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우동식 국립수산과학원장

"괭생이 이용 어린전복용 배합사료 원료 개발해
중국서 수입 미역분말 대체 가능성을 확인
국립축산과학원과 공동으로 한우용 사료개발 연구도 진행"

우동식 국립수산과학원장

 해마다 초봄부터 여름 사이에 우리나라 서해 남부와 제주도 바다에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부유성 괭생이모자반’이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조금 낯선 이름일 것이다.

 괭생이모자반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해역에 폭넓게 분포하는 갈색 대형 해조류의 일종이다. 보통 암반에 헛뿌리(가근)를 붙이고 수 미터(m) 크기로 성장하여 바다숲을 형성하고, 물고기를 비롯한 해양생물의 은신처, 산란장, 성육장 등 해양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괭생이모자반이 서식지에서 떨어져 나와 물 위로 떠오르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 줄기는 질겨서 잘 끊어지지 않아 작은 선박의 스크류에 감겨 사고를 유발하기도 하고, 김을 비롯한 연안 양식장으로 몰려오면 양식시설을 훼손해 큰 피해를 주기도 한다.

 일례로 지난해 괭생이모자반으로 인한 양식장 피해금액은 20여 억원이나 됐다. 또한 많은 양이 한꺼번에 해안가로 밀려들면 주변 경관을 해칠 뿐 아니라 썩으면서 풍기는 악취는 일상생활에까지 큰 불편을 주므로 치우는 데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괭생이모자반의 수거량은 연도에 따라 다르지만 지난해에는 약 16,000톤이 연안에서 수거됐다. 적지 않은 양이지만 사실 동중국해에서 우리나라 연근해로 떠내려오는 괭생이모자반의 양에 비하면 해안가에까지 밀려오는 것은 그중 아주 일부이다. 동중국해에 떠 있는 괭생이모자반은 해류와 함께 이동하는데 만약 이러한 것들이 전부 우리 연안으로 유입된다고 가정하면 그 피해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괭생이모자반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바다에 떠 있는 그 덩어리들의 현황을 먼저 파악하고, 이들 덩어리가 움직이게 될 경로를 예측하여, 우리 연안으로 밀려올 것은 제거하면 된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다중·입체적 괭생이모자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즉, 국립해양조사원과 함께 인공위성을 활용해 동중국해와 서해 공해상, 제주도와 전남 연근해역을 광범위하게 감시하고, 현장에서는 수과원의 수산과학조사선은 물론 어업지도선, 해양경찰(함정 및 항공단) 등 관련기관의 지원을 받아 모니터링하고 있다. 관측된 괭생이모자반은 그 부유량을 표준화하고, 해류와 바람의 정보들을 이용하여 그 이동경로를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예찰·예측 정보는 지자체, 수협 등 관계기관에 실시간으로 공유하여 피해예방에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연안으로 밀려올 괭생이모자반의 처리는 연안에 오기 전에 바다에서 그 덩어리를 걷어 내거나 가라 앉히거나 또는 잘게 잘라서 피해를 줄이는 방안이 있다. 어느 것이나 기술적으로는 그렇게 어려울 것이 없지만 현장에서 실현은 또 다른 문제이다. 대부분의 자연현상이 그렇듯이 괭생이모자반도 광대한 바다에서 엄청난 양이 한꺼번에 밀려오면 그것을 처리하는 데에 아직까지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괭생이모자반 이용법을 여러 방면에서 찾고 있다. 적정한 이용법이 개발된다면 비용이 들더라도 충분히 수거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괭생이모자반에도 톳이나 미역 등 다른 식용 해조류와 마찬가지로 후코이단, 알긴산, 무기질 등 유용한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괭생이모자반은 극히 일부만 농업용 비료로 활용되는 것이 고작이었다. 최근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괭생이모자반을 이용한 어린전복용 배합사료 원료를 개발했는데 중국에서 수입하는 미역분말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또 국립축산과학원과 공동으로 괭생이모자반을 이용한 한우용 사료개발 연구도 진행하고 있으며 축산분야에도 괭생이모자반이 유용하게 쓰일 날을 기대하고 있다.

 한편, 해양수산부에서는 올해부터 괭생이모자반을 이용한 생분해성 해양바이오 플라스틱 소재 개발 연구를 ’26년까지 추진한다고 발표했고,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국내 대학의 공동연구에서는 괭생이모자반에서 축농증 예방 또는 노화방지 효과가 있는 생리활성 성분을 찾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수산업에 피해만 주는 골칫덩어리였지만 앞으로는 잘 이용하면 보물단지도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서양에서는 대발생한 모자반이 해변에 떠밀려온 것을 두고 ‘골든 타이드(golden tide, 황금물결)’라고 한다. 누런색으로 변한 모자반 조체가 물결과 함께 밀려와 일렁이는 모양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지금은 그 외양만으로 ‘골든 타이드’라 하고 있지만 괭생이모자반의 이용 가치가 높아진다면 그 덩어리가 떠밀려오는 모습이 그야말로 보물단지가 굴러오는 ‘황금물결’이 될 수도 있다. 괭생이모자반이 보물단지가 되는 그날까지 관련분야 연구자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우동식 국립수산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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