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공동체를 맡게 된 임백연(53) 위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깊은 고민에 빠졌다. 2006년에 60톤을 기록했던 소라 어획량이 일년만에 32톤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임 위원장은 일단 2002년부터 생산량 통계를 작성해보기로 했다. 작성한 통계표를 들여다보던 그는 놀라운 발견을 했다. 임 위원장은 우뭇가사리의 생산량이 증가하자 소라의 생산량이 반비례하는 것을 알아냈다. 소라의 먹이인 우뭇가사리가 줄자 소라의 생산량도 덩달아 줄었던 것이다. 임 위원장은 살을 도려내는마음으로 우뭇가사리 체취를 자제하기를 공동체에 지시했다. 그러자 소라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를 터전으로 지난 2003년 무분별한 어업활동을 어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도리공동체가 만들어졌다. 하도리에는 해녀박물관이 있을 정도로 예전부터 해녀들이 마을의 생계를 이끌었다. 507명의 어촌계원 중 485명이 잠수 해녀이며, 579㏊의 드넓은 하도 어장은 제주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현재는 295명이 공동체에 참여하고 있다.

  공동체가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주먹구구식으로 마을이 운영됐다. 하지만 임 위원장이 취임한 직후부터는 체계적인 통계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공동체를 운영했다. 단순히 수산자원을 잡는데서 그치지 않고 미래를 위해서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계체수를 늘리는 정책을 시도했다.

  임 위원장은 7인의 운영위원회를 구성해서 어장 관리의 모든 사안을 결정했다. 운영위원회는 산지 유통 대행과 생산량 기록, 채포 제한 규격 결정, 작업 시기와 입어 시간 조절 등을 결정했다. 그 결과 주 7일에서 6일로 1일 6시간에서 4시간으로 입어시간을 축소하고 우뭇가사리의 채취 작업일도 20일에서 15일 단축했으며 소라, 전복, 오분자기에 체포체장 규격을 확대했다. 그 결과 톳, 천초, 소라 등의 생산량이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소라는 2007년 32톤에 불과했던 생산량은 2012년에는 138톤을 기록하게 된다. 
 
  그 결과 2011년 자율관리어업공동체 전국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하고 올해는 전국 최우수 자율관리 공동체로 선정되어 정부로부터 대통령 표창과 함께 내년도 인센티브 사업비 2억원을 받게 됐다
 
  임 위원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마을 발전을 위한 새로운 복안도 마련했다.

  "170만평의 어장을 7등분하여 2년 간격으로 돌아가며 휴식을 하게 하는 '윤번어장운영 자원관리'를 해보려 합니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던 마을을 통계자료를 활용해서 탈바꿈 시킨 임 위원장의 도전은 오늘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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