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주 편집국장

취임 후 홍근진 수협중앙회 지도경제 대표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국회를 찾아가 인사를 하고 한편으론 내부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또 외부 행사에 참가하는 등 얼굴 알리기에 열심이다. 당연한 수순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과정이다. 취임 20일, 아마 그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홍대표가 지금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내년도 예산 확보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정부안이 9월3일 국회에 상정된다. 그러나 수협의 예산 확보는 난관에 봉착해 있다. 다른 사업은 제쳐두고 라도 당장 어민들의 사고 예방과 조난 시 신속한 구조를 위해 꼭 필요한 어선안전 조업 사업비마저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이 사업의 올해 국고 지원은 173억원. 이는 전체 사업비의 68%이다. 그러나 내년도에는 전체 사업비(289억원)의 55,5%인 160억원만 지원하겠다는 것이 현재 정부 안이다. 이렇게 될 경우 수협 자부담은 올해보다 47억원이나 더 늘어난다. 정부 대행 사업으로 수협이 추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최근 5년 간 364억원이다. 게다가 수협은행 배당금은 전액 공적자금 상환에 사용해야 한다.
이런 마당에 반드시 정부로부터 지원받아야 할 예산마저 지원받지 못한다면 수협은 어민들 안전에도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는 절름발이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재정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또 양식재해보험 등 정책 보험도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하는 데도 상당 부문 수협이 부담하는 구조로 돼 있다.

홍 대표가 이런 것을 풀어야 한다. 수협이 어민을 위해 해야 할 안전과 정책 보험문제 등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다면 수협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임준택 회장과 함께 그의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와 함께 준비해야 할 게 대국회 문제다.
국회엔 예산이 걸려 있고 법령이 걸려 있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국회에서 예산이 통과해야 하는 법정 기일이 12월2일이다. 능력이 있다면 이 기간 동안 얼마든지 예산을 확보할 수도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논리를 만들고 로비력을 키운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또 같은 1차 산업이면서도 어민이 농민보다 더 세금을 많이 낸다고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하는 마당이다. 조세관련 법령이 어떻게 돼 있는 지, 대표이사는 국회에서 어민과 수산업 관련 법령 제 · 개정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꼼꼼히 챙겨야 한다.
이는 회장이나 대표가 눈을 감고 있어야 할 사안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그 다음이 국정감사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 화력이 약해 질 순 있다. 하지만 국정감사는 국정감사다. 수협이 국회에서 만신창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회장과 대표는 많은 준비를 하고 순발력을 키워야 한다. 수협인이 자존심을 지킬 수 있도록 당당하고 전문가 적인 식견을 갖도록 해야 한다. 회장도 취임한 지 얼마 안 된 데다 대표이사마저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다면 수협은 천덕꾸러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그 다음 지도경제대표가 챙겨야 할 것은 노량진수산시장 개발과 관련된 문제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수협 최고의 자산이다. 앞으로 구 시장 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수협의 위상과 신분이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구노량진수산시장 철거를 승인해야 할 관할 구청은 수협이 요청하는 철거승인을 못해주겠다고 하고 있다. 이유는 아직도 그 안에 남아 있는 잔존 상인들의 안전을 염려해서다.
이 시장터에 건물이 완공되면 부가 가치가 얼마나 될지 모르는 데 이런 자산을 이렇게 놔둬선 안 된다.
현재 수협중앙회도 사무실이 부족해 인근 건물 사무실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고 수협은행 역시 같은 처지다. 이럴 바에는 신천동 청사는 팔고 이 시장터에 건물을 지어 수협중앙회와 수협은행이 이사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통신시설 이전이라든가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여러 가지 대안을 만들 수 있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시장터다. 아까운 돈이 하루하루 낭비되지 않기 위해서는 시장 문제만큼은 홍 대표가 우선적으로 챙겨야 한다.

들리는 얘기로는 홍 대표는 취임 후 각 부서에 출장복명서를 제출하라고 했다고 한다. 물론 경비 절감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신임대표가 오자마자 해야 할 일은 아니다. 코끼리 뒷다리나 만져서는 코끼리 정체를 알 수 없다. 홍 대표가 지금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내가 이 시점에 무엇을 해야 할 일을 아는 것, 바로 그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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