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신문 창간 16주년 기념 특별대담

“들어 와 보니 회장 자리 정말 힘들고 어려운 자리”
“오래 됐다고 승진시키는 것 아냐” 연공서열 타파
 임원 화합 · 통합 잘하고 전문가 능력 갖춘 사람
"여성 임원 할당 비율 지키겠다" 여성 직원 배려 약속

 
임준택(62) 수협중앙회장은 지난 19일 오후 3시, 회장실 문을 열고 문 앞에서 기자를 기다렸다. 인터뷰 때문에 회장실을 찾는 기자를 맞이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두 손으로 반갑게 기자의 손을 잡고 방으로 안내했다. 다른 회장 같으면 기자가 방으로 들어오면 그 때서야 반가운 듯 악수를 하고 자리에 앉는다. 그러나 그는 들어올 때부터 달랐다.

임 회장은 취임 후 다음날 엘리베이터 앞에서 직원들을 맞았다. 손을 잡고 악수를 하기도 하고 눈인사를 했다. 주군 같은 회장이 낮은 데로 내려 와 임직원들을 맞은 것이다. 직원들 역시 새로운 모습에 놀란 것은 물론이다.

그런 그가 지난 26일 취임 3달을 맞았고 6일이면 100일을 맞는다. 그러나 그는 아직 자신의 비전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행보도 제한적이다. 아직 외부 요인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바둑으로 얘기를 시작했다. “벌써 취임 100일이 다 된다. 바둑으로 치면 포석이 끝날 시간이다”고 했다. 뭘 하는 지 에둘러 묻기 위해서다. 그는 빙그레 웃었다. 그러면서 “무슨 말을 물으려는지 알고 있다”고 했다. 잠시 선문답이 오갔다.

-장관이든 회장이든 새로운 사람이 오면 인사부터 하는 게 관행이다. 회장은 인사권은 없지만 실제 의중이 인사에 반영된다. 그런데 인사가 없다.

“인사 때문에 많이 고민하고 있다. 기다려 달라”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8월 안에는 끝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 8월인가.

“선거법 공소 시효가 8월에 끝난다”

-어떤 사람이 임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우선 화합하고 통합하려는 사람, 또 전문가로 능력이 있는 사람, 대외적인 활동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수협 내에 그런 사람이 많냐고 물으려다 말을 접었다.

-지도경제 대표이사를 뽑는다면 안에 있는 사람을 뽑는 게 나은가. 밖에서 사람을 구하는 게 나은가.

“여러 각도에서 생각하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8월에는 부장들까지 인사를 할 것이라는 얘기가 안팎에서 나돌고 있다.

“직원들 정기 인사가 7월로 알고 있다. 부장 들 인사는 그 때 일부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노부모 모시는 사람은 노부모 있는 지역으로 간다던가, 사정에 따라 특정지역에 가야 할 사람을 우선적으로 그 지역에 보내는 연고주의 인사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을 최대한 배려하기 위해서다. 직원들과 소주도 마시고 적재적소에 맞는 사람을 찾고 있다”

그러면서 “(인사는) 오래 됐다고 승진시키는 게 아니다”고 했다. “잘하면 1급도 발탁해 주요 보직에 앉히고 과장도 발탁하는 게 좋은 인사”라고 했다. 연공서열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수협 인사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지 궁금하다.

-회장 자리가 어떤 자리라고 생각하느냐?

“정말 힘들고 어려운 자리다. 밖에서 볼 때는 모든 것을 다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막상 와 보니 법적으로 아무 권한이 없다. 이래 가지고 어떻게 조직을 운영하고, 어민들을 위해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취임하면서‘더 강한 수협, 더 돈되는 수산’을 내세웠다. ‘더 강한수협’을 내세운 이유가 뭔가.

“수협은 사업을 통해 거둔 이익을 어업인과 어촌, 수산업 지원 목적에 사용하는 협동조직이다. 수협이 더 큰 수익을 올리면 어업인과 어촌을 위한 지원과 투자를 확대할 수 있고 수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현재 수협은 그간 끌어올린 수익성을 바탕으로 세전이익이 연간 5천억원 가까이 육박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 같은 토대를 바탕으로 공적자금을 조기 상환해 수협이 어업인을 직접 지원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혜택을 돌려주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더 많은 역할을 해내고자 ‘더 강한 수협’을 전면에 내세웠다“

-‘돈 되는 수산’은 왜 공약했나

“공적자금 상환 후 수천억원의 수익을 어촌과 조합 그리고 수산업에 투자하는 수협이 된다면 자연스럽게 수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고 젊은이들이 한번 도전하고자 해보고 싶은 수산이 될 것이란 생각에서다.

-임 회장이 경제 전문가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경제전문가가 보는 수협의 경제사업은 어떤가.

“지금 수산업의 가장 큰 난제는 유통이 동맥경화에 걸려 비용만 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래 가지고는 수협이 살아갈 수가 없다”

그는 역시 경제전문가 다웠다. 경제 얘기가 나오자 그의 목소리가 커졌다.

