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서 지금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파렴치범이자 잠재적 범죄자
정부가 어민들 일 년 내내 법 어기는 범법자들이라고 국민에게 각인시키고 있어

정석근

 “어물전이나 백화점에서 볼 수 있는 말린 새끼 물고기나 총알오징어가 안잡히고 그대로 바다에 있었다면 어른 물고기로 되돌아올까?”

 우리나라에서 지금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파렴치범이자 잠재적 범죄자들이 돼버렸다.

 지난 2월에 롯데마트와 이베이코리아, SSG닷컴과 같은 유통업체가 해양수산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총알오징어를 비롯한 새끼 고기를 안 팔기로 선언했다는 뉴스가 죽 올라왔다. 거기 달린 댓글들을 한 번 보았다. “어부들이 우선적으로 계몽되어야 한다. 많이 개선되고 있겠지만 아직까지 무지하고 탐욕스런 어부들이 많아서… 낚시꾼도 마찬가지다.”, “잡는 놈들이 문제지. 소비자가 안 먹으면 사료로 팔껄? 더러운 어부놈들”

 가슴 아픈 일이다. 육지에서 농부가 이런 욕을 먹어가면서 농사를 짓는가? 낡은 배 위에서 기름 냄새 풍겨가며 장화 신고 작업복 입고 힘들게 일하는 어부가 더러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왜 이렇게 욕까지 먹어야 할까?

 지난 5월 30일 뉴스 포탈에 “한 달새 삼치 수천마리가 죽은 채 소래포구 바다에 버려진 이유”라는 제목 기사가 올라왔는데, 안강망에 잡힌 삼치를 5월 금어기 때문에 버려야 하는데, 이미 죽어버린 삼치를 바다에 버리는 문제를 짚어보는 내용이었다. 난 기사보다 거기 달린 댓글에 놀랐다.

 “사진에 저 어부 담배 물고 계신 거 보이세요들? 전 식겁했네요. 분명 바다에 꽁초 버릴 듯..”, “음, 아마도, 예외 허용해주면, 뭔가 다른 나쁜 생각을 해낼 거야. 해주면 안 될 듯.”, “아까운 것 보다. 잡지 못하도록 해야”

 죽방렴이나 정치망, 안강망과 같이 일정한 장소에 그물을 쳐놓고 지나가는 고기를 잡는 어법은 선사시대부터 시작됐다. 지난 수천 년 동안 이런 어법으로 그물에 잡히는 고기들을 잡아 왔지만 우리나라에서 이 때문에 어떤 어종이 씨가 말랐거나 멸종한 경우를 나는 들어본 적이 없다. 수천 년 전에도 지금과 똑같은 방법으로 고기를 잡아 왔는데, 달라진 것이라고는 지금은 국민들에게 욕을 얻어먹고 있다는 점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어민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하고 욕 먹이는 데 대한민국 해양수산부가 앞장서 오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농업을 하는 사람들이 농약을 많이 뿌린다고 이렇게 욕을 들어먹나? 소를 키워 판다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후 악당이라고 비난을 받는가? 어린 새끼인 도야지나 송아지 고기를 못팔게 규제를 하는가?

 이렇게 어업에 어설픈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며 어업을 비난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라고 나는 본다.

