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황 절망적…올해 돌파구 없으면 내년 사업 접을 터”
연어 등 외국산 수산물 수입 결정적…경제불황 · 소비둔화 한 몫
위기 극복 못하면 광어 양식 무너질 수밖에...위기론 팽배

얼마나 상황이 심각하면 살아있는 물고기를 수매해 폐기할까.
국민 횟감이라던 광어를 두고 하는 얘기다.

우리나라 광어 생산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이하 제주도)는 지난달 22일 도내 359개 광어 양식장에서 기르고 있는 400~600g급 중간 크기 광어 200톤을 수매 후 폐기 처분한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이를 위해 ‘수산물 수급가격 안정기금 운용심의위원회’를 열고 소비둔화로 적체된 양식광어 물량 해소를 위해 양식어가에 긴급 자금 14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제주도가 이처럼 수매에 나선 것은 제주도가 광어 양식을 시작한 지 33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에 수매되는 광어는 내년 3∼4월이 되면, 크기가 1kg이상으로 자랄 수 있는 광어다. 출하 시 시장가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이런 상황은 전조가 나타난 지 오래다. 제주어류양식수협은 이에 앞서 지난 8월말 자체자금 35억원을 투입해 1kg급 성어 312톤을 수매해 시장에서 격리 조치했다. 상황이 심각해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제주도에서 30년간 광어양식을 해 온 오태곤 전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현 한반도 포럼 이사장)은 지난 28일 “이런 어려움은 광어양식 30년 만에 처음 겪어 보는 일”이라며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광어 양식 산업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양식 산업은 한번 무너지면 복원하기가 어렵다”며 ‘절망적’이라는 말도 했다. 기술과 자본이 많이 필요한데다 전망이 좋아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심각하면 이런 얘기가 나올 까.
제주도는 연간 2만5,000톤 가량 광어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전국 생산량(3만7,267톤)의 60% 정도. 이 기준으로 보면 약 3,000억원 규모다.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양식어류 중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때 정부도 세계 일류 상품으로 선정하기도 했던 수산물이다.

그러나 요즘 광어 양식 어업인들은 양식보다는 어떻게 ‘출구’를 만들어 빠져 나갈까를 걱정하고 있다. 소비가 안 되고 값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어업인들에 따르면 광어는 kg당 최소 1만2,000원은 돼야 한다. 그래야지 원가가 맞는다. 그런데 최근 거래되는 가격은 kg당 8,000원 정도. 2017년 10월 kg당 1만7,000원까지 갔던 것에 비하면 반 토막도 안 된다. 투자비는 차지하고라도 사료비, 관리비 등을 포함하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오태곤 씨는 “노르웨이산 연어와 일본산 방어의 수입이 급격이 늘면서 광어 소비에 변화가 생겼다”며 “회는 대체성이 강한 데 연어와 방어 등 외국산 수산물들이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했다. 수입수산물이 광어 양식 산업 기반을 무너트리고 있다는 얘기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게 연어다. 연어의 지난해 수입량은 3만7335t. 이는 전국 광어생산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오태곤씨는 “노량진수산시장 등 전통시장에 가면 좌판이 온통 연어로 도배돼 있다”며 “여기가 노르웨이인지 한국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금 광어 양식 산업은 경제 불황, 소비 변화, 식품 안전 문제 등 곳곳이 지뢰밭이다. 광어는 한 때 수산물에 대한 입맛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에서도 2,000톤 가량을 사갈 만큼 인기가 높았다. 또 미국 등 미주지역과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도 수출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 수출이 끊어지고 외국 수출도 활기를 잃었다.

오태곤씨는 “그 동안 6,000여평에서 연간 600톤 가량 광어를 생산했다. 그러나 올해는 300톤 가량만 생산할 수밖에 없다”며 “올해 돌파구가 없으면 내년에는 사업을 접겠다”고 했다. 이런 상태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문제는 정말 심각한 상황인데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며 “정부가 결코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활어에서 선어로 유통할 수 있는 길을 터주고 가공 산업을 활성화해 소비를 확대해 달라고 했다. 또 사료구매자금의 무이자 기간 연장과 폐사량이 늘어나지 않도록 포란 양을 조절하는 기술 개발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안 되면 정부가 폐업할 사람에게는 폐업지원금이라도 지원해 숨통을 터줘야 한다”고 했다. 폐업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몇 년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우리 국민들을 대상으로 활어회 소비 행태를 조사한 적이 있다. 그 때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횟감으로 광어를 꼽았다. 그러나 광어는 지금 어업인들이 어쩔 수 없이 손을 놓아야 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오태곤 씨는 “최악의 상황이 겹치고 있다”며 “이제 국회나 해양수산부 앞에서 1인 시위라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양식장에서 양식을 해야 할 어업인들이 거리로 나오는 최악의 상황이 그려지는 것 같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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