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바뀌면 1급들 사표 받기 바쁘고
국장 2년마다 돌리는 데 누가 정책개발 하나
명태·참치 양식은 수과원 R&D나 하는 일
마치 수산정책 성공 결과처럼 과대 포장 홍보

2013년 해양수산부가 부활 됐을 때 수산인들은 그래도 기대를 했다. 이번에는 과거처럼 수산홀대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부가 부활된 지 5년이 지난 지금 해양수산부는 이런 수산인들 기대를 얼마나 충족하고 있을 까.

미동도 않는 해수부

지난 4일 부산지역 어업인 1,500여명은 한일어업협상 촉구를 요구하며 부산공동어시장에서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었다. 한일어업협정이 22개월 째 표류하면서 부산지역 어업인들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도 정부가 이렇다 할 대책을 내 놓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어민들은 해양수산부를 향해 “참을 만큼 참았다”고 했다.

연근해 수산물 생산이 100만톤 이하로 떨어졌다. 그럼 난리가 나야 한다. 왜 떨어졌는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외국 사례도 분석하고 이럴 때 선진수산국은 어떤 정책을 쓰는지 이곳저곳 찾아보고 대책반도 만들어야 한다. 이로 인해 수산물 수급상 문제는 없는 지, 어업인들이 어떤 피해를 입을 지도 찾아봐야 한다. 기업 같으면 생산 목표를 새워 놓고 안 되면 몇 사람 목이 날아 갈 지 모른다. 그런데도 해양수산부는 평온을 유지하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 문제도 그렇다. 물론 수협이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는 정부 예산이 들어간 사업이다. 구 시장 상인과 수협중앙회 갈등이 2년째 접어드는 데도 해양수산부는 강 건너 불구경 하고 있다. 어떻게 정부가 나서 해야 할 일이 없을까 고민하는 흔적이 전혀 없다. 수협에 맡겨놓으면 언제 풀릴지 모르는 사업을 그냥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예산을 집행하지 못하고 몇 년째 이월을 하는 데도, 괜히 잘못 건드려 발을 담그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모른 척 하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러는 사이 서울의 명소가 될 수 있는 노량진수산시장은 지저분한 슬럼가로 변하고 있다. 
과거처럼 해양수산부 주요 보직을 해운항만청 출신이 다 가져가는 그런 수산홀대가 아니라 이제는 수산인들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정책홀대’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해운은 문제가 있다면 빠르게 움직인다. 그런데 수산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문제가 심각한 것 아닌가. 새로운 정책 개발 대신 장관이 수산인의 날 행사에 와서 고무적인 말 몇마디 하고 가는 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면 굳이 해양수산부가 있을 필요가 없다.

인사시스템부터 고쳐야

해양수산부에서 수산정책이 개발되지 않는 것은 먼저 인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장관이 바뀌면 먼저 1급들 사표 받을 생각부터 한다. 새장관이 왔으니까 새 진용을 꾸리려면 인사부터 하는 게 상책일 수 있다. 그러나 수산은 전문성과 다양한 시각이 필요한 산업이다. 그러다 보니 새 장관이 오면 정책개발보다는 장·차관 눈치 보는 일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장들도 2년 정도면 보직을 바꾼다. 과장 역시 마찬가지다. 호흡을 맞출 때 쯤이면 모든 사람이 떠나야 한다. 이런 구도 속에서 멋진 정책이 나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다 보니 깊이 있는 정책은 없고 수산과학원이나 연구소 같은데서 R&D 사업으로 추진해야 할 명태, 참치, 장어 양식 같은 사업들이 마치 수산의 주류 정책인 것처럼 포장돼 나오고 있다. 수산업을 어떻게 지속가능한 어업으로 만들건지, 국민에게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해 어떤 구조를 만들어 나갈 건지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금새 약발이 보일 수 있는 대책만 만들어 내고 있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게 수산 쪽 사람들의 폐쇄적 사고다. 우리나라 축구 대표 팀을 이끌만한 지도자가 없으면 축구 선진국에서 감독을 데려와야 한다. 그런데 능력도 없으면서 외국 지도자들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면 우리는 평생 월드컵에 갈 수 없다. 지금 수산이 그렇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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