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희망과 기대 묻어나야 하는데 아무런 감동 주지 못한다면
지식경제부 뭐하는 부처인지도 모르다가 없어지는 ‘수난’ 보면서도

 
 

 

최근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는 “수산생명자원의 주권 확보를 통해 수산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신(新) 자산어보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4,200억원을 투입해 지속가능한 수산생명자원 관리 체계 등을 구축하는 거대 사업이다. 해수부는 이와 관련, “200년 전 정약전 선생의 저서 ‘자산어보(玆山魚譜)’를 승계해 우리나라 수산업 재도약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중장기 사업으로 ‘신자산어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자산어보는 정약전(1758~1816년)이 흑산도에 유배됐을 때 쓴 책으로 순조 14년인 1814년에 제작된 책이다. 그러니까 200년 전에 쓰여진 책이다. 수산물 종류나 형태, 습성, 맛, 이용법에다 어구 어법 등을 집대성한 책으로 현존하는 책 중 가장 수산사적 가치가 있는 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자산어보가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약전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은 대중적이지도 않고 이미 200년 전 인물이 쓴 책이다. 특히 젊은이들이 이 책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렇다면 새 정부 주요 수산정책의 이름을 ‘신자산어보 프로젝트’라고 한 것은 너무 과거 지향적이란 비판의 소리가 나올 수 있다.

최근 수산정책은 프로젝트란 이름이 안 붙은 게 별로 없다.  ‘10대 프로젝트’ ‘30대 프로젝트’ 등   모든 수산정책엔 대부분 프로젝트가 붙어 있다. 게다가 이 들 프로젝트 속에는 수산 현안들이 백화점식으로 이것저것 나열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신자산어보’라는 이름을 붙인 프로젝트를 보고 어업인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 또 얼마나 이해가 될지 솔직히 의문이다. 오래 동안 수산을 봐 왔던 우리도 ‘신자산어보 프로젝트’란 용어가 낯설어 보이는데 일반 행정수요자들이 이것을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수산정책 입안자들이 왜 이런 용어를 쓰려 했는지, 그리고 이 용어가 누구를 위한 용어인지 한번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 용어를 만든 사람들이 과연 어업인을 위한 배려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인지 분간해 보고 싶기 때문이다. 신문을 만드는 편집자가 가장 나쁜 것은 편집자를 위한 편집이다. 독자가 신문을 편하게 읽으라고 편집을 하는 데 그런 것은 생각지 않고 자기 편하게 편집을 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정책 제목도 역시 행정 수요자가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져야 한다. 또 제목 속에 목표가 들어나야 하고 행정수요자에게 희망과 기대를 줘야 한다. 그런데 이 제목은 정책이 지향하는 목표를 쉽게 알 수 없다. 물론 안에 내용이 중요하지 제목을 가지고 지나치게 얘기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콘텐츠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제목이다. 신문을 보면 책 제목을 보고 기사를 읽듯이 정책 제목을 보고 그 정책을 판단할 수도 있다.

얼마 전 농림축산식품부는 “앞으로 우리나라 농촌을 프랑스식 농촌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냈다. 그 보도 자료를 보면서 많은 농업인들은 “야. 우리도 얼마 후면 멋진 농촌에서 살 수 있겠구나”하는 희망과 기대를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책의 제목은 바로 이런 효과를 가져야 한다. 지식경제부가 이명박 정부 이후 없어진 것은 지식경제부가 도대체 뭘 하는지 모르는 용어를 쓴 것도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일각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도 이와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제목은 광고 카피처럼 뭔가 심플하고 요약된 용어들이 나와야 한다. 어업인들이 잘 모르는 용어를 정책 용어로 쓰는 것은 어업인들을 위한 배려가 아니다.

문제는 또 있다. 새정부 새 프로젝트에 고작 이런 용어를 차용하는 공직자들의 수준이다. 변화를 쫒아가기에도 바쁜 상황에서 방향을 잡아 줘야 할 공직자들이 고작 이런 작명을 한다는 것은 적지 않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어업인들이 쉽게 이해하고 희망과 기대를 가질 수 있는 정책 용어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과연 미래 수산을 맡길 수 있는 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들이 다른 일은 어떻게 할지 정말 우려가 앞서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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