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30억원 손해 내고…“이대로 덮어선 안 돼”
해수부 감사 필요…필요 시 손배소 책임도 물어야
바다마트 덕이점, 책임지는 사람 없이 ‘무덤’에
수협 ‘신이 부러워하는 직장’ 소리 더 이상 들








수협바다마트 일산 덕이점이 3년여만에 30억원 가까운 손해를 보고 얼마 전 폐쇄된 것으로 뒤 늦게 밝혀졌다. 이상한 점포계약 →열자마자 적자→임차 1년 만에 폐점 및 전대→다시 수협 직영 개점 및 폐쇄 등 일반인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 덕이점이 개점 3년 만에 마침내 사라진 것이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수협은 지난 7월4일 임대인과 합의해 바다마트 일산 덕이점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뒤 늦게 알려졌다. 점포를 폐지했으면 폐지했다고 소비자나 주주들에게 알리는 게 의무다. 그런데 수협은 소리 소문도 없이 점포 문을 닫았다. 어째서 폐쇄했다는 얘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마트 개장 시 문제는 없었는지, 절차는 타당했는지, 책임 질 사람에게 제대로 책임을 물었는지, 당시 사장 등 책임자에게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는 없는지 등 문제를 다시 짚어본다. 30억원 가까운 손실을 입었는데도 그냥 묻어버린다면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상한 계약
2015년 9월, 수협은 바다마트 고양 덕이점 개설을 위해 점포계약을 한다. 뒤에 아파트 단지가 있긴 하지만 이곳은 아파트 거주하는 사람 말고는 외부 접근이 어렵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봐도 상권이 형성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다수의 시각이다. 그런데도 수협은 그곳에 2층짜리 점포 535평을 임대한다. 계약금 10억원. 계약 후 2년까지는 월 2,750만원의 임대료를 주기로 했다. 임대료를 당시 은행 금리(2.5%)로 환산할 경우 130억원 가량. 그러니까 평당 임대료가 2,400만원이 넘는다. 보증금 10억원은 계산에 넣지 않은 수치다. 수협은 이 후미진 곳에 130여억원 짜리 점포를 얻은 셈이다. 당시 주변 시세로 봐도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게 인근 부동산 업자들 얘기다. 그러나 수협은 이런 엉터리 계약을 해 놓고 4년 후부터는 계약금을 18.8% 올려주기로 한다. 또 6년 후에는 24.7%, 8년 후에는 30.9%까지 올려주는 계약서를 체결했다. 시장 조사를 철저히 해도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게 상권이다. 그런데 수협은 10년짜리 장기 계약을 하면서 이런 ‘웃지 못 할’ 계약을 한 것이다. 수협은 2015년 12월9일 바다마트 덕이점을 개점한다.

#개점 1년 만에 폐점 후 전대
그러나 이 점포는 문을 연지 1년도 안 돼 폐점을 하고 2016년 12월15일 전대를 한다. 전대란 가게를 빌린 임차인이 다른 사람에게 가게를 다시 임대하는 것을 말한다. 수협은 문을 열자마자 적자를 보기 시작했다. 애초부터 상권이 형성되기 어려운 곳에 마트를 열었기 때문이다. 개점 첫 달인 2016년 1월 1억6,000만원을 시작으로 12월에는 연간 누적액이 9억원에 육박했다. 수협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이 가게에 들어올 사람을 찾았다. 하지만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도저히 장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대 내용은 더욱 가관이다. 임차를 하겠다는 사람이 없으니까 10억 보증금을 3억원으로 깎아 주고 초기 들어간 시설비 등 고정자산 투자 매몰비용 8억1천만원은 그대로 날려버렸다. 그러나 이 가게를 임차한 식자재 업체도 임차한지 15개월 만인 지난해 4월 도저히 장사가 안 되자 손을 들었다.

