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상인 680명 중 120명만 입주, 판매장 분위기는 썰렁

 
노량진수산시장이 새로운 신축 건물로 이전하고 첫 경매를 실시한 지난 16일 새벽 12시40분, 시장은 기존 시장과 경매장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우선 경매가 진행된 현대화시장 1층 경매장은 기존 시장에 비해 형광등이 많아서인지 한층 밝은 모습이었다. 하얀 벽면에 형광등이 부딪히면서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있었다. 시장 이전을 놓고 상인과 법인의 갈등이 형광등을 타고 벽면에 내려 앉는 것 같은 차가운 분위기가 느껴졌다.시장 종사자 680명 중 120여명만이 이전한 가운데 이날 경매는 평소보다는 조금일찍 시작됐다. 평소 조개류인 패류품목들에 대한 경매는 새벽 1시부터, 고급선어와 대중 부류가 1시 반부터, 활어와 냉동 부류는 새벽 3시부터 진행된다.

그러나 이날 경매시작은 평소보다 조금 빠른 12시50분부터 시작됐다. 활어운송차량에서 내려진 활어 운송방식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기존 시장에서는 경매를 위해 출하주들이 산지에서 올라온 화물차량에서 활어를 내려 시장에서 제공하는 활어상자에 진열했다. 그러나 현대화시장에서는 운송 차량에서 도매법인이 마련한 노란색 활어 이동상자에 담아  다시 경매장 진열상자에 담는 방식으로 변했다.   
첫 경매는 대중어류인 오징어. 이날 연근해 오징어 20마리 한 상자는 3만2천 원에 낙찰됐다. 중도매인 중에서도 현대화시장으로 판매장을 옮겨 판매할 품목을 진열하는 중도매인이 있는 반면 기존 시장으로 구매한 품목을 운반해 판매하는 상인들이 적지 않아 경매장에 이미 배정된 판매장이 비어 있는 곳이 많았다.
경매장 옆에 마련된 판매상인들이 입주할 잔품판매장은 어수선했다. 지난 14일과 15일 120여 상인들이 현대화시장으로 자리를 옮겨 배정된 자리에 활어 수족관을 설치하고, 좌판을 설치했으나 빈자리가 더 넓게 보였다. 판매상인들은 이름을 묻는 것에 손 사례를 쳤다. 시장 분위기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화시장에서 이날 새벽 현대화시장으로 자리를 옮긴 한 판매상인은 “자리를 옮기긴 했어도 사실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과 막막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신축 건물 1층에 위치한 판매장 공간은 아직 비어있는 곳이 많았다. 또 이전작업을 마친 점포의 경우, 수족관이 현 시장의 배정공간과 맞지 않아 그려진 경계선 앞까지 나와 있었다. 이들 상인들은 "수족관을 새로 다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4시. 기존시장은 그동안 활동하던 경매장은 곳곳에 재고 진열품으로 가득한데다 일부 중도매인들이 기존 판매장에 상품을 진열하는 모습들이 눈에띄었다. 상인들이 이전을 준비하며 버린 쓰레기 더미도 가득했다.
 이곳에 남은 한 판매상인은 “수협의 영업방해가 앞으로 시작될 것”이라며 “그래도 끝까지 버틸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매법인 한 관계자는 “ 현대화 건물로 입주하지 않고 기존 시장에서 영업하는

상인을 무단점유자로 간주해 무단점유사용료를 청구하고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축제가 돼야 할 이날 상인과 법인은 날이 밝는 새벽인데도 어둠을 걷어내지 못하고 서로 마주달리는 ‘치킨 게임’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 게임이 어디서 막을 내릴지, 2개의 시장이 언제 합쳐질지 모든 시선이 시장에 쏠리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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