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단상/ 문영주 편집국장

 
지난 19일 강종관 수협 수원인계동 지점장이 사망했다. 향년 48세.그는 한국인의 평균수명을 볼 때 인생의 반환점을 막 돈 사람이었다. 꿈과  열정이 많은 지점장이었다는 게 주위의 평이다. 그는 목포지점과 인계동지점에 있을 때 그 지점을 전국 1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성격도 밝아 주위에 많은 사람이 모였다. 지점장이 된 지 3년 만에 부장을 달겠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의욕도 많았다. 그러나 그는 지난 19일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쓰러졌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지점장은 스트레스가 제일 많은 직업이다. 고객을 관리하고 목표 달성을 해야 한다. 수많은 지점과 경쟁해야 하고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긴장의 끈을 놓는 순간 그는 경쟁에서 밀리고 조직 내 신분은 끝없이 추락한다. 게다가 계좌이동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인터넷 전문은행 등장 등 은행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 1등을 생각하고 뛰었으니 그가 받는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가는 짐작이 어렵치 않을 것이다.그는 수성이 창업보다 어렵다는 것을 실감했을 것이다.

한 선배 지점장은 “1등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다”고 했다. 비이자 부문 경쟁도 치열하다. 방카슈랑스, 카드 등 열악한 환경에서 타 은행과의 경쟁도 피를 말리는 일이다. 예대 마진이 떨어진 상황에서 수익 창출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그 앞에 지점장이 있다. 그리고 그 들은 항상 과로와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경쟁과 긴장 속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사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지점장인 것이다.

故강종관 지점장은 이런 스트레스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의 사인은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사인 속엔 이런 요인들이 적지 않게 포함됐을 것이라는 게 직원들 얘기다.

입센의 ‘인형의 집’에 나오는 은행원처럼 낡은 가방을 들고 매일 똑 같은 방식으로, 똑 같은 일을 하면서 정시에 출 · 퇴근하는 기계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은행원이 아니다.  이제는 정글에서 생존을 위해 피를 말리는 사투를 벌여야 하는 직업이 은행원이자 지점장인 것이다.

지도경제는 여기에 비추면 천국이다. 피를 말리는 경쟁도 눈에 띠지 않는다. 모든 부장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 부장들은 자리를 지키지도 않고 이방 저방 기웃거리며 시간을 죽이기도 한다. 불공평하지 않은가. 내가 인사권자라면 지도경제 부장을 일선 지점장에 보내 한달이라도 목표를 주고 치열한 경쟁을 시켜보고 싶은 심정이다. 어쨌든 그의 죽음은 ‘은행원들의 애환’, ‘금융업 종사자의 애환’이라는 평범한 말로 모든 것을 덮기엔 아쉬움이 많다. 외롭게 떠난 故강종관 지점장이 저승에서 나마 경쟁이 없는 곳에서 영면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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