#다시 수협 직영 개점
수협은 전대한 사람마저 나가자 2달 간 문을 닫고 매달 3,267만원의 임차료를 지급했다. 그리고 6월 특판을 이유로 다시 문을 연다. 열어봤자 적자가 뻔한 데도 불구하고 수협이 문을 연 이유가 뭘까. 장사가 안 돼도 문을 열면 할 말이 있지만 문을 닫아 놓으면 책임 추궁이 거론될 수 있기 때문에 문을 연 것 아니냐는 게 주변 분석이다. 게다가 다시 문을 연 덕이점은 수협 바다마트가 아니었다. 입구에 과일 특판행사라는 큼직한 광고 문구가 붙어 있고 입구 유리창에도 과일 그림이 수산물을 압도했다. 농협 하나로마트 간부로 근무했던 사람을 수협 유통 사장으로 채용하면서 생긴 일이다. 그러니까 농협하나로마트 같은 수협바다 마트인 셈이다. 그리고 이 가게는 6개월 만인 12월 다시 문을 닫는다. 덕이점 개설 만 3년 동안 일어난 일이다. 국민 세금과 어업인 돈 30억원 가량이 이렇게 날라가 버린 것이다.

#수협 임대인에게 계약해지 통보
수협은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지난 1월 임대인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도저히 장사를 할 수 없는 데 더 이상 임차료를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계약해지는 임차인이 도저히 임차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권리 행사다. 계약 해지는 6개월 간 기간을 거쳐 야 효력을 발생한다. 그렇다고 6개월 후 자동 해지되는 게 아니고 그 때부터 임대인과 협의 조정을 하거나 재판을 청구해야 한다. 그러면 법원은 임대인이 다시 임대를 할 수 있도록 3개월에서 6개월 간 기간을 줘 임대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한다. 이것을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수협이 계약 해지를 하면서도 기회비용을 준 것은 물론이다. 수협이 계약해지 통보에서 폐점까지 들어간 비용만 2억원 가량. 아마 이런 일이 다른 일반 기업에서 생겼다면 어떻게 됐을까.

#왜 이런 일 발생했나
이 사건은 개설과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만도 한 두 개가 아니다.
수협중앙회 감사실이 감사한 자료에 따르면 먼저 2015년 9월11일 개설 타당성 검토를 하면서 부실하고 과장된 검토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14일 매장개설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고 했는데 실제는 개최도 않고 관련 서류를 허위로 작성했다. 15일 (주)수협유통 이사회를 열고 승인을 받는다. 당시 수협유통 이사 6명은 강학순 수협유통 대표이사(前태안남부수협 조합장), 공노성 수협중앙회 경제상임이사, 김시종 경제기획부장, 박영석 유통영업부장, 박종근 가공물류부장, 김경범 중앙회 직원으로 수협유통에 파견된 6명이다. 이들은 이사회에서 서면 의결하고도 대면 의결한 것처럼 의사록 등을 허위로 작성하고 이사들이 서명했다. 또 이들 중 일부 임원은 후보지 현장 답사 시 고객의 접근성이 안 좋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교통과 고객의 접근성 및 상권이 우수해 마트 운영에 적합한 장소이니 개설을 추진하라”고 부당한 업무 지시를 했다. 게다가 이사회에서는 활용 계획도 없이 불필요한 2층 까지 포함해서 임차하고 장래 상권의 변화, 물가 상승 등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계약 후 4년 차부터 월 임차료를 무조건 18.8%~30.9%까지 순차적으로 확정해 인상하는 부동산 임대차 계약 조건에 대해 합리적인 논의나 검토 없이 승인했다. 중도해지 조항을 임대인에게 유리하게 임의로 변경하는 등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계약, 엉터리 이사회, 일사천리로 진행된 심의와 계약 등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일들이 이 사건 속에 들어있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징계를 받은 사람은 개설 타당성 및 임대차 계약을 협의했다는 이유로 당시 수협유통 이사인 김시종 경제기획부장 한사람에 불과하다.

#해수부 감독권 발동 등 경고 보내야
일반 기업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목이 몇 개라도 살아날 재간이 없다. 이렇게 경영이 어려웠다면 지금처럼 진즉 임대인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지금에 절반 이상은 손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임차 계약을 승인하고 계약을 체결했던 책임자들이 이것이 자기 재산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수협중앙회 주주인 수협 조합원들이 그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해양수산부 등 감독기관에 감사를 요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수협의 자체 감사가 제 식구가 감싸기 될 수 있는데다 솜방망이 감사에 그쳤기 때문이다. 또 문제가 있다면 계약을 체결한 책임자들에게 손해 배상 청구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전 수협중앙회 임원은 “상식적으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수협이 경제사업에서 30억원을 벌려면 몇십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전직 임원도 “수협의 무능과 도덕적 해이가 어떻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며 “이 사건을 유야무야 덮어선 안 된다”고 했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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