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환경의 바로미터 아비가 기름으로 죽었다면, 멸치도 피해 가능

 
 지난달 15일 부산 유류유출사고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겨울철새인 아비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거제도 아비새 철새도래지'에서 폐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조류학자인 경희대 윤무부 명예교수는 "아비는 7cm 이상인 젓갈용 대멸치를 먼 바다에서 근해로 몰고 오는 새"라며, "일본 후쿠오카와 가고시마에서는 멸치 풍요를 가져오는 새여서 매년 11월이면 아비 새 축제를 연다"고 말했다.
이어 윤 교수는 "이번에 폐사해 발견된 것이 몇 마리밖에 안 되지만, 실제로는 많이 죽었을 것으로 예상돼 안타깝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아비는 펭귄과 비슷한 원시 조류다. 약 3000km 떨어진 미국 알래스카의 해안 습지대에서 번식한 후 약 2개월에 걸쳐 우리나라 중 다른 곳도 아닌 거제도로 200마리 정도 날아온다. 1980년 전만 해도 2000마리가 날아왔지만 멸치의 남획으로 그 수가 많이 줄어든 탓이다"며, "11월경에 찾아와 4월말까지 월동하고 다시 머나먼 알래스카로 여행의 길을 떠난다"고 말했다.
또 윤 교수는 "아비는 먼 바다의 대멸치를 수심 40m 이내인 근해까지 몰아온 뒤 잠수해 잡아먹고 사는 대표적인 바닷새로서 해양환경의 바로미터다"며, "부산에서 해류를 타고 거제도 철새도래지까지 흘러간 기름으로 아비까지 폐사했다면, 당연히 기름이 수면을 덮어 플랑크톤들이 죽었을 것이고, 따라서 멸치도 먹이를 찾아 다른 곳으로 가거나 죽을 것이다. 거기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멸치 산지여서 유감이다"고 말했다.
한편 윤 교수는 "철새는 원래 수천 킬로미터나 날아가는 법인데, 기름이 일단 묻으면 몸이 무거워 날 수 없고 잠수해 멸치를 잡는 데 장애가 돼 15일 내로 죽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교수는 "한때 멸치를 연근해로 몰고 와 우리에게 멸치 풍요를 안겨 주었던 아비다. 오늘날은 각종 레이더 장비로 멸치를 남획한 탓에 그 수도 많이 줄어든 실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아비가 없거나 살지 못하는 바다는 해양이 오염됐거나 남획으로 어종이 고갈됐다는 뜻이므로 인간도 살지 못한다. 이번 사고를 기회로 철저히 조사해 앞으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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