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신문 창간 18주년 기념 특별기고/마창모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정책실장
"수산물 생산단계부터 상품화 하지 못하면 시장 진입 어렵다"
MSC, ASC 등 친환경 수산물소비에 대한 민간 인증사업 더 중요

“뉴노멀 시대 수산업 변화 시작 소비자 선택 자문부터 시작돼야”

마창모 KMI수산정책실장

 

 2020년에 발생한 코로나19는 해를 넘긴 2021년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세계 도처의 정치, 경제, 사회 이슈들이 코로나19라는 하나의 이슈로 수렴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처음 경험해보는 충격적인 전염병이 발생했으니 그 영향이 금방 사라지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어떤 결과로 미래에 나타날지는 속단하긴 어렵지만 지속적으로 우리 삶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염병이 세계사에 영향을 미친 일은 코로나19가 처음은 아니다. 인류문명과 함께 시작된 전염병은 세계사에서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쳐왔다. 흑사병 발생은 중세시대를 끝내고 르네상스 출현을 앞당기는 사건으로 기록되기도 한다. 이전의 전염병은 무역, 전쟁 등 사람의 이동으로 확산됐다. 유럽인들의 신대륙 이동으로 장티프스는 남아메리카 원주민을 초토화 시켰다. 징기스칸의 정복전쟁으로 페스트는 유라시아 전역에 퍼지게 됐다. 글로벌화의 정점에 달한 현 시대에는 지역의 풍토병이 팬더믹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언제까지고 국경을 폐쇄하지는 못할 일이다. 수많은 전염병 발생에도 국제사회의 상호 연결성이 약화된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 자국이익을 우선하고, 국제협력을 외면하면 인류가 쌓아온 모든 일들이 무너지고 과거로 회귀하게 된다.

 코로나19 이후 긍정적인 측면은 인류 공동의 노력으로 지구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지각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지구인의 공유,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현 시대 팬데믹을 해결하는 데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한국에서 개최된 P4G 정상회의, 탄소중립시대 선언, RE100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구체화되고 있다. 2030년까지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달성을 위한 국가적 노력이 강화될 것이다. 코로나19의 대응과정에서 국가 이기주의가 부분적으로 발생할 수는 있지만, 결국 코로나19 대응 경험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한 문제해결 능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글로벌 이슈에 대한 민간 역할 강화
 코로나19가 발생하고, 장기화되면서 우리는 빠르게 변화되는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다시 우리 사회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앞으로의 세계를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로 특징짓는 뉴노멀(New Normal)을 예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컬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더만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를 BC(비포코로나)와 AC(애프터코로나)로 구분해야 할지 모른다고 얘기 할 정도로 코로나19의 영향은 커 보인다. 지금 세상은 과거의 표준에서 새로운 표준으로 전환되는 과정 중에 있다. '2030 축의 전환'(The Future of Everything)의 저자 마우로 F. 기옌은 사소하고 작은 여러 변화들이 모여서 모든 것이 한꺼번에 뒤바뀌는 시대적 변화가 진행된다고 한다. 과학소설인 윌리엄 포드도 미래는 이미 우리 옆에 와 있지만 널리 확산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이야기 하듯 미래 세상의 변화를 알기 위해서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들을 자세히 관찰할 때 미래의 모습을 한층 정확하게 전망할 수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뉴노멀의 형태도 그 변화들 속에서 찾아낼 수 있다.

 

 

국제사회의 변화 중 하나는 지구적 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주체가 국가 중심에서 민간 중심으로 조금씩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발생한 팬데믹은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인류의 적극적 실천노력을 강요하고 있으며, 기업과 소비자들이 문제해결의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과 기후변화 이슈의 적극적 대처를 위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운동인 RE100(Renewable Energy 100%) 움직임이 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ESG는 기업 투자에 있어 비재무적평가 항목으로 자리 잡으며 ESG 경영을 하지 않는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배제될 전망이다. 이러한 민간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적극적 참여는 지구환경을 걱정하는 소비자 니즈가 기업경영에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MSC, ASC 등 생태적, 환경적, 윤리적 개념을 포괄하는 친환경 수산물소비에 대한 민간의 인증사업들은 점차 더 중요해 질 전망이다.  

 ◇뉴노멀 시대는 ‘소비자 선택’ 중요
 코로나19가 세상의 모든 것을 변화시키고 있는 힘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이 사회적 논의 없이 우리 일상에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기존의 방식과 병행될 가능성이 높다. 비대면거래는 가장 눈에 띠는 변화 중 하나이다. 온라인과 모바일 거래는 이전부터 높은 성장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새벽배송과 로켓배송이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눈으로 직접 보고 입어 본 뒤 상품을 고르던 신발, 의류시장에도 대면거래의 원칙이 깨지고 있으며, 신선식품의 비대면 거래도 활성화되고 있다.

