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등신의 여름철 대표 생선
오장 돕는 음식 ‘첫손’

 
음식도 계절에 따라 풍미가 다르기 마련인데 생선은 더욱 그렇다.

흔히 봄 조기, 여름 농어, 가을 갈치, 겨울 동태라고 농어는 여름철 생선으로 첫손에 꼽는다.

농어의 산란기는 10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이며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 지역이나 강의 하구에 부유성 알을 낳는다.

부화한 어린 농어는 봄과 여름철에 하천의 하구로 거슬러 올라오기 시작하는데 8월초에는 강 하구와 상당히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하다 9월 중순이 지나 수온이 내려가면 겨울 채비를 위해 깊은 바다로 이동하기 때문에 가까운 바다에서는 농어를 찾아보기 힘들다.

여름철에 많이 나는 농어는 몸길이 50~90cm 정도로 몸은 길고 옆으로 납작하며 입은 크다. 물고기의 전형적인 모습을 갖춘 ‘8등신’으로 불릴 만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물고기의 형태를 연구하는 학생들의 실험대에 자주 오르는 수난을 겪기도 한다.

정약용의 <아언각비>에 의하면 농어의 한자식 이름인 노어를 ‘노응어’라고 한다고 적었는데, 농어라는 이름은 여기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어린 고기에서 성장할때까지 크기에 따라 이름이 바뀌는 물고기를 출세어라 하는데 농어, 숭어, 방어 등이 여기에 속한다.

경남 통영지역에서는 농에, 전남 순천과 장흥에서는 몸통에 검은 점이 많고 작은 놈을 깔따구, 껄떡이로 부르며 완도에서는 절떡이, 경남과 부산 등지에서는 까지매기라는 방언으로 불리는 등 매우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다.

일본에서는 농어 ‘스즈끼’라고 부르는데 일본에 스즈끼라는 성씨가 많은 까닭에 ‘일본을 대표하는 물고기’라 말하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화루 또는 루, 루위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농어는 흰살 생선이지만 지방이 많고 비타민A, D가 풍부하며 각종 필수아미노산도 많이 들어있고 어린 고기보다는 성장할 수록 맛이 깊어진다. 맛이 워낙 출중한 생선이라 그런지 농어에 얽힌 이야기와 속담도 많다.

농어는 예로부터 사람에게 ‘길(吉)한 물고기’로 대접받았는데 주나라 무왕이 천하를 통일하고 전쟁에 승리한 이유가 정벌을 위해 바다를 건널 때 농어가 배 위를 뛰어오르는 ‘좋은 징조’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말이 입으로 젼해져 오늘날에도 낚시꾼들은 농어가 낚이기를 기다린다.

일본 고사중에 ‘가을 천둥소리에 놀라 농어가 깊은 바다로 도망간다’는 이야기가 있다.
가을철이 되면 바다로 되돌아가는 농어의 생태를 정확하게 짚은 말이다.

또 농어에 관한 가장 유명한 일화로 ‘오중노회’가 있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에 장한이라는 선비가 낙양에서 큰 벼슬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여름날 문득 고향 송강에서 먹던 농어회의 맛이 생각나 며칠을 고민하다 마침내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얘기인데 과장은 있겠지만 농어의 맛을 짐작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이야기다.
 
한방에서는 농어를 오장을 튼튼하게 하는 음식으로 꼽고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오장을 보하고 위를 고르게 하며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하는데 회를 쳐서 먹어야 좋다”고 적었다.
<식료본초>에는 “임신 중 특히 초산부에게 농어를 먹이면 좋고 임신 중 하혈이나 복통 같은 것이 있을 때는 시원하게 국을 끓여 먹으면 지혈과 안정이 된다”고 소개했다.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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