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단상/ 문영주 편집국장

문영주 편집국장

 기자 생활을 하다보면 생각지 않은 여러 가지 일들이 생긴다. 해양수산부가 충정로에 있을 때다. 그러니까 2004년 쯤 된 것 같다.

해양수산부 고위 간부 중 한사람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쯤이면 어김없이 기자에게 전화를 해 기사 촌평을 했다. 왜 그 기사는 그렇게 썼느냐, 뭐가 수산을 홀대하느냐는 등 신문을 보고 느낀 생각을 가감없이 토해냈다.

그때는 토요일이 휴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는 신문을 금요일 찍어 토요일 아침에 배달했다. 그러니까 그는 신문을 보자마자 나한테 전화를 한 것이다.

처음엔 한 두번 전화가 오다 말겠거니 했으나 매주 전화가 오면서 오히려 전화가 안 오면 이상하다 싶을 정도였다. 무슨 일이 있나. 내가 해양수산부 기사를 너무 불쾌하게 써 전화를 안 하는가, 이런저런 생각이 들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는 우리 신문에, 내 기사에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모니터 역할을 했던 고마운 사람이었다.

자기가 쓴 기사에 독자들이 관심을 두는 건 기자에겐 유쾌하고, 유익한 일이다. 공감 능력에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고 또 그로 인해 일을 하는데 동력도 생길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우리 신문 1면에 쓴 “홍 대표님, 시장 축구장에 전광판이라도 세워 놔야…”라는 기사가 나가고 난 뒤 여러 사람이 전화를 걸어왔다. 전수협중앙회 임·직원, 전·현직 일선수협조합장 등 수협과 관련된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간 너무 뜸했었다”는 가벼운 인사로 시작해 본론은 ‘노량진수산시장 처리’와 ‘중앙회 임원 인사’, ‘전광판 설치’였다.

“그걸(노량진수산시장 부지) 팔면 안 된다. 그 땅은 어업인들에게 자존감을 줄 수 있는 땅이다. 미친 짓 아니냐”, “노조도 반대하고 직원 중 절반 이상이 반대한다는데 꼭 그런 인사를 하는 이유가 뭐냐”, “수협은행이 몇 년 전 송파구청 건너편 건물 전광판에 광고를 게재한 금액이 얼만 줄 아느냐. 거기보다 훨씬 광고 효과가 큰 자리를 그렇게 썩히는 건 집행부의 배임이나 직무유기 아니냐”, 또 글로 전하기 어려운 얘기까지 그들은 중앙회를 성토하는 얘기로 도배를 했다.

전 중앙회 한 임원은 “속이 후련하다. 정말 잘 썼다. 그 자리에 전광판을 세우면 얼마나 홍보가 되겠느냐. 그 자리는 기차를 타고 가도 환히 눈에 보이는 자리다. 수협이 뭘 생각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혀를 차기도 했다.

 그러나 필자가 내심 기다렸던 것은 이런 전화가 아니었다. 기자는 이 기사가 나가면 어떤 반향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경험칙으로 예상한다. 내가 궁금한 것은 기사가 나가면 중앙회 내부 임·직원들이 어떤 반향을 보일까였다.

그러나 기자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현직 중 전화가 온 사람은 이름 불명의 수협중앙회 직원 딱 한 사람. 그 직원은 소속과 이름은 밝히지 않은 채 그냥 중앙회 직원이라면서 “우리가 생각지 못한 부분을 지적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지적은 관심이 없으면 생각할 수 없다. 앞으로도 수협에 관심을 갖고 많은 지적을 해 달라”고 했다. 이 일이 있고난 후 다른 일로 중앙회 고위 간부와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그 간부는 “우리가 놓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코로나가 좀 잠잠하면 꼭 저녁에 만나 소주를 하면서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그나마 기자의 상심한 마음을 달래주는 전화였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내가 만일 수협 임원이었다면 이 기사를 보고 난 어떻게 반응했을까. 기분이 썩 좋지 않을수 있고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 또 이것을 어떻게 처리할지 기분이 묘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난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할 것 같다. “기사 잘 봤다.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 언제 소주나 한번 하자”

아주 평범한 인사말, 아주 가벼운 소통. 그러나 이건 나만의 바램이었던 것 같다. 평온함인지, 불안함인지 그렇지 않음 무감각인지 지금 수협은 겉으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신문이 전달되자마자 나한테 곧바로 전화를 했던 해양수산부 간부, 그가 있다면 그는 지금 나한테 뭐라고 전화를 했을까. 심리적으로 폐쇄적인 사람은 뭔가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소통마저 하지 못한다면 어느 구석엔가 동맥경화가 일어났다고 볼 수밖에 없다.

또 상처가 낫는데 아픈 것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말초신경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말초신경 병증을 방치하면 몸 전체로 저림증이 진행되고 마비까지 올 수 있는 중병이 된다고 한다. 지금 수협중앙회가 이런 내용에 아무런 반응을 못한다면 동맥경화나 말초신경 병증을 의심해 봐야 하는 것은 아닌지, 불쾌하지만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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