 어획고 줄면 어업활동서 원인 찾아
 첫째, 여러 가지 환경 요인이나 인간활동 때문에 크게 변동하는 어획고가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일부 자칭타칭 수산전문가나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은 그 원인을 일단 지나친 어업활동 때문이라고 하면서 금어기나 금지체장과 같은 온갖 어업 규제를 만들어 시행한다. 그리고 그 규제를 어기면 범죄자로 단속하거나 도덕적으로 비난한다. 정치망이나 안강망 어업으로는 어종을 선택적으로 잡을 수 없기 때문에 금어기에 삼치 같은 어종만 골라서 안 잡히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현실도 범법자나 파렴치범이 흔히 하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몰아간다.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경찰이나 어업관리단에서 알밴 꽃게 잡았다고, 동해에서 공조조업으로 오징어 잡았다고, 금어기에 전어를 잡은 어민들과 유통업자들을 검거했다는 보도자료를 내면 일제히 뉴스에 나온다. 어민들은 일 년 내내 법을 어기는 범법자들이라고 국민들에게 각인을 시킨다. 그런 온갖 규제를 농업에 적용하면 농민들도 1년 내내 범법자가 될 것이다. 일반 국민들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어업인들을 범법자로 몰아가는 규제를 줄이거나 없애야 한다. 언론에서 주로 보도하는 수산법 관련 위반은 대개 금지체장, 금어기, 알밴 게 보호 관련이다. 그러나 산란기 위주로 금어기를 정하는 것이나 알밴 암컷 포획금지는 알 생산 증대에는 전혀 효과가 없는 100년 전 일제 강점기에서 비롯된 비과학적인 악법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또 금지체장 관련해 공무원들이나 일부 수산학자들은 그 작은 물고기 가만히 두면 자라서 큰 물고기가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홍보 포스터도 배포하고 있다. 그러나 어물전이나 백화점에서 볼 수 있는 말린 새끼 물고기나 총알오징어가 그물에 잡히지 않고 그대로 바다에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자라서 어른 물고기가 되어 되돌아올까?

 그 어린 고기 99% 이상은 그물에 잡히지 않았더라도 어른 고기로 크기 전에 다른 물고기나 포유류 먹이로 간다. 어업이라는 것은 자연상태라면 이렇게 다른 생물 먹이로 갈 물고기를 인간이 일부 잡아서 먹는 것이다. 바다 생태계 먹이사슬에서는 사람도 새끼 물고기를 먹는 여러 포식 생물종들 중 하나이다.

 대구나 꽃게 암컷 한 마리가 평생 알 수천만 개 낳아 바다로 내놓아도 죽지 않고 어른으로 크는 것은 2 마리 밖에 안된다. 로또 당첨확률보다 낮다. 평균적인 물고기 새끼는 어른으로 크지 못하고 그 전에 잡아먹혀 죽는다. 그러나 아주 희귀하고 별난 연놈 둘만 살아남아 번식을 한다. 백화점이나 슈퍼에서 보는 솔치니 총알오징어 말린 거, 99% 이상은 그물에 안 잡혔다면 대구나 돌고래 같은 다른 해양생물 먹이로 어차피 먹혔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렇게 금어기나 금지체장 관련 규제는 대부분이 불필요하거나 수산자원 증대에 효과가 별로 없는 관행적인 행정에 지나지 않는데도, 해양수산부에서는 대상종을 계속 확대해오고 있어 수산업법 위반자들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어민들이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잡는 것은 이렇게 단속을 하고 언론을 동원해 도덕적으로 비난하면서, 막상 바다에 콘크리트 쓰레기 버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 해양수산부 애물단지이자 수천억 원 국민 혈세 탕진 사업인 인공어초나 바다숲은 무슨 숭고한 제례의식이나 되는 양 ‘바다의 날’이니 ‘바다식목일’이니 하는 날을 정해 장관이 참석하고 유공자를 표창해 국민들을 세뇌해 미화시키고 있다.

