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수산시장은 21세기 서울의 가장 ‘추한 시장’ 오명
“전쟁 폐허 방불…주차장 폐쇄 하루 만에 쇠사슬 끊어져…”

 
수협노량진수산시장주식회사(이하 수협)가 지난 15일 구시장 주차장 안전에 문제가 있다며 주차장 입구에 쇠사슬을 설치했다. 그러나 이 쇠사슬은 불과 하루도 안 돼 끊어졌다. 유야무야 된 것이다. 9개 중 2개가 훼손됐다. 사통팔달처럼 사방이 뚫려있는 형국이다. 입구는 오히려 구시장 비상대책위 차가 막고 있다. 서슬이 퍼렇던 분위기는 하루 만에 온데 간 데 없이 사라졌다.

게다가 수협은 쇠사슬을 끊고 주차를 못하도록 무려 7,500만원을 들여 외부에서 관리인원 13명을 투입했다. 그러나 그들은 끊어진 쇠사슬만 지킬 뿐, 들고 나는 차를 막지 못했다.

이는 쇠사슬로 입구를 막으면 구시장 상인들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고 이럴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다음 플랜이 세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까운 돈만 날려 버린 셈이다. 뿐만 아니라 시장 정상화를 위한 전략이 있는지 모를 정도다. 구시장 상인들을 압박하려면 주차장 펜스 설치, 명도 집행 등 동시 다발적으로 전방위 압박을 해야 한다. 그래야 구시장 상인들도 “아. 뭔가 오는구나”라며 위기감을 느낄 것이다. 그런데도 수협은 명도 집행하다 집단 저항하면 물러서고 입구 막다 집단 행동하면 물러서고 주차장 폐쇄하다 저항하면 돌아서고 이런 식이다. 찔끔 하나하고, 찔끔 하나하고 오히려 내성만 길러주고 있는 꼴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수협이 강제집행을 해서라도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이런 식으론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문제가 해소되든, 이슈가 되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동시 다발적으로 시도해야 한다”고 했다. 협상이 안 돼 어차피 한 번은 부딪힐 거라는 전제에서다.

그러나 이런 결정은 법인이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중요 결정은 수협중앙회 지도경제 쪽에서 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그들은 법인을 전면에 내세울 뿐이다. 수협중앙회에 책임 지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른다. 지도경제 대표는 있어도 책임지려고 하는 대표는 없다.

현대화 시장으로 입주한 게 벌써 2년. 그런데도 상황은 변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장은 현대화 이전보다 누더기가 됐고 곳곳은 전쟁 폐허를 방불케 한다. 21세기 서울에서 가장 ‘더럽고 추한 시장’이 됐다. 외국 관광객들이 볼까봐 두렵다. 이런 불결한 곳에서 날 것으로 먹는 수산물 회를 판다는 게 희한하다. 3만불 시대를 눈앞에 둔 국가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당분간 더 이어질 것 같다. 법인은 이달에는 명도 집행 등 구시장 정상화 추진은 더 이상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4월에 다시 시도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4월은 지자체 선거를 불과 두 달도 안 남긴 때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수협이 구시장을 정상화 시킨다고 강제 집행을 할 리가 만무하다. 수협이 그런 배짱이나 지략이 있었다면 이 문제는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내 정년이 연말인데 그 때까지 시장이 정상화 되지 않을 것 같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구시장 비상대책위 관계자는 21일 구시장 주차장에 쇠사슬을 친 것에 대해 코웃음을 치며 “수협이 돈이 많으니까…”라고 했다. 그는 “관리요원 200명이 와도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주차장 건물은 철제빔이다. 한 20년 된 것 같은데 앞으로 30년은 넉넉하다”고 했다. 수협이 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다는 얘기다.

수협중앙회는 노량진수산시장이 수협의 희망이라고들 말한다. 2만여평의 땅, 거기에 빌딩을 짓고 복합시설을 만들면 엄청난 자산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수협중앙회 청사를 이전할 수도 있고 노량진역세권 개발로 황금의 땅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공적자금 상환도 조기에 이뤄질 수 있고 그 돈으로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노량진수산시장은 현대화라는 이름 아래 탐욕과 무질서와 혼란이 난무하는 이상한 괴물로 변하고 있다. 그 속에서 어민들의 꿈이, 수협의 희망이 무너지고 있다. <문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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