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은행이 12월 1일  수협중앙회 자회사로 분리된다. 수협중앙회가 설립 된 지 54년 만이다. 지도경제도 그 동안 같이 동거해 온 수협은행이 독립함으로서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가야 한다. 수협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은행인지 협동조합인지 정체성을 모르겠다던 사람들이 많았던 만큼 이제 수협중앙회는 협동조합이 뭐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수협중앙회는 단순이 수협은행 독립이라는 외형적 변화에 머물지 말고 진정으로 수협이 어떤 곳이라는 것을 조합원들이 느끼게 해줘야 한다. ‘제2의 탄생’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각자도생의 길로
 
수협은 어업인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지위 향상을 위해 만든 생산자 조직체다. 혼자선 약한 어업인들이 조합을 만들어 그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만든 공동체다. 그러나 수협중앙회는  그 동안 누구를 위한 수협이냐는 지적이 많았다. 직원을 위한 수협인지, 어업인을 위한 수협인지 분간이 안된 게 사실이다. 어업인들은 어려운데 1억원을 넘는 연봉자는 늘어나고 인사 · 횡령 · 사기 등 온갖 비리가 난무했다. 국정감사 때면 얼굴이 뜨거울 정도로 모럴헤저드가 심각한 집단으로 매도되는 게 연례행사였다. 연봉을 말할 때면 은행이고, 협동조합이 필요하면 협동조합을 가져다 붙이곤 했다.
물론 수협만 그런 것은 아니다. 농민 단체인 농협 등 유사한 단체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것이 부정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이런 의미에서 12월1일 수협은행 독립은 새로운 계기를 만드는 날이 돼야 한다. 변화가 왔는데도 그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변화의 등에 올라타야 그 변화를 이겨 낼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지금 수협중앙회는 이런 변화에 둔감해 있다. 오로지 새로 만들어진 직제에 누가 간택될지가 중요한 관심사다. 어떤 쓰나미가 와도 끄떡없는 천년도성을 만드는 게 아니라 지금 내가 어떻게 될 건지가 더 관심이다. 수협 설립 반세기 만에 분할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맞는데도 그들의 초점은 직위나 신분유지에 머물러 있다. 수협의 주인인 조합원을 생각하면서 이 시기를 보내는 임직원이 얼마나 될지 참으로 궁금하다.

변화의 등 올라타야

새로운 집을 샀으면 작든 크든 그 집에 맞게 살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가구도 바꾸고 벽지도 새로 해야 한다. 집안의 생태계를 바꿔야 한다. 그래야 새집이 된다. 수협 은행은 새집을 산 것처럼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시중은행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기법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한다. 어느 때보다 은행환경이 안 좋은  상황에서 예대금리 차익이나 남기려는 그런 낡은 기법으론 이젠 시중은행과 경쟁할 수 없다. 핀테크, 새로운 상품개발, 점포, 자본 규모 등이 열세라면 수협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특화시키거나  협동조합이라는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안 등을 찾아야 한다. 수협은행이 잘 돼야 지도경제 쪽도 살 수 있다. 아랫목이 따뜻해야 윗목이 따듯하고 그래야 낙수효과라도 기대할 수 있다.지난 23일 이원태 행장은 명동 은행회관에서 앞으로 비전을 제시했다.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지도경제는 아직까지 철옹성이다. 세찬 바람이 아무리 성벽을 때려도 오히려 바람만 아플 정도다. 2,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입해 지은 노량진수산시장이 1년이 넘게 반쪽 시장으로 운영되고  적자가 계속 늘어나도 그것은 ‘강 건너 불’이다. 장사도 되지 않는 곳에 바다마트를 열어 일 년도 안 돼 17억~18억원을 까먹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그나마 돈이 된 군납도 부정당업자로 지정돼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 왠 송사가 그렇게 많은지 재판비용으로 나가는 돈도 적지가 않다. 수산물 소비가 줄고 있는데 이를 개선하려는 대책도 없다. 수산업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소비가 필요한 데 소비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아랫목 따뜻해야 윗목이 따듯

수협은 이제 더 이상 정부 공적자금을 기대할 수도 없고 기대해서도 안 된다. 살기 위해서는 이제 정말로 변해야 한다. 이 시기를 그냥  보낸다면 수협은 희망이 없다.  며칠 전 후쿠시마에서 진도 7.4도의 강진이 일어났다. 그런데도 그들은 별다른 불상사 없이 이 위기를 벗어났다. 지진발생 3분 만에 일 총리관저에 위기관리센터가 가동되고 1시간도 안 돼 대책본부가 구성됐다. 아베 총리는 해외에서도 1시간 만에 대책회의를 해 국민을 안심시키고 곧바로 귀국했다. 우리나라에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우리는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러면 왜 그들은 그런 모습을 보일까. 그들은 위기를 위기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지금 수산업은 위기다. 그리고 수협도 위기다. 자원은 줄고 앞으로 이상기후가 우리나라 수산업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모른다. 또 어업인구가 줄고 어촌은 노령화로, 또 선원은 대부분 외국인 선원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런 위기를 위기로 느껴야 하는 사람은 바로 수협중앙회 임직원들이다. 그들은 어업인들의 권한을 위임 받은, 어업인들에게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일본처럼 진도 7.4도 강진이 와도 끄떡없는 그런 수협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 이번 만큼은 진짜로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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