“현재 유통상황은 수산물 가격이 저렴할 때 수매를 통해 비축하고 시세가 좋을 때 수매해 둔 상품을 되팔며 중간유통업자만 이익을 보고 있다”

그러면서 “어업인은 값이 좋아지려고 하면 풀리는 비축 물량 때문에 어가에서 손해를 봐야 하고 소비자는 복잡해진 경로 때문에 불어난 유통비용으로 풍어가 되도 싸게 먹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일반소비자와 어업인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 수협 경제사업의 본질인 만큼 국민과 어업인의 갈증을 해결할 수 있도록 경제사업을 혁신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이를 위해 “앞으로 수협은 수출, 가공을 비롯해 새로운 유통 경로를 다양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어시장에서 경매를 통해 냉동창고에서 보관할게 아니라 수산식품·생명공학·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원재료 형태로 분산해서 비축하고 판매한다면 그만큼 과도하게 생산된 물량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수 있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 지난 3월27일 회장 취임식 때 “어업인이 생산만 하면 나머지는 수협이 책임지겠다”고 했다. 어떻게 책임질 생각인가.

“이 구상은 단순히 수산물 원물 거래를 중개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수산물 수출, 가공수요 확대를 통해 어업인들의 생산물량을 흡수하겠다는 뜻이다.

이 같은 구상이 현실이 된다면 원물로 거래가 이루어질 때 보다 훨씬 높은 고부가가치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앞으로 경제사업은 수출과 가공에 역점을 두고 생산물량을 충분히 흡수할 능력을 갖춰나갈 것이다. 24일부터 일주일 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을 직접 가서 수출 환경 등을 보고 오겠다“

-노량진수산시장 문제는 잘 해결되고 있는가.

“그동안 수협이 할 수 있는 노력은 충분히 해왔다. 이제는 법과 원칙에 따른 해결 외에는 더 이상 대안이 없다.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기본계획은 추진단계부터 최종 완공 후 입주조건에 대한 내용까지 시장상인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들과 협의해서 만들어진 사항이다.
시장과 무관한 외부단체 소속 인원들만이 목소리를 내고 갈등을 키워가고 있다.  이 상황은 국민들이 갖고 있는 일반적인 상식이나 사회 정의에서도 한참 벗어나 있다. 어업인과 수협의 자산에 대한 심각한 침해와 이로 인한 손실이 더이상 지속돼서는 안 된다. 앞으로  조속한 해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각적인 수단을 취하겠다“

그는 “다행이 지난 20일 구시장 상인 50명이 신시장으로 오겠다”며 그들을 반가워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될 경우 구시장 동력은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이제 끝이 보인다“고 했다.

-지금 수협인들이 힘을 모아야 할 현안은 뭔가.

“현재 바다는 온갖 개발행위로 수십년 동안 연안과 EEZ 모래를 파헤치며 서식과 산란장을 파괴한 결과 연근해 어업생산량 3년간 평균치가 100만톤에 미치지 못하는 위기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눈앞의 작은 이권에 매몰된 결과 자손대대로 끊임없이 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보고를 망가트린 것이다. 수협은 지난 3년여간 바닷모래 채취 금지를 위해 전방위적 활동을 펼쳤고, 현재 대두되고 있는 해상풍력발전 문제에 대해서도 철두철미하게 대응해 나가겠다”

-조합장들과 관계도 중요한 것 아닌가.

“수협중앙회는 혼자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조합장 간담회에서 말씀드리고 있지만 평소에도 조합장님들의 말씀을 많이 듣고 경영에 반영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 생각한다. 특히, 어촌계 가입기준 완화 문제 등 지구별수협에 챙겨야 할 현안과 어려움이 더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조합들이 안정적인 경영여건을 갖추어 나갈 수 있도록 수시로 찾아 이야기를 듣고 중앙회 임직원들과 상의해서 바로바로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도록 하겠다“

-지금까지는 안팎의 평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 직원들과 어떻게 소통할 생각인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회장 혼자 독보적으로 앞서나가는 존재가 돼서는 안 된다. 수협이라는 존재가 성장하고 발전하려면 임직원들 스스로 어업인과 조직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돼야 하고,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똑같은 조직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며 나도 그 일원으로서 같은 선상에서 호흡하고 생활하겠다”

임 회장은 취임 직후 직원들과 상견례 자리에서 “누구라도 필요하다면 회장실로 찾아와 달라”고 했다.

조합장간담회를 진행할 때도 해당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과 같이 식사도 하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모든 구성원과 현장에서 격의없이 소통하며 우리 수협이 올바른 길을 향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가능한 한 말을 아꼈다. 아직 얘기할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기자가 회장실을 나갈 때도 들어갈 때 처럼 문 앞까지 나와 기자를 배웅했다. 키가 커서일까. 그는 분명 낮은 데로 내려 와 있었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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