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생각해 봅시다/문영주 편집국장
“참치·연어랑 와인 어때” 노량진시장에 이런 전광판 띄우면
와인하면 곧바로 연상되는 회나 수산물 안주 개발 고민 필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한다. 어떤 일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그 일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뉴턴의 만유인력도 우연히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갑자기 생각 난 것이 아니다. 평소 뉴턴이 만유인력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했기 때문에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그런 원리가 떠 올랐을 것이다. 아이폰으로 우리 삶을 바꿔놓은 스티브 잡스 역시 마찬가지다. 호기심과 깜짝 놀랄만한 물건을 만들겠다는 평소 생각과 꿈이 작동해 아이디어로 연결됐고 그것이 우리의 삶을 바꿔놓은 것이다. 평소 어느 것에 생각을 집중하고 있으면 다른 현상들이 이 생각과 연계해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게 우리 뇌의 구조다. 그런데 수협중앙회 임원들에겐 이런 DNA가 없는 것 같다.

 수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생산과 소비다. 이 중 소비는 우리가 제품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면 수협중앙회는 과거처럼 회나 구이, 찌개를 주종으로 할 건지, MZ 세대들을 겨냥해 젊은 세대들 취향에 맞는 가공제품을 만들 건지, 양자를 혼합한 소비패턴을 어느 정도 비율로 끌고 갈 건지 나름대로 정리가 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수협중앙회는 아직 이런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1조원 와인 시장을 보면서

 관세청의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주류 수입액은 7억 7,730만 200달러. 이 중 와인 수입액이 5억 5,981만달러(약 6,782억원)로 맥주, 위스키 등을 제치고 수입액 1위에 올랐다. 코로나 19로 홈술, 혼술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와인이 우리들 일상의 술로 자리 잡은 것이다.

 와인 소매시장은 더 뜨겁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0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엔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국내 최대 와인 전문점을 기획하고 있는 롯데마트가 속속 와인 전문점을 입점시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면 수협중앙회는 이런 환경을 보고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할까. 임준택 회장 얘기처럼 수협이 수산물 소비를 책임지겠다면 와인 시장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보고 뭔가 번쩍 떠오르는 게 있어야 한다.

 신문이나 TV의 유명한 광고 문구는 우연한 기회에 만들어진다고 한다. 카피라이터는 기차를 타고 가다 우연히 역 대기실에 멍하니 서 있는 사람이나 커피를 마시는 사람을 보고 상상을 퍼 올린다. 카피라이터 눈에는 보이는 게 있기 때문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보인 것이다. 수협중앙회 경제 담당 임원들도 카피라이터처럼 이런 생각을 할 수는 없을까.

 아마 일반 대기업의 임원이라면 이런 뉴스를 보고 조금은 다른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최소한 1조원 와인시장에 수산물을 안주로 팔 방법이 없을까 이런 정도는 고민하지 않았을까. 평소 수산물 소비에 관심이 있다면 충분히 가능할 수 있는 상상이다. 회라면 어떤 회가, 가공품이라면 어떤 것을 만들어 와인과 궁합을 맞춰 볼 건지, 1조원 와인 시장을 어떻게 한번 공략해 볼 건지 이런저런 생각이 왔다 갔다 했을 것 같다. 최소한 그 정도는 돼야지 수협중앙회 임원이란 소리를 들을 것 아닌가. 맥주하면 오징어 땅콩이 생각나듯이 와인하면 연상될 수 있는 수산물 안주가 뭐가 있을까 고민하고 실행에 옮기는 건 상상만 해도 재밌을 것 같다. 만약 수협중앙회가 와인과 궁합이 맞는 수산물 회나 가공제품을 만들어 1,000억~2,000억원 어치 수산물을 지속적으로 팔 수 있다면 대단한 역사 아닌가.

 물론 이런 생각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성공은 실패가 하나씩 하나씩 쌓여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성공은 우연히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 경험을 통해 다음 제품 개발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새로운 기술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특히 수협처럼 실패에 관대(?)한 직장이라면 얼마든지 새로운 도전을 해 볼 수 있다. 수협은 군납 방식 변경 때문에 수산물 소비가 어렵다고 아직도 군납에 목을 메는 형국이다. 그러나 솔직히 군납 방식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기는 쉽지 않다. 그것은 군납 방식 변경이 일어나게 된 현상 때문이다. 이 사회현상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것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그런데도 수협은 아직도 군납 방식 변경 이전 지점에 머물러 과거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옛 노량진시장에 전광판 만들어

그런 시간에 옛날 노량진수산시장 축구장 한편에 전자 광고판을 만들어 “참치나 연어로 와인 한잔 어때” 이런 종류의 이미지 광고를 지속적으로 내 보내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국내산이 아닌 연어를 하라는 게 아니고 대게를 하라는 것도 아니다. 도다리면 어떻고 광어는 어떤가. 또 과메기면 어떤가. 먹음직스러운 우리 수산물 회나 가공품을 멋지게 비주얼로 만들어 수산물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면 얼마나 효과적인 일인가. 그런데 그 황금의 땅에 지금 수협 전광판은 보이지 않는다.

 수협이 최근 KBS 등에 공익광고를 내보내면서 들어간 돈이 16억원 가량 된다고 한다. 이 광고는 상당히 잘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광고 효과가 크고 어업인들과 수협 직원들의 자부심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그걸 보면서 우리는 그 영상과 겹치는 노량진수산시장 황금의 땅을 떠 올린다. 성공하는 사람은 조그마한 것에서 큰 희망을 찾고 망하는 사람은 행운을 쥐여줘도 못 쓰고 날려 버린다고 한다. 수협중앙회 경제담당 임원에게 묻는다. 지금 수협을 대표하는 수산물 시그네처가 뭔가. CPTPP 등 외풍의 세기가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지금 수협은 역대 최대 이익을 창출했다며 꿀단지 속에 빠져 있지 않은지 걱정스럽다. 정말 아쉬운 생각이 드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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