과 여유를 즐기는 기회를 갖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감성과 낭만의 대상을 넘어서 직업이나 자기 발전의 기회로 보는 것을 어떨지 생각한다. 바다에서의 직업이 전통적으로 배를 타는 항해사가 되거나 어부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알고 보면 바다 관련 직업은 다양하고 무궁무진하다. 세계 해양과 해운의 중심지인 런던에는 해상 전문 법률가, 회계사, 금융인이나 보험인은 물론 선박을 검사하고 감독하는 전문가들 그리고 국제 해운거래에서 분쟁이 일어나면 이를 중재하는 중재인들이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다. 나아가 아프리카 소말리아나 말래카 해협에서 가끔씩 발생한다는 뉴스에서 보듯이 해적에 납치된 선박이 생기면 선주를 대신해 구출 협상을 대행해주는 구출협상 중개회사가 있을 정도이니 무한한 기회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한중일 동북아 3국은 해운이나 조선 산업에 있어서 부동의 세계 1위의 시장이다. 그러나 법적인 분쟁이나 다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영국 런던으로 달려간다. 런던에 전문가가 있고 해결을 위한 수단과 절차를 위한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기회는, 바다가 늘 그렇듯이 항상 열려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과 더불어 우리의 전통산업인 수산업도 이제는 4차 산업 시대에 맞게 바뀌어 가고 있고 바뀌어야 한다. 새로운 감각과 정보로 무장한 청춘들이 어민들이 되어 새로운 활력과 수산업의 르네상스를 가져왔으면 한다. 수산 강국 노르웨이의 어업과 양식업은 이제까지의 전통산업이라는 개념을 넘어선 최첨단 산업이고 소위 돈 되는 산업이다. 우리의 수산업도 우리가 발상의 전환을 하고 투자를 하면 최첨단 산업으로서 앞으로 4차 산업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수산업은 성장산업이자 미래 산업이다.

 한번 도전을 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면 이를 바탕으로 해서 거기로 부터 더욱 새로운 영역과 더 넓은 세계에 대한 기회가 열린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말도 있지만 ‘바다는 넓고 기회는 너무 많다’ 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기회의 바다에서 우리 자신과 우리나라의 미래의 기회를 찾아보자.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