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된 사람 물러나고 검증받지 못한 사람 회장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어업인들이 질 수밖에…“

 
“현직 조합장이 낙선한 뒤 다시 조합장이 되기 위해 뛴다면 새로 당선된 조합장은 4년 동안 조합을 제대로 운영하기가 힘들겁니다”
 

최근 수협회장 임기를 두고 연임(連任)과 중임(重任) 논란이 뜨겁다. 연임은 글자 그대로 현직이 출마해 당선되는 것을 말하고 중임은 잇달아 현직을  유지하지 못하게 하는 것. 현직 조합장 대부분은 연임을 선호하지만 중임은 반대다. 아무래도 현직이라는 프리미엄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통령제가 연임을 허용한다고 해서 반드시 현 대통령이 유리한 것은 아니다.  연임은 안 되고 중임만을 허용한다면 더 큰 혼란이 있을 수도 있다. 대통령이 일단 물러난 뒤 차기를 위해 자기 세력을 규합하고 현직 대통령을 사사건건 공격한다면 국가운영을 제대로 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대통령제는 4년 임기에 1회 연임을 허용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 수협법 개정과 관련, 김우남의원이 대표 발의한 회장 연임 허용은 현실을 감안한 입법 제안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회장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을 때엔 ‘제왕적 회장’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이런 환경이 필요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수협 생태계는 그런 생태계가 아니다. 과거처럼 회장이 ‘조자룡 헌 칼 쓰듯’ 권한을 휘두른다면 아마 잘은 몰라도 그는 얼마 못가 생명을 다 할 것이다. 어민과 조합장 의식이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를 뿐만 아니라 사방에 감시에 눈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과거의 폐단만을 문제 삼아 법 개정이 안 된다고 하면 우리는 과거의 도그마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다. 정말 수협에 꼭 필요한 회장인데도 연임 불가 조항에 묶여 그의 능력이 사장된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회장으로 뽑아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가게 한다면 그 피해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법을 바꾼 지 5년뿐이 안됐는데 또 바꾸느냐고 한다면 몇 년을 있어야 법을 바꿀 수 있는 연한인지 묻고 싶다. 김영란 법을 만들고 아직 시행하지도 않았는데 지금 일각에서는 법을 바꾸자고 한다. 물론 그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데에는 긍정의 안경을 쓰고 다른 데에는 부정의 안경을 쓰는 그런 잣대는 정당한 잣대가 아니다. 과거가 그랬다고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를 천형(天刑)처럼 달고 숙명처럼 살라는 것은 정상적인 인식이 아니다.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면 규제도 완화해야 하고 법도 바뀌어야 한다. 과거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수협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지금 수협은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한중 FTA가 눈앞에 있고 어업인의 젖줄인 면세유 공급을 못하게 하는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이 바짝 우리 앞에 다가서고 있다. 또 자원은 줄어들고 젊은이들의 수산물 소비 패턴도 변하고 있다. 비전을 가진 수협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회장의 연임은 선택이 아니라 당위다.  산림조합 중앙회장도 임기가 4년이고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토록하고 있다. 신협중앙회장,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장, 소비자 생활협동조합연합회 이사장도 모두 연임을 허용하고 있다. 신용과 지도경제가 분리돼 회장 권한이 반쪽으로 줄어드는 마당에 과거의 잣대로 회장 연임을 반대한다면 그것은 어업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업인을 망하게 하는 길이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관료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새로운 길은 가는 길만 따라가면 결코 찾을 수 없다. 지도에 나와 있는 길만 간다면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만에 하나 해양수산부 간부들이 과거의 폐단만을 생각해, 또 자기들의 권한 축소를 우려해 법안 개정에 반대한다면 이것은 아주 잘못된 일이다.물론 김우남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 가운데 일부 내용은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회장 연임만큼은 반드시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특히 이 부분은 중앙회뿐만 아니라 일선조합에도 해당돼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연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중임은 사문화해야 한다. 중임의 폐단이 연임보다 훨씬 심각한데 연임은 허용하지 않고 중임을 유지한다면 법이 정의와 위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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