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위 김 업체 코아사 한국 진출 놓고
김 산업계 ‘일본 종속화’ 우려 강력 반발
국내 김 산업 생태계 파괴 뻔한데 오히려 그들에게 특혜준다니...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김 입찰회 광경.

“해외기업 유치를 한다는 명분으로 일본 최대 김 가공, 유통업체에 세금을 면세해주고 노사문제까지 혜택을 줘 한국의 김 산업 생태계를 흔드는 게 맞는 일입니까?”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국내 김 산업계는 일본 최대 김 가공·유통업체인 코아사(小淺)의 한국 진출 때문에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일본의 거대 김 가공, 유통업체가 특혜까지 받고 국내 시장에 진출할 경우 국내 시장 뿐 아니라 해외수출 시장까지 일본에 김 산업 주도권을 내 줄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우려의 발단은 고아사가 지난해 12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에 800억원을 투자해 대규모 김 가공공장을 설립키로 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부터다. 나고야에 본사를 둔 고아사는 1868년 설립된 일본 최대 김 가공, 유통업체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대만에도 현지 법인을 설립해 운영하고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일본 김 총생산량의 33%인 3,600만속을 수매하고 있다. 또 중국 생산 마른 김의 30%를, 올해 한·일간 김 수출입 쿼터량 585만속 중 60% 정도를 사 간다. 코아사의 연 매출액은 6,600억원, 이는 국내 유통김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동원FNB 연매출의 6.6배에 이른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그런데도 이 회사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에 진출 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세 및 지방세, 국·공유 재산의 사용료, 대부료 등의 감면 이외 노사 관계와 관련된 근로기준법 등에서도 온갖 혜택을 받게 된다. 해외 기업을 유치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의도에서다.
 그러나 이럴 경우 우리나라 김 산업계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게 김 산업계 뿐 아니라 시장의 지배적 시각이다.

 이는 코아사가 막대한 자본력으로 사업을 확장 시 대부분 영세업체인 한국의 김 유통, 가공업체는 경쟁력을 잃게 돼 김 산업 주도권을 일본에 내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코아사가 국내 기업도 받지 못한 세제 혜택 등 온갖 특혜를 등에 업고 대규모 보관시설(냉동 및 냉장시설)을 구축해 대규모 자금력을 통해 많은 양의 한국 마른 김을 수매할 경우 우리나라 김 유통시장에서 가격 결정권이 코아사에 넘어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때문에 업계는 “코아사가 김 원료 수급가를 조금이라도 올리면 국내 영세업체는 김 원료를 확보하지 못해 줄도산을 할 것”이라며 “국내 양식어가와 가공업체가 대부분 영세해 코아사 같은 글로벌 기업이 뛰어들 경우 국내 김산업체가 파괴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현재 국내 김 시장의 70%는 영세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또 코아사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의 1만 7,900㎡ 부지에 공장을 설립해 김 가공 후 전량 수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해외 곳곳에 기반을 둔 코아사가 우리 업체가 만들고 있는 제품과 같은 제품을 만들어 해외시장에 내보내면 결국 이들이 수출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특히 한국 마른 김 수입 1위 국가인 태국은 자국에서 스낵용 가공을 위해 한국김 규격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런데 코아사와 같은 자본력과 대형보관시설을 구비한 대형업체가 태국의 1년 간 수입물량을 확보할 경우 그동안 우리가 공들여 만들어 논 태국시장을 그대로 내어줄 수도 있다. 마른 김 수출업계는 “태국 및 중국도 코아사 사례를 기회 삼아 우리나라로 진출한다면 제2, 제3의 코아사를 막을 명분이 없다”고 했다. 또 일본에 수출하는 한국의 조미김 업체는 코아사가 한국에서 직접 가공해 자국으로 수출한다면 일본시장도 잃어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김 가공업체는 “직간접 제도적인 혜택이 없는 조건이라도 코아사가 국내에 진출할 경우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정부나 지자체가 경제자유지역에 입주한다고 온갖 혜택을 줘 국내 기업과 경쟁하게 한다면 그것은 국내 영세기업을 죽이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고 했다.

 김가공 수출업체인 예맛식품의 배현주 이사는 “일본에서 한국식 조미김을 가공하는 것과 한국의 경제자유구역에서 조미김을 가공·수출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한국업체가 극복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국내 김 산업계가 어려운 여건을 뚤고 한국의 김을 대표적인 k-푸드로까지 성장시켰다”며 “코아사에게 한국의 김 산업을 통째로 넘겨주는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수산물 수출 전문가들도 국내 산업을 파괴시킬 수 있는 해외 기업의 경제자유구역 입주는 엄격한 심사와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코아사의 국내 시장 공습이 이미 시작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재 코아사에 마른 김을 수출하고 있는 국내 수출상들이 코아사와의 거래 중단을 우려해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김산업연합회는 이와 관련, 지난 1월 세계 김 유통시장의 60~70%를 점하고 있는 코아사의 국내 진출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경제자유구역 내 입주, 건축 인허가 등은 산업통상자원부가 관여하는 사항이 아니다”며 “다만 이 지구의 업종 추가에 따른 개발계획 변경과 관련해서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이 공장 등록 시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수령할 것”이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그러나 김 산업계는 “코아사의 진출을 막지 못한다면 국내 김 산업을 통째로 코아사에게 넘겨주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이런 원론적인 답변 대신 보다 분명한 대답을 해야 한다“고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를 요청했다.

 김 산업계는 조만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다시 이 같은 내용을 올리는 한편 해양수산부, 부산시 등 관계부처에 진출을 허용해선 안 된다는 강력한 건의서를 보낼 계획으로 있어 코아사의 국내 진출을 놓고 논란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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