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동 칼럼/ 문영주 편집국장

수협중앙회 지도경제는 경제전문가가 해야 한다”

얼핏 들으면 그럴 듯 하지만 틀린 얘기다. 물론 경제 전문가가 다른 일 까지 잘 한다면 금상첨화일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전문가이기 때문에 대표를 해야 한다는 얘기는 잘못된 얘기다.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경제는 경제 이사 한사람이면 족하다.

얼마 전 중앙회 대표이사로 추천받은 사람에 대한 평가에서 제일 먼저 나온 얘기가 바로 이 얘기다. 그가 경제전문가이기 때문에 뽑았다는 것. 그러나 이것은 중앙회 지도경제 대표가 무얼 하는지 모르는 사람 얘기다.

수협중앙회 지도경제 대표가 해야 하는 일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지도사업도 해야 하고 상호금융, 공제 · 경제사업도 해야 한다. 지도사업 올해 예산은 768억원이다. 중앙회는 이 돈으로 어업인 복지 향상을 해야 하고, 바다모래 채취 반대도 해야 한다. 어정 활동 지원, 회원조합 역량강화 등 해야 할 일이 부지기수다.

상호금융은 6조원 가까운 자금을 운용한다. 회원조합 예탁금이 잘 운용되고 있는지, 중앙회 예수금 증가는 어떻게 할 건지 여러 가지 판단을 해야 한다. 일선수협 젓줄이 바로 상호금융이다.

공제사업 역시 힘든 사업 중 하나다. 민간보험사하고 힘든 경쟁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어업인 부담을 적게 할 건지 고민할 게 한 두 개가 아니다. 재보험도 안 되는 공제 보험을 만들어 운용해야 하고 적자가 생기면 정부부처에 가서 통사정을 해 예산을 따오기도 해야 한다.

경제사업은 올해 예산이 1조 5,546억원이다. 중앙회 전체 사업규모의 18.5%에 해당한다. 이 돈으로 판매사업도 해야 하고 이용가공, 구매사업, 가격지지도 해야 한다. 이것이 모두 지도경제 대표의 울타리 안에 있다.

그런데 그 중 18.5%를 차지하는 경제사업 때문에 대표이사를 경제전문가로 뽑아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 경제가 전체 사업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면 이런 얘기가 타당할지 모른다. 경제를 잘 하면 좋지만 대표이사를 반드시 경제전문가가 해야 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 얘기다.

그럼 지도경제 대표이사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 가. 지도경제 대표는 우선 조직을 관리하고 수협에 필요한 예산을 따오고 어업인의 경제 ·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한 어정활동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와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듯 수협과 관련된 모든 길은 해양수산부와 연결돼 있다. 예산도 그렇고 법령 재개정도 마찬가지다. 해양수산부에 인적 네트워크가 전혀 안 돼 있는 사람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게 국회다. 수협이 필요로 하는 예산과 법령 제· 개정 권한은 최종적으로 국회가 갖고 있다. 지도경제 대표는 바로 이런 메커니즘을 제대로 알고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단순히 사기업체에서 임원으로 있었다는 이유로 사람을 뽑을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이제 대표이사 임기는 2년이다. 2년은 업무를 배우고 사람을 알 수 있는 시간에 불과하다. 이 짧은 시간에 업무를 배우고 사람을 알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인 것이다.

그런데 오직 경제 전문가라는 이유로-정말 얼마나 경제 전문가인지도 모르지만- 대표이사 인사추천위에서 추천했다는 것은 너무 안일한 생각이다. 뿐만 아니라 응모자도 너무 적다. 아무리 조그만 회사 사장을 뽑는다고 해도 두 명이 응모했다고 덜렁 뽑지는 않을 것이다.

능력 있는 사람들이 응모할 수 있도록 재공모를 검토했어야 했다. 혹자가 “내가 만일 오너라면 두 명 중에서 한명을 선택했을까요. 아님 재공모를 해 많은 사람이 응모하게 했을까요”라는 질문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어업인들의 어려움을 해소시켜줄 대표이사를 뽑는 일은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다. 때문에 고민하고 더 많은 숙고가 필요한 일이다. 대표이사 후보 인사추천위원들이 뽑은 사람이 잘못되면 그들도 역시 비난의 대열에 같이 서야 한다. 그들의 선택이 수협의 방향을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이제 7일 총회가 수협사에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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