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만 되면 나오는 해수부 페지론..."누구를 위한 폐지인지..."
집 놔두고 전셋집 찾아 나서면 손해보는 건 수산, 어업인뿐

 

 

정말 지겹다. 때만 되면 나오는 ‘수산홀대’, ‘해수부 폐지론’을 두고 하는 얘기다. 대통령 선거를 10개월 여 남겨두고 이런저런 얘기가 다시 수산인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정부 조직 개편 시 해수부를 없애자는 얘기다. 폐지가 나오는 이유가 뭔가.

 수산 쪽 사람이 장관이 되지 않았다는 것, 해수부가 생긴 후 25년 동안 몇 명의 장관이 들어섰는데 수산 쪽 장관은 한명도 없다는 것이다. 또 해수부가 수산 쪽 사람을 인사에서 홀대한다는 것. 그러니까 인사를 잘못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런저런 얘기를 섞지만, 실제 골자는 인사에서 수산 홀대, 이것이 전부다.

전자는 해수부와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 장·차관 인사는 해수부가 하는 게 아니다. 청와대가 한다. 해수부가 수산을 홀대하는 것과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 이것을 해수부가 수산을 홀대하기 때문에 해수부를 없애자는 건 전제가 틀렸다.

 해수부가 실·국장 등 인사 시 주요 보직을 독식하니까 깨자는 얘기는 그런대로 얘기를 할 수는 있다. 이런 것 때문에 부를 깨자는 얘기가  좀스럽지만 충분한 이유가 있다면 할 수도 있다.

그럼 깨면 어떻게 될까. 두 가지다. 하나는 농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에 들어가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과거 수산청처럼 외청을 만드는 일이다. 농식품부에 들어가면 이명박 정부 때처럼 달랑 수산정책실 하나를 만들면 끝난다.

 농식품부 외청인 수산청을 만들자고 주장하는 것은 외청으로선 아무것도 할 수없다며 부가 돼야 한다던 25년전 그때로 다시 돌아가자는 얘기다. 이는 선수를 메이저리그에서 마이너리그로 강등시키자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해양수산부라면 부령 하나 만들고 시행령 하나 고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반나절 만에도 장관 결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외청으로 가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부령 하나 고치는데 몇날 며칠을 기다려야 하는 그런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결제 우선 순위에 밀려 해당 직원이 바쁘다고 놓고 가라면 놓고 갈 수밖에 없다. 과거 수산청 때 수없이 당한 일이다. 수산을 국무회의에 상정해도 될동말동하는데 힘없는 차관회의에 올리자는 건 과장하면 자살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수산은 해양수산부 중심 업무다. 국정감사 때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는 의원들 질의 중 60~70%가 수산이다. 해수부니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농식품부로 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수산은 구경꾼이고 농업 위주 질의가 쏟아진다. 과거 경험했던 일이다.

게다가 농식품부에 가면 수산 목소리는 아예 들리지도 않는다. 이명박 정부는 수산이 농식품부에 편입된 후 박덕배 국립수산과학원장을 2차관에 임명했다. 해수부 폐지를 반대했던 수산 쪽에 대한 배려같은 인사였다. 그 후 농식품부는 한번도 2차관 자리를 수산 쪽에 내준 적이 없다. 통합 후 초대 수산정책실장도 농림부 출신이 맡았다. 그 이후에도 수산은 모두 수산정책실 안에 갇혀 있었다. 수산정책실은 수산 쪽 사람들로만 채워진 유배지, 외딴 섬 같은 곳이 돼 버렸던 것이다.

여기에 비하면 지금 해양수산부는 양반이다. 아직 수산업무가 농식품부에 있었다면 2차관 자리를 몇 번이나 수산 쪽에 내줬을지 정말 의문이다. 만일 부가 쪼개져 더부살이로 간다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왜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가. 첫째는 해수부를 깨서 이익을 볼 수 있는 집단과 개인이 있을 수 있다. 일부 수산인이 자기 이익과 홀대론을 묶어 폐지론을 확대시킬 수도 있고 농식품부와 합쳤을 때 농업과 형평성을 강조하면 저절로 떡이 떨어질 수 있는 집단이 있을 수 있다. 또 해수부 내 인사와 관련해 해수부에선 답이 없다고 생각해 어디든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서는 그럴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해양수산부가 모든 걸 다 잘했다는 평가는 아니다. 인사가 한 쪽으로 기울고 해운과 수산 사이 결이 다른 느낌을 주는 정책도 있다고 생각한다. 능력 위주로 모든 것을 평가한다고 하면서 인사를 독식하는 그런 환경이 오랫동안 지속돼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수산계 사람들이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 적지 않았음도 해양수산부는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방법이 옳지 않다. 해운항만 쪽 출신이 해수부장관을 독식한다면 수산계가 힘을 합쳐 청와대나 정치권에 진정이라도 해서 이런 불균형을 깨려고 해야 하는 게 순서다. 또 해수부 내 주요 보직을 해운항만 출신이 계속 차지한다면 수산계 사람들이 장관을 만나 정식으로 인사 시정을 건의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에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인사는 객관적인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주관적이다. 세평도 중요하지만 인사권자가 보는 관점에 따라 인사를 할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수산계는 왜 수산 쪽에 인재가 없다고 하는지 한번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 해양수산부 직원을 수산, 해운으로 나눠야 할 상황이 아니다. 수산청과 해운항만청 출신이 일부 남아 있긴 하지만 이제는 부 신설 후 들어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부가 신설된 25년 전과 후는 다르다는 얘기다. 이런 사람들에게 수산 해운 편가르기는 의미가 없다. 해수부 페지론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은 단지 해운항만 쪽 사람들만 아니고 수산계 사람도 적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쨌든  해수부 폐지는 번듯한 집을 놔두고 전셋방을 찾아 나서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어리석음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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