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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자율관리 공동체를 가다/‘해녀 마을’ 울산 동구 주전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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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권
등록일
2011-09-06 10:39:07
조회수
3962
“79년도 전국 최초로 전복 종패 살포…마을단위로는 해녀 제주도보다 많아”

스킨스쿠버장비 이용한 불법행위 근절위해 자원채취관리선 허가 시급



산업도시로 잘 알려진 울산 시내에서 불과 20여 분 벗어나 산길을 굽이굽이 넘어가면 넓게 펼쳐진 논밭 아래로 어촌인 주전마을이 나온다. 국내 최초로 전복 종패를 바다에 뿌려 고소득을 올린 곳. 그 사업의 대성공으로 이 마을은 81년도에 새마을훈장 협동장을 수상했다. 이후 철탑산업훈장을 비롯해 수차례 표창을 받고, 우수공동체 관련 상을 5번이나 수상하는 등 그야말로 명문어촌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자가 주전공동체를 찾은 날 마침 전복 수확이 한창이었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전복이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 작업중인 해녀들은 다들 신이 났다. 조류가 센 때라 평소 때면 전복 채취에 나서지 않지만 오늘 만큼은 예외다. 험한 작업 환경에도 불구하고 오늘 전복 총 수확량은 119.6kg. 전복시세가 1kg에 11만 원이니 돈벌이가 제법 쏠쏠하다.

“전복은 생물이라 그간 재고부담에 시달려 상시판매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수산물판매센터를 운영하고부터는 그런 걱정을 모두 덜었지요.”

주전자율공동체 강원보 위원장(57)은 숙원사업이던 수산물판매센터를 완공해 지난 8월 1일부터 상시판매에 들어갔다고 했다. 마을 어장에서 잡은 전복을 여기에서 직판한다. 운영한 지 아직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울산시민들은 물론 외지 관광객들이 대거로 몰려올 만큼 호황을 이루고 있다.

주전마을은 원래부터 전복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그러나 속칭 머구리배로 불리는 잠수기어선 난립으로 어패류 씨가 말라버렸다. 주전어촌계 6대 계장이던 이보영 씨는 70년대 말 바다환경가꾸기에 적극 나서 어민들 의식을 개혁시켰다. 79년도에는 전국 최초로 전복 종패를 뿌렸고, 3년 뒤에는 하루 평균 무려 300kg 이상을 수확했다. 제주도에서도 마을을 견학 올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이런 노력으로 새마을훈장 협동장을 수상하고, 배우 백일섭 씨가 주연을 맡은 영화 ‘어촌에서 온 편지’도 주전마을에서 촬영했다.

“우리가 지닌 가장 큰 자원은 해녀입니다. 공동체에 등록된 해녀수가 70명이 넘어 마을단위로는 제주도에 비해서도 훨씬 많습니다.”

강 위원장은 마을 자랑거리가 해녀인 만큼 이를 바탕으로 ‘해녀교실’을 열 계획이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일일해녀체험행사를 벌여 체험관광지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바다에서 직접 전복과 미역 채취하게 하고, 바위닦기 행사도 동시에 펼쳐 가족단위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겠는 것이다.

전복만큼 돌미역도 주전마을의 대표 브랜드다. 울산 동구청과 주전마을이 공동으로 품질을 보증한 만큼 최우수 상품만 다룬다. 채취한 돌미역 중 상품가치가 높은 것만 선정해 마을 로고가 찍힌 박스에 포장해 판매한다. 강위원장은 이 상표만으로도 이미 제품은 확실히 검증된 것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올해 주전자율공동체에 경사가 하나 더 생겼다. 국토해양부가 주관하는 ‘해안경관 조성사업’에 공모해 전국 다섯 곳 중 하나에 선정되었다. 향후 5년 간 50억 원을 들여서 마을 경관을 정비한다. 포구에 방치된 각종 어구를 정리하고, 보도와 인도를 구분해 해안길을 넓히는 등등의 작업을 차례차례 진행한다. 이를 통해 어촌의 거주 및 관광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 예정이라 주민들은 무척 들뜬 분위기다.

이런 성공과 달리 공동체를 운영하는 데 어려운 점도 많다. 강 위원장은 스킨스쿠버장비를 이용한 불법행위가 도무지 근절이 안 된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마을 어장의 25%를 잃어버린 꼴입니다. 다이버들이 몰래 들어와 전복을 싹쓸이해버리니 기껏 가꿔놓은 바다가 엉망이 돼버렸지요.”

감시선이 없어 불법채취 현장을 잡기도 불가능해 그저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손 놓고 바라보는 입장이다.

“무엇보다도 자원채취관리선 허가를 받는 게 시급합니다. 강원도, 경북, 제주도만 현재 허가를 내준 상태지요. 울산에는 잠수기선이 없어 마찰이 일어날 이유가 없습니다. 다른 지역과 달리 허가를 내줘도 무방합니다.”

강 위원장은 자원채취관리선 허가를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허가가 나면 잠수부를 태워 해녀들이 작업 못하는 깊은 바다까지 내려갈 수 있어 마을 소득 증가에 무엇보다 필요한 사업임을 거듭 강조했다. 또한 이 배를 이용해 어장도 관리하고 다이버들의 어패류 불법채취도 철저히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잘 사는 어촌, 풍요로운 어촌을 만드는 길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자기 마을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경쟁력을 키우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강 위원장은 자율관리공동체 가입 시기도 2001년도 일 만큼 어촌 변화에 발 빠르게 움직여왔다고 했다. 앞으로도 현재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공동체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수익사업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작성일:2011-09-06 10:39:07 114.205.1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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