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입맛 살리는 주꾸미

 
주꾸미는 연체동물, 머리에 발이 달린 두족강(頭足鋼), 여덟개의 팔을 가진 팔완목(八腕目), 문어과(科)로 분류된다. 다시 말하면 문어와는 한집안이나 부자나 형제관계는 아니다.

낙지는 갯벌을 다니면서 직접 펄을 파고 잡아야 하는 어려움을 가진 반면, 주꾸미는 특이한 이름만큼이나 잡는 방법 또한 독특하다.

주꾸미는 수심이 얕고 저질이 사니질(沙泥質)인 곳에서 소라 껍데기와 같은 조개 껍데기 속에 숨어서 서식 또는 산란하는 습성이 있으며, 이러한 습성을 이용해 모릿줄에 일정한 간격으로 소라 껍데기(실제는 피뿔고둥)를 달아 바다에 드리우면 미련한 주꾸미들이 자기들 알 낳으면서 잘 살라고 그런 줄 알고 태평스럽게 들어가 있다 산채로 잡혀 올라온다.

이 어구를 현지 어민들은 ‘소라방’이라 부르는데, 소라 껍데기와 기름 값 말고는 거의 밑천이 들지 않는 데다 산채로 판매할 수 있어 유리한 반면 어획량이 적다.
반면에 물때를 이용해 반강제적으로 끌어올리는 ‘낭장망’은 물의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그물을 진행시켜 대량으로 주꾸미를 거두어들이기 때문에 많은 양을 잡을 수 있지만 대부분이 죽은 채로 올라와 다소 상품성이 떨어지는 점이 있다.

반면에 주꾸미와 서식하는 습성이 비슷하지만 덩치가 큰 문어는 단지로 잡는데, 그 단지를 ‘문어방(文魚房)’이라 한다. 일단 단지 속으로 들어간 문어는 자기 발을 먹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 제 살을 뜯어먹고 살지 않을 수 없는 극한 상황을 문어방이라 하는데, 일제 때 북해도로 끌려가 철도공사와 댐 공사장의 강제노동에 동원되었던 한국인 집단 수용소의 별칭이 곧 문어방이다.

주꾸미는 피로 회복과 눈에 좋은 타우린의 보고(寶庫)이다. 주꾸미 살코기 100g에는 타우린이 1,600mg이나 함유돼 있는데, 2차대전 당시 일본 해군 특공대의 파일럿에게 주꾸미 달인 물을 먹여 시력을 회복시켰다는 기록이 있다.

봄은 주꾸미가 알을 배는 시기로 가장 맛있고 영양 많은 주꾸미를 맛볼 수 있다. 4, 5월에 잡히는 주꾸미는 투명하고 맑은 알이 가득 차 있어 어느 계절보다 특이하고 쫄깃한 맛이 난다. 삶은 알은 흡사 밥알 모양으로 생겨 현지에선 ‘주꾸미 밥’으로 불리는 봄철의 별미이다. 반면에 낙지는 쌀쌀한 기운이 돌 때 제 맛이 나기 떼문에 미식가들은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 하며 그 맛을 기리고 있다.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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