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피해 조사 의지 없이 골재물량 소진 위기만 부각

정부가 어민과 수협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해EEZ에서의 골재채취 기간 연장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 경남 수산기술사업소 고성사무소에서 국토부 등 정부 측 관계자와 남해 EEZ 골재채취 공동대책위원회(남해, 거제, 욕지, 선망 등 4개 지역별, 업종별 대책위원회로 구성) 등이 모여 남해 EEZ 골재채취관련 피해조사 결과 재검토 회의를 열었다.

이는 정부가 전남대학교에 의뢰하여 실시한 지난 2013년 7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어업피해조사에서 ‘어업피해가 매우 적고, 어업생산량감소와 골재채취의 연관성이 부족하다’는 결과를 내놓은 것에 따른 것이다.

어민들은 즉각 전남대 조사의 공정성에 의혹을 제기하며 재조사를 요구했다.
실제로 앞서 정부가 전남대에 의뢰해 실시한 피해조사 결과보고서에 대해 경상대학교 김우수 교수 등 다른 전문가들은 ▲골재채취 해역의 해양생태계 먹이망 구조에서 원생동물, 플랑크톤 등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지 않고 주요 종의 현황만 기술하였으며, 해사채취에 따른 변동 내역이 없고 ▲부유사 확산 범위 내에서 실제 조업하는 어업현황 및 어업량 변화를 도출해야 하는데 해당 조사 내용이 없는 것이 큰 문제점이며 ▲부유사와 관련하여 연구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어업피해범위와 그 정도를 추정하였으므로 객관적인 범위와 추정이 필요하다는 점 ▲피해 영향의 산정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매우 빈약하며 최신 과학적 기법을 이용한 현장조사, 자료분석 및 평가가 필요 하다는 점을 들어 ‘해사채취가 어업피해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라는 결론 도출에 불충분한 조사결과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정부 조사결과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국토부가 모래채취를 연장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자 어민과 수산업계는 “피해조사부터 정확히 하자는데 정부가 엉망인 조사결과를 놓고 기간연장 강행의지를 굽히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 피해조사 재검토 회의에서 국토부 측은 “남해 EEZ의 골재채취 물량 소진으로 즉각적인 기간연장을 추진하고 있어, 전면적인 재조사는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추가적인 보완조사 정도는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27일 경남 수산기술사업소 남해사무소에서 다시 열린 남해 EEZ 골재채취단지 지정변경 관련 협의회에서도 해수부는 “골재채취 연장은 불가피하다”고 전제하며 어업피해 최소화를 위해 ▲금어기 기간 골재채취 금지 ▲월류수 방류시 부유사 최소화를 위한 기술적 검토 ▲모래 채취 후 해저면 평탄화 방안 등을 제시했다.

국토부는 이 가운데 금어기 기간 골재채취 중단 방안만 도입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대책위 측은 “월류수 방류와 부유사 문제, 평탄화 작업 등은 실질적 피해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입장으로 “골재채취 금지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가 제시한 해저면 평탄화 작업의 경우 국내에서는 기술을 보유한 곳이 없어 해외업체 등에 맡겨야 할 상황이고 시간, 비용적 측면에서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어민들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부처 간에도 대응이 엇갈리는 가운데 결국 정부는 전면적 재조사는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앞서 발표된 전남대학교의 어업피해조사에 대한 추가 재조사 방안을 대책위에 제시했다.

이에 대해 대책위 측은 “추가 재조사는 반드시 필요한 절차지만 또 다시 형식적이고 수박 겉핥기 수준으로 실시된다면 아무 소용 없을 것”이라며 “어업피해를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도록 철저하고 객관적으로 시행해줄 것”을 주장하며 정부 측과 추가조사 방안에 일단 합의했다.

이와 별도로 어민과 수산업계는 “바다모래 채취만이 유일한 답인 것처럼 나오는 정부 행정 자체가 문제”라며 순환골재 사용, 파쇄석 골재사용 등의 대안 마련에는 손을 놓고 해양생태계와 어장을 파괴하는 정부 정책을 강력히 성토하고 있다.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바다모래 채취로 인한 수산업 피해 현황 및 대응 방안”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한때 세계 최대 바다모래 채취국이었지만 전체 골재수요 가운데 암석을 파쇄하여 만든 쇄석의 비중을 최근 40여년 사이 두배 가량 (1970년 32.6% > 2013년60%) 지속적으로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바다모래 채취를 지속적으로 줄여가고 있다.

이처럼 대안을 마련해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바다모래 채취만을 고집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수협 관계자는 “지난 2008년 남해와 서해 eez에서 골재채취를 허가한 이래 바다모래를 통한 골재 수급 비율이 40%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며 “일본이 전체 골재 가운데 바다모래에 4% 안팎을 의존하는데 비교하면 굉장히 높은 비율”이라고 지적했다.

또 “바다모래 채취가 어장을 파괴하여 수산자원 멸실을 초래한다는 인과 관계를 부정하기 힘든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정확한 피해조사를 다시 하고 객관적 근거에 따라 바다모래 채취를 포함한 골재수급 방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어민과 수산업계에서는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토부가 남해 골재 채취 기간 연장 강행 움직임이 분명히 나타남에 따라 향후 4개 지역별, 업종별 대책위원회에 대한 압박 수위가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수협 관계자는 “현재 4개 지역(남해, 거제, 욕지, 선망)의 지역별, 업종별 대책위원회로 구성된 남해 EEZ 골재채취 공동대책위원회가 국토부의 압박에 대응해서 어업인 입장이 전적으로 반영되도록 각 대책위들이 공동으로 의견을 하나로 모아 철저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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