 기술발전에 힘입은 유통혁신은 스스로 성장하고 전통 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기술이 발전하면서 소비자의 생각을 읽고 트렌드를 예측하는 것이 정교해지고 있다. 이제는 개별 소비자의 특성에 따라 대응하는 마이크로 타케팅이 가능해진 세상에 살고 있다. 전 산업분야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소비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그 생태계의 상위에 자리잡고 있는 플랫폼 기업들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수산물을 생산, 가공, 유통, 소비하는 수산업도 예외일 수 없다. 뉴노멀 시대 수산업 변화의 시작은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있는가를 자문해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고객 중심 수산물 생산구조 전환 필요
 지금까지 수산물은 식량의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공급 위주의 정책이 모든 정책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뉴노멀 시대에는 소비자의 선택이 핵심 경쟁력인 시대가 될 전망이다. 이미 소비자의 선택이 중요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제 수산물 공급도 소비자 니즈에 맞춰 조정되어야 하고, 생산, 유통 가공 방법도 소비자에 맞춰서 변화되어야 한다. 수산물 소비자를 고객으로 생각하고 생산단계부터 신경을 써야 하는 시대이다. 고객에 맞는 상품을 생산하면 양적 공급에서 질적 공급으로 자연스러운 변화가 일어난다.

 이는 국내 수산업 환경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둔화가 가속화되면서 저임금 기반의 상품생산 가치사슬은 축소되고 지역화 되고 있으며, 기술개발 등 업스트림 활동이나 유통, 마케팅 등의 다운스트림 활동에서 부가가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가치사슬 둔화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국가 산업구조의 체질을 기술집약적 상품 교역으로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 수산업도 선진국의 산업으로 전환되기 위해 기술개발, 유통, 마케팅 등에 역량을 집중해 나가는 것이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다.

 최근 비대면 거래의 성장 속에 수산부문에서도 가정간편식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확대되는 등 사회적 변화와 인구구조 변화가 유통·가공부문 기술혁신고 만나면서 소비 행태 변화가 가속화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가정간편식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가정간편식에 국내산 원료가 사용되지 않으면 우리 수산업계는 가정간편식 시장 성장의 수혜를 얻기 어렵다. 수입산 대비 낮은 가격경쟁력, 가격 불안정, 전처리 비용 증가, 수집, 분류, 위생검사 등을 위한 거래·분류비용은 국내산 수산물을 사용하는데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정간편식 시장의 성장은 수요자 니즈에 맞춰서 수산물을 공급해 달라는 시장의 신호로 이해해야 한다.

 

 

이제 수산물 생산단계부터 상품화 기능을 갖추지 못하면 시장진입이 어렵다. 생산단계부터 정량, 정시 공급, 위생관리 강화, 원물 품질 표준화가 필요하다. 수산물 가격과 물량의 불안정성 문제 해결을 위한 계약 생산과 상생협력 사업의 확대가 필요하다. 비대면 거래에서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민감도가 크다. 소비자에게 각인되지 않은 브랜드로는 비대면 거래에서 판매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므로, 브랜드 네임이 있는 대형 유통체인과의 상생협력은 필수적이다. 수산물 유통에 있어서도 수산물 선별기능을 강화하고, 신선배송 등을 통한 유통환경 개선이 요구된다. 수요자 중심 맞춤형 식품은 수입산 대비 국내산 수산물의 낮은 가격 경쟁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타 식품 대비 건강에 민감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고령친화 수산식품, 영유아식, 환자식 등 특수목적형 식품 공급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미래변화 중요 변수는 인구구조 변화
 앞서 언급한 '2030 축의 전환'에서 마우로 F. 기옌이 미래를 전망하는 핵심 변수는 글로벌 인구구조의 변화이다. 그 인구구조 변화에서 고령화는 산업구조 변화 전망에 있어 중요한 변수이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경제력 있는 고령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시장의 전망은 밝고, 고령친화식품 개발은 수산식품업계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큰 문제 중 하나는 고령화에 따른 어촌인구 감소이다.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은 우리나라는 어떤 나라들보다 더 빠르게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수산업·어촌에 인구감소 추세를 전환시키는 일은 몇 가지 사업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특히 어가 고령화, 사망, 은퇴에 의한 어가 및 어업인구의 감소는 새로운 어업주체의 유입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없이는 더욱 가파르게 감소할 것으로 예견된다. 해당 부처의 힘만으로는 어촌소멸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근본적으로 어촌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부처들의 전방위적 협력을 통해 전폭적인 복지체계 마련, 정주여건 개선, 소득증대 등을 위한 사업이 동시에 전폭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중요 이슈 대응 방향성·속도 고려
 전 인류가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인 기후변화 대응은 수산업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이슈임에 틀림없다. 여기에 2030년 달성을 목표로 하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의 이행은 ESG, 탄소중립, 친환경 생산, 자원보호 등의 이슈에 대한 해결과 대응방안이 모두 포함된다. 국제교역에 있어서는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변화,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연동된 생산, 가공, 유통, 소비의 구조적 시스템 변화 등도 변화의 큰 동인이 될 전망이다.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의 이슈로 어촌사회를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가의 문제도 해결해야 할 난제이다. 인구감소는 공간의 문제뿐만 아니라 수산업 종사자의 구인난 문제도 수산부문의 중요한 변화를 이끌어낼 동인이 될 수 있다. 수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들이 코로나19 이후 가속화되고 있다. 코로나19는 종식되더라도 그 영향은 지속적으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수산부문 2030의 준비는 코로나19 이후 수정된 다양한 이슈들의 방향성과 속도에 대한 고려가 선행돼야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변화되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표준을 단정해서 말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은 변화들이 모여 모든 것이 한꺼번에 뒤바뀌는 시대가 올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의 변화들을 통해 뉴노멀 시대를 예측하고 수산업, 어촌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작업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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