 해수부 지역간 업종간 어업 갈등 더 부추겨
 둘째, 흔히 말하는 ‘공유지의 비극’이다. 농업이나 축산업에서 토지나 곡식, 가축은 모두 사유재산이다. 그 사유재산을 가지고 뭘 하든 기본적으로 국가나 이웃에서 간섭할 수 없다. 바다는 다르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남이 고기를 많이 잡으면 그냥 괜히 배가 아프다. 내가 잡는 것은 로맨스고 남이 잡는 것은 불륜이라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갈등은 우리나라 업종끼리뿐만 아니라, 어업인과 낚시인들 사이에도, 또 나라와 나라 사이에도 만연하다. 추자도에서 날치 떼가 갑자기 육지에 떨어져 낚시인들이 버킷(양동이)에 주워 담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온 적이 있는데 댓글을 보면 모두 비난투성이였다. 제주도 해녀들은 스킨스쿠버 잠수 활동 때문에 소라나 오분자기가 안 잡힌다고 비난한다. 연안어업은 근해어업을 비난하고, 채낚기는 저인망어업을 비난한다. 경제발전으로 한국과 중국 어획고가 올라가면 일본 언론은 남획으로 동중국해 수산자원이 고갈된다고 떠든다. 북서태평양에서 중국 어선들이 고기를 점점 많이 잡아 어획고가 세계에서 가장 높아지니 북미나 유럽에서는 세계 수산자원이 남획으로 대부분 고갈되었다는 보고서를 펴낸다. 바다에서 멸종된 고래는 모두 19-20 세기에 유럽인들이 많이 잡아서 그런 것인데, 지금은 가장 앞서 고래 보호하자고 하면서 포경국가인 일본을 비난한다. 개인이든 국가든 내로남불이다. 같이 단결해도 모자랄 판에 어업인들끼리 싸우게 되어있다. 여기에 해양수산부는 지역간 업종간 어업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부추키고 있다.

 우리바다는 중국어선들 세력확장에 국내 어업은 점점 쪼그라들고 있는데, 해양수산부는 오히려 온갖 어업 규제로 어선수와 어선 크기를 줄여 어장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 어장을 확대하려면 먼저 우리 어업인들끼리 단결이 필요하다. 가령 동해 독도 주변 해역에 대형트롤이 가서 조업을 하면 새로운 어장도 개척하고 우리 영해 주권도 더 굳힐 수 있겠지만, 막상 동해 연안어업에서는 혹시라도 오징어 어획고가 줄어들까봐서 반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바다에서 오징어 어획고가 줄어들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기후변화에 따른 오징어 어장 북상이다. 그 다음 구체적인 정량적인 연구결과는 없지만 어업인들이 주로 꼽는 원인은 북한 해역에서 조업하는 중국 오징어잡이 어선이다. 어느 것이 원인이라고 하더라도, 조업 구역을 둘러싼 국내 업종끼리 갈등은 원인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어업인들끼리 조금만 서로 양보하면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해양수산부는 업종간 지역간 갈등을 부추기지 말고 서로 이길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 우리 어선들이 우리 어업주권을 지켜도록 해야 한다. 배 크기 상항 규제도 철폐해 중국 어선에 맞서 우리 어선들이 우리바다를 지키면서 더 많이 잡게 하여 악화되어가는 어업 경영을 크게 개선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정부에서는 수산관련 규제를 줄이고 악법을 없애, 우리 어업인들이 자녀들에게는 돈을 많이 버는 자랑스러운 아빠로, 국민들에게는 험한 바다에서 힘들게 일하여 건강 식품인 생선을 잡아 공급하는 떳떳한 노동자로, 바다에서 사고가 났을 때는 가장 먼저 달려와 도와주고 우리 바다와 주권을 지키는 고마운 사람들로 정정당당히 인정받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 세상이 바뀌어도 어민은 예나 지금이나 죄가 없다.

 

정석근 교수는…

 1987년 서울대 해양학과를 졸업한 뒤 부경대 해양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95년부터 2002년까지 메릴랜드 대학에서 수학한 후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했다. 미국에 유학가기 전인 1994년에는 IBM 한국소프트웨어연구소에서 프로그래머로, 한국해양연구소 극지연구소에서 초빙 연구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돌아온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국립수산과학원 자원관리과에서 해양수산연구사로 있으면서 북태평양해양과학기구(PICES) 수산분과(FIS) 한국대표로 활동했다.

 2010년부터 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제주대 이어도연구센터 센터장,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IPCC) 5차평가보고서 워킹그룹 2’에서 주저자로 활동했다.

 직설적인 화법으로 수산 정책을 평가해 수산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57세. 경남 남해가 고향. 여장(女裝)을 즐겨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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