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2만달러 달성을 위해 무조건 뛰던 시대는 끝났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서려면 우리도 품격을 갖춰야한다.”

수산물 홍보행사 취재를 갔을 때 대기실에서 만난 aT 김재수 사장이 들려준 말이다.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어서면 일단 배를 곯지는 않는다고 봐야하고 2만달러를 넘어선 지금은 주린 배를 잡고 뛰던 시절처럼 숫자만 보며 달려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우리도 문화를 누리고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수산인이 갖춰야 할 품격은 무엇인가? 일을 즐길 줄 아는 여유이다.
넙치를 키우는 일이 힘들고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양식업자는 넙치가격 폭락을 호소할 때조차 얼굴이 마냥 어둡기만 하지는 않다. 이번에 목표를 달성 못해 ‘무역의 날 수출탑’ 신청을 하지 못한 업체 대표님의 표정도 밝다. 인천어시장 한 켠에 앉아 바지락 까던 할머니는 ‘쭈글쭈글한 내 얼굴을 어디 쓰려고 사진을 찍냐’며 밝게 웃는다. 해수부가 있는 세종시까지 일주일에 세 번은 기차를 타면서도 수산계 취재하는 일이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말해준 선배기자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일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게 중에는 잘해서 좋아하게 된 사람들도 있고 좋아해서 잘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잘 못하는 데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때 잘한다거나 못한다는 평가의 기준은 순전히 ‘숫자’에 둔 것이다. 수출실적이 얼마인지, 매출액이 얼마인지, 그리고 월급통장에 얼마가 찍혔는지 말이다. 그러나 기준을 달리하면 ‘잘 못하는데도’ 수산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실은 수산일을 참 잘하고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일에 대한 질적 평가는 ‘숫자’로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산계를 사랑하고 즐기며 일하는 사람들은 숫자를 넘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한다. 수산자원의 지속 가능한 생산을 고민하고 새로운 수산물 유통구조에, 더 나은 상품개발에도 관심을 갖는다.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겠다는 마음은 숫자에 대한 고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수산인으로서의 자존심에서 나온다. 또 그들은 협력업체와의 공생을 고민하고 나아가 해외에 선조들의 훌륭한 식문화를 전파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다. 당장 실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친환경 인증 및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파리협정에까지 눈을 돌린다. 뒷거래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못하며 공정한 경쟁 자체를 즐긴다.

수산계에는 숫자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참으로 잘해 보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목표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이 아니라 ‘수산인답게’ 자신의 일을 해내는 데에 있다. 그대, 수산을 즐기고 있는가? 당신의 품격에 박수를 보낸다. <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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