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동 칼럼 / 문영주 편집국장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아무리 숨기려 해도 하나 하는 것을 보면 대강은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요즘 Sh수협은행을 보고 하는 얘기다.

수협은행은 10년 전부터 매년 20명의 대학생 홍보대사(유니블루)를 선발해 운영하고 있다. 대학생이 참여해 활동함으로서 젊은은행이란 느낌을 주고 참신한 아이디어도 발굴할 수 있 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석연찮은 연기

그러나 올해는 이런 모습을 볼 수 없을 것 같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수협은 지난 3월 서류심사에 합격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통해 이들을 선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전형을 무기 연기했다. 그러다 지난 7일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소 잠잠해지고 정부가 코로나 19 대응을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자 6월 초 다시 전형을 재개하겠다며 서류심사 합격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불과 채 열흘도 안 돼 그들에게 다시 홍보대사 선발을 전면 취소하겠다고 통보한다. 서울지역에 다시 시작된 집단감염으로 팬데믹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진데다 서류전형 합격자의 30%가 불참의사를 밝혀 수협은행의 내부 규정을 반영해 유니블루 선발을 전면 취소키로 했다는 것이다.

또 유니블루 활동기간이 약 5개월여로 단축된데다 각종 온/오프라인 활동 및 운영을 위한 모임 또한 불가능해 질 것으로 예상돼 홍보대사로서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도 했다. 이런 내용을 통보받은 학생들은 황당하기 그지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라 해도 당초 면접을 본 다는 날이 한달이나 남았는데 어설픈 이유를 들어 약속을 뒤집는 수협은행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수협은행의 이런 결정은 코로나 19 대응을 위해 지금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선택 중 하나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협의 이런 결정이 합리적이었는지, 지금 어려움에 처한 젊은이들의 고민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는지 다시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수협이 공공의 영역에 있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소지가 적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다.

먼저 논란이 될 수 있는 게 취소 결정시기다. 수협은행이 선발을 위해 다시 면접을 보겠다 는 게 6월초다. 그럼 면접까지 한 달 가량 시간이 있다. 취소는 마지막으로 쓸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에 서둘 필요가 결코 없다. 4.15 총선에서 볼 수 있듯 한 달이면 민심의 지형도 바꿀 수 있다. 홍보대사를 뽑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면 조금은 상황을 지켜보는 게 정상이다. 면접을 보기까지 한 달가량 시간이 있는데도 이태원 클럽 얘기가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정부는 지난 16일 코로나 19 발생 이후 처음으로 전국 32개 시험장에서 국가공무원 공채 시험을 실시했다. 수협은행과 마찬 가지로 지난 2월 예정돼 있던 시험을 코로나 확산으로 미뤘다가 실시한 것이다. 이번 공채시험에는 무려 12천명이 수험생으로 참여했으며 시험은 무난히 끝났다. 학교 등교도 일부 문제가 드러나긴 했지만 당초 계획대로 20일부터 고등학교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등교를 시킬 계획이다. 다른 공공기관 및 기업도 마찬가지다. 해양환경공단, 인천항만공사 등 해양수산계 공공기관 및 단체 역시 홍보대사로 뽑은 대학생들에게 온라인 홍보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수협은행만 독야청청이다. 수협은행의 전형 취소 이유가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또 수협은행이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은 소수의 대학생들 이지만 대학생들의 조그만 꿈을 깊은 고민과 배려 없이 여지없이 깨버렸다는 점이다. 홍보 대사 응모자들은 지난 2월 수협이 홍보대사를 뽑겠다는 내용을 보고 응시했다. 그리고 서류전형에 합격해 3달간을 기다렸다. 최근 다시 전형을 시작 하겠다는 통보에 기대를 가졌다가 불과 며칠도 안 돼 취소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아마 수협 은행이 이들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이런 결정을 서둘러 하지는 않았을 것 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고통스러운 시간 을 보내는 사람들 중 말 못할 고민이 많은 사람들이 바로 젊은이들이다. 그들은 에너지가 넘쳐 나는 시기에 뛰어 놀 공간을 코로나에게 내 주고 암울한 사회 분위기에 휩싸여 미래에 대한 꿈을 잃어가고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꿈을 주는 대신 오히려 실망을 안겨주는 것은 공공 의 영역에 있는 수협은행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 수협은행의 성급한 결정이 합리적이지도, 정당하지도, 따뜻하지도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전형에 문제가 있다면 정당한 방법으로 전형을 실시하면 된다. 또 한 사람이든 열사람이든 숫자는 상관없다. 코로나에 지친 젊은이들에게 어려움 속에서도 조그만 꿈을 심어주는 감동을 주는 대신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전형 실시와 취소를 반복한다면 그들이 수협은행을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또 수협은행은 전화로 의견을 물은 결과 서류전형 합격자의 30%가 최종 선발 전형에 불참의사를 밝힌 것을 취소 이유 중 하나인 것처럼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다. 대부분 서류전형 합격자는 선발할 인원의 150%로 한다거나 2~3배수를 뽑는다. 그러면 그 중 30%는 대세에 영향 을 미칠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부족하다면 추가 모집할 수도 있고, 아니면 현재 인원만 가지고 해도 된다. 10명이 되든 1명이 되든 뽑을 의사가 있으면 뽑아서 활용하면 된다. 그것이 공모에 적합한 행동이다. 30% 의사는 존중되고 나머지 70% 의사는 무시돼도 좋으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그것이 정당한 사회인가. 수협은행이 진정으로 감성 경영을 하겠다면 한명이라도 하겠다는 사람의 의사를 존중하는, 그래서 그들이 수협은행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응모자가 감동을 느끼고 그 감동이 여러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 홍보대사를 뽑는 것도 젊은이들의 그런 감성을 전달하기 위한 것 아닌가.

꿈을 주는 감성경영해야

수협은행은 지금 특수한 환경에 있다. 공적자금을 받은 은행이라는 얘기는 하도 들었으니까 열외로 치자. 그러나 수협은행은 현재 메이저은행과, 2금융권 사이에 낀 샌드위치다. 가뜩이나 은행금리가 제로 금리로 떨어지면 비이자 수익률이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수협은행의 살길은 막막하다. 그럴 때 필요한 건 감성경영 이다. 그것은 전략도 전략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그런 정성과 순수함이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이동빈 행장이 강조하고 있는 소매금융 역시 그런 감성경영을 할 때만이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홍보대사 선발을 두고 벌어진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수협 은행이 이런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불과 몇 사람에게도 감성경영을 하지 못하는 수협이 과연 몇백명 몇천명 고객에게 제대로 감성경영을 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수협은행은 올해 초 홍보대사를 공모하면서 대학생들이 홍보대사 유니블루 활동을 통해 잊지 못할 추억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열정과 재능이 가득 한 대학생들의 푸른 꿈을 향한 도전을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수협은행은 오히려 그들의 꿈과 도전을 잃게 했다. 코로나 때문에 운동장을 뺏긴 젊은이들이 그 나마 활동하고 싶은 공간에 석연찮은 이유로통행금지라는 말뚝을 박아 놓았다. 수협 은행은 이제라도 그들에게 꿈과 도전을 심어주기 위해 다시 전형을 실시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

저작권자 © 수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